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08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휴가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87년에 쓴 회고록 <거래의 기술>을 집어 들었다. 출간한 지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성경 다음으로 좋아하는 책이라고 하니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온갖 구설과 미국 주류 언론의 외면에도 백악관에 재입성한 사업가 출신 대통령의 가치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트럼프의 사업가적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 여럿 나온다. 그에게 거래 자체는 예술이자 삶의 이유다. 거래 상대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기세를 강조한다. 철저히 이기는 편에 선다. 정치인에 줄을 대야 할 때 성향이 맞지 않더라도 말이다. 본인에게 이득을 가져다준다면 사기꾼 기질이 있어도 기꺼이 고용한다. 책의 부제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인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일 선상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은 결국 '미국 우선주의 2.0'과 동의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 에너지 정책 등을 뒤엎고 무역협정 재검토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의 행정명령에 무더기 서명했다. 내달 주요국을 대상으로 한 관세 부과도 시작된다. 동맹국도 예외가 없다. 수출 주도형 경제모델로 성장해 온 국내 기업들 처지에선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다시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보자. 그가 움직이는 동인은 본인과 국가의 이익이다. 한국이 미국의 부흥에 필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각인하면 윈-윈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한국에 먼저 조선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소형모듈원전(SMR)도 유망 분야로 손꼽힌다.
전기차·배터리 산업은 어떨까. 글로벌 전기차 캐즘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 정책과 보조금 폐지를 공식화하면서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중국과 패권 다툼 중인 미국이 'C배터리 굴기'를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이 경우 미 현지화 전략 강화, 중국 배터리 공급망 의존도 축소 등이 업계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선 이미 트럼프 대통령과 거래를 시작했다는 얘기가 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산 원유·가스 도입을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트럼프를 움직일 카드가 얼마나 더 있을지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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