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 맞은 해운업]HMM, 이익체력 둔화…고정비 통제가 관건정기선 운항 위해 ‘매출원가·판관비·금융비’ 투입…매출 8조 이하면 손실 구간
고설봉 기자공개 2025-02-06 07:42:59
[편집자주]
해운업 호황기는 이어질까. 글로벌 분쟁 장기화와 공급망 재편 등 시황호조로 그동안 해운업은 전성기를 구가해왔다. 유가와 환율 등 변수는 크지만 이를 뛰어넘을 만큼 운임이 상승했다. 해운사들은 지난해에도 호실적을 거뒀다. 이익체력이 탄탄해지자 펀더멘털도 강화됐다. 그러나 2025년 해운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변동성이 커졌다. 긴 호황기를 끝낼 것이란 위기감이 퍼진다. 더벨은 변곡점에 선 해운업계를 진단하고 각 해운사의 경쟁력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4일 14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해운시황 저하로 HMM의 매출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HMM이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도 커진다. HMM은 연간 약 8조원 규모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 고정비를 지출하는데 매출이 그 이하로 떨이지면 영업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체급 키운 HMM…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HMM의 매출원가와 판관비, 금융비용 등은 매출의 크기와 상관없이 매년 고정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 정기선을 운항하는 HMM의 특성상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HMM이 물자 수송을 위해 투입하는 선대의 규모가 커지는데 따라 비용이 증가한 결과다.
특히 부산항을 기점으로 북미와 유럽 등 굵직한 항로에서 정기선 사업을 펼치는 HMM의 원가부담은 높다. 하루에도 수차례 정해진 시간에 선박을 취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화물의 소석률 등과 관계없이 배를 띄워야 하는 만큼 매출원가 이하로 매출이 발생하면서 영업손실이 나는 상황도 빈번하다.
판관비도 마찬가지다. 인건비와 선박보험료 등 정기선을 운항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다. 또 선대 확장을 위해 선박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부채와 차입금 등에 따른 금융비용도 고정비로 지속적으로 지출되고 있다.
실제 매출과 상관 없이 HMM의 매출원가는 2015년 5조5952억원, 2016년 5조1016억원, 2017년 5조1296 2018년 5조4989억원, 2019년 5조5172억원, 2020년 5조1288억원 등 꾸준히 5조원 초반대를 유지했다.
매출원가 규모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다. 해운재건 계획 이후 신조선 발주를 통해 확보한 대형 선박이 투입되면서 정기선 항로를 늘린 결과다. 선복량과 항로가 늘고 각 항로별 정기선 취항 일정도 이전보다 더 많아지면서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됐다.
이에 따라 매출원가는 2021년 6조382억원으로 직전 년도인 2020년 대비 17.73% 증가했다. 이어 2022년에는 매출원가가 8조1389억원으로 2021년 대비 34.79% 늘었다. 당시 코로나19 특수로 화물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HMM이 운항을 많이 늘린 결과다.
2023년에는 매출원가가 7조4261억원으로 2023년 정점 대비 8.76% 가량 줄었다. 새로운 얼라이언스 편성으로 일부 선복량이 줄고 그에 따라 항로를 조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에는 2023년 수준의 매출원가를 유지한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원가는 5조7080억원으로 2023년 3분기 5조5274억원 대비 3.27% 가량 늘었다. 이를 2023년 연간 매출원가에 대입해보면 지난해 HMM의 매출원가는 약 7조6687억원으로 추정된다.
판관비도 매출원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판관비는 인건비(급여 등)와 전산비, 임차료, 감각상각비 등으로 구성된다. HMM의 고용인원은 꾸준히 1500명 안팎을 유지해왔다. 이후 최근 1800여명으로 증가했다.
HMM의 판관비는 2015년 3292억원, 2016년 3167억원, 2017년 3052억원, 2018년 2818억원, 2019년 2956억원, 2020년 3037억원 등 꾸준히 3000억원 안팎을 유지했다. 그러다 경영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2021년 3802억원, 2022년 4945억원 등으로 지출액이 커졌다.
판관비 규모는 2023년 390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3246억원을 기록했다. 증가율은 20.98%로 이를 2023년 연간 판관비에 대입하면 지난해 4720억원 안팎의 판관비 지출이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HMM은 최근 연간 7조5000억원 안팎의 매출원가와 연간 4700억원 안팎의 판관비를 고정적으로 지출하고 있다. 정기선 노선을 취항하기 위해 연간 총 8조원 안팎의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비용은 고정비로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는 크지 않다.
◇해운시황 저하…매출 8조원 못 넘기면 영업손실
올해 해운시황 악화가 진행되면서 HMM의 영업이익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해 들어 200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해상운임이 지난해의 절반 이하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해상운임은 빠르게 하락 중이다. 더불어 글로벌 물동량이 크게 줄어드는 데 더해 중동 정세가 안정돼 수에즈운하 운행이 재개되면 폭락 수준으로 시황이 꺾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 올해 들어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 운임 수준인 SCFI는 빠르게 하락 중이다. 올해 첫째주 2505.17을 시작으로 매주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1월 24일 기준 2045.45로 집계됐다. 연초 대비 불과 4주만에 459.72 포인트 하락했다.
운임 하락은 곧바로 HMM의 매출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HMM은 SCFI이 1200 이하로 떨어지는 시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불어 소석률 등이 낮아지면 영업적자의 규모는 더 커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관건은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 8조원에 달하는 고정비 부담을 얼만큼 HMM이 줄일 수 있느냐다. 또 HMM이 화물을 추가 확보해 매출 저하를 얼만큼 줄일 수 있을지도 올해 영업손실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황 악화로 운임이 줄고 소석률이 떨어지면서 추가로 매출이 저하되는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며 "컨테이너선은 화물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배를 듸워야 하는 만큼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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