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알뜰폰 생존경쟁]낮아진 망 도매대가, 사업 탈출 vs 성장 도모 '동상이몽'①39개월만에 감소한 가입자 수, 대용량·저가 요금제 '반전카드'
최현서 기자공개 2025-02-27 07:55:45
[편집자주]
국민 6명 중 1명은 알뜰폰을 쓴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자(MNO)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정부의 망 도매대가 산정 방식 변경 덕에 더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다만 사업자들의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의 '맏형'이었던 세종텔레콤은 사업을 매각한 게 대표적 시그널이다. 꾸준히 늘던 알뜰폰 이용자 수가 39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탓이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출구 전략과 성장 방안을 동시에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4일 10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신 서비스의 '가성비'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알뜰폰(MVNO) 시장은 수년간 꾸준히 커졌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이제 16%를 웃돈다. 국내 통신 시장 여건이 '레드오션'으로 분류되는 가운데서도 값진 성과를 거뒀다.하지만 작년 말부터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알뜰폰 이용회선이 줄어들기 시작한 탓이다. 3년 넘게 이어지던 증가세 행진이 꺾였다. 정부가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바꾼 시점과 맞물린다. 망 도매대가가 기존 대비 최대 절반 가까이 저렴해졌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는 최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출구 전략의 시점, 일부는 보다 큰 성장 기회로 본다. 특히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들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던 세종텔레콤이 철수하자 중소 사업자들의 '새 질서' 정립 경쟁이 시작된 모양새다.
◇망 도매 산정, 리테일 마이너스에서 코스트 플러스로
알뜰폰 사업자가 MNO(이동통신사업자)에 지불하는 '망 도매대가'의 역사는 깊다. 알뜰폰의 사업 근간 자체가 MNO로부터 망을 빌리는 것에 두고 있다.
2011년 7월 1일 본격적인 알뜰폰 사업이 시작된 이후 망 도매가는 줄곧 '리테일 마이너스(Retail Minus)' 방식으로 산정됐다. 리테일 마이너스는 MNO의 망 소매 요금에서 마케팅비 등 회피 가능한 비용을 뺀 가격을 도매 단가로 정하는 방식이다.
초창기에는 알뜰폰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식이었다. MNO는 망 투자비용을 회수해야 했기 때문에 망 소매 요금을 다소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 이때 마케팅 비용이 비교적 높은 비율로 반영되기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이 싼 가격으로 망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성숙기에 접어들면 소매 요금에 포함된 마케팅비가 점차 줄어들었다. 깎을 수 있는 망 도매대가 폭이 한정적으로 변화한 셈이다. 아울러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는 능동적으로 요금제를 결정할 수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도 분명했다. MNO의 소매 요금 책정 이후 알뜰폰 사업자가 지불해야 하는 망값이 정해졌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요금 산정 방식을 '코스트 플러스(Cost Plus)'로 바꿨다. 코스트 플러스는 망 구축과 운영에 쓰이는 실제 비용에 '적정 이윤'을 더해 도매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성숙기에 접어들수록 망 운영 비용은 감가상각 등 반영으로 인해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망 도매가 산정 방식에 부합한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주력 상품은 LTE를 바탕으로 한다. LTE의 첫 상용화 시기는 알뜰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날과 같다. 서비스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LTE에 대한 신규 투자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정부의 방침을 통해 1메가바이트(MB)당 1.29원이었던 도매대가는 0.82원으로 낮아졌다. 기존보다 36% 저렴하다. 알뜰폰 사업자가 MNO로부터 연 단위로 데이터를 대량 구매하면 25%를 더 할인받을 수 있다.
◇절대 강자 사라진 독립계 알뜰폰, '저가 요금 경쟁' 점화
정부의 발표는 알뜰폰 사업자들에게 단비와 같았다. 꾸준했던 알뜰폰 성장세가 최근 꺾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알뜰폰 이용 회선은 949만2407개(16.69%)였다. 952만5558개(16.72%)였던 전월보다 감소했다. 알뜰폰 이용회선이 감소한 건 39개월만의 일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1만원대 5G 20GB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미 1만원대 5G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10GB대나 그 이하의 데이터 이용량만 제공하고 있었다.
큰사람커넥트는 지난달 1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20GB 분량의 5G 요금제를 내놨다. '독립계'로 분류되는 알뜰폰 사업자 중 처음이다.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신규 요금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스마텔, 유니컴즈와 같은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도 1만원대 5G 요금제를 새로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를 중심으로 더 많은 1만원대 5G 신규 요금제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소구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5G 20GB 구간이 매출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열쇠'로 꼽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인당 한달 평균 5G 이용량은 20GB 중반대다.
1만원대 5G 20GB 요금제는 위기 탈출을 위한 방안이자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독립계 중 유일하게 2000억원대 수익을 올렸던 '세종텔레콤'이 지난해 12월 알뜰폰 사업권을 또다른 사업자 '아이즈비전'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유리한 시장 상황을 만들어 준 것을 사업의 '엑시트' 기회로 삼은 셈이다.
반면 이번 기회를 통해 사업 확장을 꿈꾸는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도 다수다. 연간 300억~600억원 중반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곳들이다. 이들이 각자 내놓을 새 요금제의 인기에 따라 독립계 알뜰폰 사업자간 새 질서가 정립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저가 5G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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