[2025 한국 미술시장 가늠자]불확실성 급증, 4년차 프리즈서울 '찬바람 불까'②2025년 시장 축소 전망 우세, 해외 화랑들 국내 투자 '주저'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31 08:27:48
[편집자주]
2024년은 미술시장이 숨고르기를 한 해였다. 3년 전 유례없는 호황기 이후 지속된 침체기다. 2024년 하반기 각종 데이터 지표와 유통업계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새롭게 다가올 한 해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내리기는 어려워 보이는 분위기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술시장 조사 데이터와 자체 집계한 옥션 데이터 등을 토대로 한국 미술시장의 현황을 살펴보고 2025년을 전망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0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까지 미술시장 분위기를 종합해 볼 때 2025년에도 반전을 보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나 여러 지표들이 시장 규모의 추가적인 축소 시그널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화랑가나 아트페어 같은 유통영역의 종사자들이나 미술관 등 기관의 시각이 대체로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경기 침체에 정세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반환점을 돈 '프리즈서울'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과의 교류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2025년 화두 '불확실성'…하락세 길어질 전망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에서 지난 11월부터 12월 사이 화랑, 아트페어, 미술관 관계자 총 3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1%가 2024년 대비 2025년 미술시장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증가'를 전망한 응답자는 8.3%에 그쳤다. 나머지 41.8%는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답했다.
시장 하락세가 유지되리란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현 시점에서 업권을 둘러싼 키워드는 '불확실성'으로 요약된다. 예경은 동일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2023년 대비 2024년 미술시장에 대한 평가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부정적'이라 평가한 전체 63.9%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경기침체와 불확실성의 증가'를 꼽았다.
일부 기관에서 2025년 전망에 대한 유사한 설문을 지난 9월에도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들의 비율이 지금보다 더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로 접어들수록 시장 하락세의 장기화 전망으로 업권의 시각이 기운 셈이다. 2차 시장을 대변하는 경매사업 지표만 봐도 2024년 하반기는 유독 힘들었다.
경매시장은 근래 5년간 수익규모가 최저점을 찍었다. 정태희 서울옥션 경매사업팀장은 최근 예경의 미술시장 결산 세미나에서 "지금의 불황이 일시적이진 않을 것"이라며 "올해 국내에서 상위 랭킹 10위권 작가의 최고가 낙찰가가 기록된 건 대부분 상반기라는 점 역시 좋지 않은 시그널이고 더욱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화랑들 '프리즈서울' 참여 주저
전반적으로 하락 시그널이 강한 상황에서 지난 1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미술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2025년 4회차를 맞이하는 '프리즈서울'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프리즈서울은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아트페어이며 이 기간 대규모의 장이 열린다. 글로벌 화랑, 컬렉터들이 국내로 유입되는 시기다.
이단지 티나킴 갤러리 디렉터는 "아무도 예상 못한 정치적 변수로 인해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라며 "많은 해외 미술계 관계자들이 한국에 투자해도 될지 고민하고 있고 해외 화랑들은 프리즈서울에 불참하기에 너무 좋은 핑계 요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티나킴 갤러리는 미국 첼시에 위치한 갤러리이며 국내 국제갤러리의 자매갤러리로 통한다.
국내 정세 불안으로 급등한 환율은 불확실성을 키우는 또하나의 변수로 자리하고 있다. 프리즈서울과 같은 국제적인 거래 시장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달러를 기본으로 거래된다. 한국 고객들이 작품을 구매한다고 할 때 환율 상승으로 그만큼 가격도 상승하는 일이 벌어진다. 국내 갤러리들의 해외 진출 비용이 커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환율상승은 반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 국내 2차 시장에서 해외 작품 판매를 원하는 공급자의 경우 소장 중인 작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기존에 가격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판매가 어려웠던 작품들의 달러표시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유인이 생긴다. 결국 판매 성사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한 국내 메이저 갤러리 대표는 "올해는 해외 작품을 거래하는 2차 프라이빗 세일 시장의 경우 셀러(seller) 우위 마켓이 될 것"이라며 "해외 작품 소장자들의 작품 판매가 많이 체결될 것으로 보여 이같은 종류의 거래를 위주로 갤러리들이 바빠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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