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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변화]KB금융, '부문장제 연동' 후계 프로그램 지속될까②주요 부문 순환 '육성·검증' 거쳐 현 회장 배출…'공정성 담보' 장치 마련 과제

최필우 기자공개 2025-01-21 12:48:04

[편집자주]

국내 재계는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오너 위주로 경영승계 판도가 짜이지만 금융권은 사정이 다르다.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정해져 있어 권한 분산과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부회장, 부문장, 부사장 등으로 불리는 임원들은 현직 회장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차기 CEO 후보로 꼽히곤 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은 지배구조 선진화 척도이기도 하다. 금융지주 경영승계 시스템 현황과 최근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6일 06시39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금융이 부문장제 도입을 통해 사실상 기존의 부회장 제도로 회귀하면서 후계 프로그램 연동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과거 부회장 제도는 주요 부문 순환을 통한 육성, 검증을 통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조성하는 기능을 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부회장 시절 3년간 매년 담당 부문을 바꾸며 시험대에 오른 끝에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다.

현직 회장과 부문장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전례와 차이가 있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부회장 제도와 연동된 후계 프로그램 가동과 맞물려 용퇴를 선언했다. 양 회장은 3년 임기를 마친 뒤 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현직 회장의 영향력을 제한하고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양종희 회장, '글로벌→디지털→개인고객부문' 거쳐 CEO 취임

올초 취임한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사업부문장과 이창권 디지털부문장은 연말까지 임기를 부여받았다. 각각 글로벌사업부문과 디지털부문을 1년 간 이끈다. 이재근 부문장은 1966년생, 이창권 부문장은 1965년생으로 다른 금융지주 계열사 CEO보다 젊거나 동년배다. 1년의 임기를 마치고 부문장으로 추가 임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부문장 제도가 기존의 부회장 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이재근 부문장과 이창권 부문장이 보직을 맞바꾸거나 새로운 부문을 맡게될 것으로 점쳐진다. KB금융 부회장 제도는 회장을 보좌하고 경영 책임과 권한을 분담하는 것 뿐만 아니라 후계 프로그램으로도 작동했다. 부회장들이 다양한 부문을 거치도록 해 차기 회장 후보로 육성하고 동시에 역량을 검증하는 과정으로 삼았다.

양 회장이 후계 프로그램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 장본인이다. 양 회장은 2021년 글로벌부문장 겸 보험부문장, 2022년 디지털부문장 겸 IT부문장 2023년 개인고객부문장 겸 WM/연금부문장 겸 SME부문장을 거쳤다. 같은 시기 부회장으로 재직한 허인 전 부회장, 이동철 전 부회장과 보직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담당 부문에 변화를 줬다. 보직 순환 덕분에 양 회장은 지주 주요 부문을 대부분 경험하고 CEO가 될 수 있었다.

KB금융의 후계 프로그램은 선진국 금융사에서 활용하는 방식을 본따 만들어졌다. 금융 당국이 모범 사례로 꼽은 미국 씨티그룹도 유사한 후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CEO 상시 후보군으로 분류된 임원들에게 사업부문 또는 계열사를 번갈아 맡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기 CEO 후보 육성과 검증이 가능하다. KB금융은 선진 승계 시스템을 지주사 체제인 국내 금융권 실정에 맞춰 도입한 것이다.

◇'현직 회장 vs 부문장' 경쟁 구도 부담…'외부 자문기관' 대안 부상

후계 프로그램과 연동된 부회장 제도는 은행권에서 호평을 받았다. 제왕적 권한을 가진 금융지주 회장이 스스로 연임을 도모하거나 후계자를 낙점하는 금융권 관행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대안으로 부상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부회장제가 외부 후보 선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회장의 셀프 연임보단 나은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이 부문장 제도를 양 회장 선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다 해도 승계 구도에는 차이가 있다. 2023년 진행된 승계 프로그램의 경우 윤 전 회장의 용퇴로 3명의 부회장이 동일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었다. 내년 하반기 승계 프로그램에서 양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면 현직 회장과 부문장이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이사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주도로 절차를 진행한다 해도 현직 회장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참고해 승계 프로그램 내 외부 자문기관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꼽힌다. 금융 당국은 외부 자문기관의 경우 현직 대표이사 회장과 이해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 공정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DGB금융 등이 CEO 승계 프로그램 개선 차원에서 외부 자문기관의 인터뷰와 평판 조회를 후보 평가에 적극 반영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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