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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알뜰폰 생존경쟁]'떠오르는 맏형' 큰사람커넥트, 꺾인 성장세에 급해진 마음②1만원대 5G 20GB 요금제 최초 출시, 정체 극복 가능할까 '주목'

최현서 기자공개 2025-02-28 07:53:28

[편집자주]

국민 6명 중 1명은 알뜰폰을 쓴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의 망 도매대가 산정 방식 변경 덕에 더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다만 사업자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의 '맏형'이었던 세종텔레콤은 사업을 매각한 게 대표적 시그널이다. 꾸준히 늘던 알뜰폰 이용자 수가 39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출구 전략과 성장 방안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9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큰사람커넥트는 '궁여지책'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알뜰폰 사업 전에는 소프트웨어(SW), 인터넷전화(VoIP) 사업을 했다. 한때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SFA에 인수된 적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를 넘지 못하고 SFA의 울타리에서 이탈하게 됐다.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한 게 바로 알뜰폰 사업이다. 특히 알뜰폰 사업은 김병노 대표가 2017년 부임한 이후 힘을 받았다. 매해 10만명씩 신규 가입자가 늘었고 매출도 100억원씩 증가했다. 이를 기반으로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의 '맏형'이 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신규 가입자 증가세가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역시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게 '최저가 요금'이다. '1만원대 5G 20기가바이트(GB)' 요금제를 가장 먼저 선보였다. 이를 통해 정체를 극복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대학 동아리로 시작, '탈출구'였던 알뜰폰

큰사람커넥트의 뿌리는 1989년 경북대학교 내에 만들어진 컴퓨터 동아리 '하늘소'다. 해당 동아리는 PC통신 접속 프로그램 '이야기'를 만들었다. 모뎀 연결, 한글 표기, 자동 전화 기능 등을 갖췄던 채팅 프로그램이다. 당시 컴퓨터는 한글 표기도 제대로 못 해 '한글 카드'가 별도로 필요했다. 하늘소 일원 중 한 명이 현재 큰사람커넥트의 기술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종우 연구소장이다.

이야기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해당 동아리 구성원들은 1996년 7월 큰사람커넥트의 전신 '큰사람컴퓨터'를 세웠다. SFA가 2002년 42억원을 투자해 지분 68.93%를 확보햇던 곳이다. 큰사람컴퓨터는 한때 연 매출 100억원이 넘을 정도로 발전 가능성 높은 IT 벤처기업으로 분류됐다.

큰사람컴퓨터는 인터넷전화(VoIP)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지만 2008년 금융 위기를 넘지 못했다. 2009년부터 이어진 순손실 고리를 끊지 못했다. 지속된 손실에 투자자도 떠났다. SFA는 2012년 3월 큰사람컴퓨터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그 해 말 큰사람컴퓨터가 돌파구로 삼은 게 알뜰폰 사업이다. 2014년 '큰사람'으로 사명을 바꿨고 이후 2021년 알뜰폰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에서 지금의 사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알뜰폰은 큰사람커넥트에게 완전히 낯선 분야는 아니었다. 큰사람커넥트는 2002년 정부로부터 '별정통신 1호' 사업 자격을 취득했다. 별정통신사업은 SKT, KT, LG유플러스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로부터 망을 빌려 사업을 영위하는 곳을 뜻한다. '1호'는 음성 재판매나 인터넷폰 등의 교환 설비를 갖춰 서비스를 재판매하는 형태의 사업자다. VoIP 사업의 배경이 되는 조건이었다.

별정통신 1호 사업자는 요금제, 부가 서비스 등을 통신3사에 의존해야 했다. 큰사람커넥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4호 사업자 자격을 취득하며 알뜰폰 사업을 준비했다.

◇독립계 알뜰폰 강자 거듭났지만 실적 '제자리'

큰사람커넥트가 알뜰폰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운 건 2017년 8월 김병노 대표 부임 이후다. 그 해 11월 가입자 10만명을 넘긴 큰사람커넥트는 2018년 20만명, 2019년 30만명을 달성했다. 2021년은 40만명을 기록했다.

큰사람커넥트는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뚜렷했고 그만큼 매출도 커졌다. 2021년 337억원이던 매출이 2022년 431억원, 2023년 521억원까지 늘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7억원에서 2023년 20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큰사람커넥트의 연 수익 중 '용역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2021년 317억원이었던 용역매출은 2023년 510억원으로 늘었다. 사실상 매출 상승세의 대부분이 용역매출 증가분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큰사람커넥트의 수익은 상품매출과 용역매출로 나눠져 있다. 상품매출은 알뜰폰 단말기, 유심, 악세서리 등 판매에서 발생한다. 용역매출은 이용자들이 지불한 서비스 이용 요금을 포함하고 있다. 이 중 MNO에 지급하는 망 사용 금액 등을 빼고 남은 수익이 매출로 인식된다. 통상적으로 통신 사업자의 용역매출의 증가는 본업을 통한 현금 창출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 중 가장 수익이 높았던 세종텔레콤이 지난해 말 알뜰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큰사람커넥트가 사실상 통신 사업 단일 부문 기준 가장 많은 수입을 내는 기업이 됐다. 정부가 운영하는 알뜰폰 요금제 조회 홈페이지 '알뜰폰 허브'에 등록된 사업자 중 큰사람커넥트의 2023년 알뜰폰 사업 매출이 가장 많다.


다만 최근 들어 정체가 시작된 모양새다. 큰사람커넥트의 수익 기반인 가입자 증가세가 꺾였다. 통신3사의 중·저가 요금제 출시로 알뜰폰 시장의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브랜드와의 제휴 서비스 제공 등을 앞세운 MNO와 달리 알뜰폰 사업자들은 자금력이 부족해 공격적인 마케팅도 진행할 수 없다.

큰사람커넥트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40만명 선의 가입자를 확보했지만 지금은 약간 줄어든 상태"라며 "알뜰폰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사업 영위를 위한 제약 등이 많아진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연 100억원씩 늘어나던 매출 성장 기울기도 완만해졌다. 큰사람커넥트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560억원 정도 된다"며 "영업이익은 2023년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큰사람커넥트는 성장세 둔화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1만원대 5G 20GB 요금제를 출시했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 중 해당 요금제를 가장 먼저 내놓았다.

5G망의 20GB 요금제는 이용자 수요가 가장 많은 구간으로 꼽힌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1인당 한 달 평균 5G 데이터 사용량은 20GB 중반이다. 2023년부터 지난해 초 정부가 통신3사에게 요구했던 '중간 요금제'도 대부분 5G 30GB 이하 구간이다. 1MB당 도매대가를 1.29원에서 0.82원으로 낮춘 정부 발표도 새 요금제 출시를 부채질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관련 정책을 하겠다고 발표했을 뿐 아직 해당 도매대가를 실제로 적용하진 않았다"며 "기존 제도가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큰사람커넥트는 1만원대 요금제를 새로 내놓았을 정도로 알뜰폰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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