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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전기차 생크션 리스크]트럼프, K-전기차산업 '통째로' 흔들다①핵심 시장 미국발 위기, 캐즘 장기화…'완성차·배터리' 동반 침체 가능성

고설봉 기자공개 2025-01-24 07:27:42

[편집자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전기차 산업 생크션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화석연료 기반의 자동차 등 전통적 제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기차 산업에 맞춰 국내외 투자를 확대했던 우리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2.0 시대 제재 대상에 오른 전기차와 배터리 등 전후방 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1일 12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전기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전기차 산업 규제가 본격화 하면서다. 생산과 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생크션 리스크에 노출됐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행정명령이 철회되면서 미국 내 전기차 전후방 산업 전체가 동반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글로벌 전기차 산업을 선도하던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왔다. 산업의 성장에 맞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시장도 확대됐고 매년 실적 성장세도 누렸다. 그러나 생크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앞선 투자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신성장 동력으로 여겨졌던 전기차 생태계가 침체에 빠지며 미래지속가능성장도 위협받고 있다.

◇전기차 산업 위협하는 ‘전기차 의무’ 폐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56%를 전기차로 판매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는데 이를 철회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미국)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노동자들과의 신성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여러분들이 다시 선택의 자유를 갖고 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동차 생산 속도를 몇 년 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력은 바이든 정부 당시 발행된 행정명령 78개를 철회시켰다. 이중 전기차 산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것은 행정명령 제 13990호, 제14008호, 제14037호 등이다.

우선 전기차 장려금이 사라지고 행정부의 전기차 우선 구매정책도 폐지되면서 판매량 감소가 우려된다. 보조금을 통해 판매 활성화를 누렸던 전기차 브랜드들은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명령 제14037호가 철회되면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전체가 침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행정명령은 청정 차량과 트럭에 대한 미국 주도권 강화가 목적이었다. 2030년에 판매되는 모든 신형 승용차와 경트럭의 50%를 배터리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차 등으로 채우려는 바이든 정부의 목표였다.

◇미국시장 확대하던 'K-완성차·배터리' 동반 침체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 직접적으로 생크션에 노출된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완성차 3위로 올려놓은 핵심 포트폴리오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사들 대비 전기차 시장에 빨리 진출하면서 우위를 점했다.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테슬라에 이어 글로벌 2위 전기차 업체로 성장했다.

전기가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판매량도 상승했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에 오른 원동력은 친환경차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734만1022대를 판매했다. 이중 18.55%인 136만1476대를 친환경차로 판매했다. 2022년 대비 완성차 총 판매량은 8.11% 증가할 때 친환경차 판매량은 33.33% 증가하며 성장을 견인했다.

향후 현대차그룹의 성장 전략도 친환경차 중심으로 설계됐다. 현대차는 오는 2030년 글로벌 판매량 555만대를 목표로 잡고 이중 전기차 200만대 판매를 목표했다. 하이브리드는 2028년 133만대 판매가 목표다. 기아는 2030년 430만대를 판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전기차 248만2000대를 판매 해 비중을 58%로 높인다는 전략이다. 하이브리드는 2028년 80만대 판매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발 전기차 생크션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은 위협받고 있다. 당장 전기차 핵심 생산·판매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대차그룹이 판매하는 모든 전기차 라인업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당장 판매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K-전기차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에 대거 투자를 단행해왔던 배터리사들의 위기감도 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3사를 비롯한 배터리 소재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맞춰 ‘이차전지 비상대책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과 에코프로,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 소재기업도 참여한다.

업계에 따르면 TF에는 회의를 열고 산업 경쟁력 제고 전략과 리튬, 니켈 등 광물 자원의 수급 동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 등 친환경차 관련 정책 변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탑재한 배터리의 광물질 원산지 등으로 세분화 한만큼 배터리사들의 원산지 및 제조시설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기업은 그동안 전기차 캐즘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방 시장인 완성차업체(OEM)가 잇따라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자 배터리기업들의 판로가 크게 축소됐다. 이에 따라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버텨왔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22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한 적자는 6028억원이다. 시장에선 삼성SDI와 SK온도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코프로그룹과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소재 기업들도 지난해 영업손실을 입은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발 전기차 생크션 리스크가 한층 강화되면서 향후 사업전망은 시계제로다.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관련 시장 위축으로 배터리와 배터리소재 산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캐즘 여파가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조금 기준이 강화되고 그 규모도 줄면서 전기차 시장 자체가 축소될 것”이라며 “완성차는 물론 배터리 등 전후방 산업 전체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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