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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M&A, 이사회의 책임 thebell desk

원충희 서치앤리서치(SR)본부 부장공개 2025-02-28 08:20:38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7일 07시0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의 성장공식을 정의하자면 외부조달, 인수합병(M&A), 분할상장으로 귀결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네이버를 카카오와 비교하는데 차이점이 명확하긴 하다. 네이버가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경향이 있다면 카카오는 '따갚되(따서 갚으면 되잖아)' 느낌이 강하다.

이런 성향 때문인지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계열사 IPO나 M&A 등에 적극적이다.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들이고 이들의 엑시트 요구를 맞춰주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 동안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해왔다. 재무관리보다 투자가 우선이다. 카카오의 빠른 성장 비결 중 하나다.

고속 성장의 후유증도 심하게 남았다. 지난 6년 중 절반(2019년, 2023년, 2024년)이 순손실 상태다. 카카오가 작년에도 당기손손실을 기록하면서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달렸다. 원인은 영업권 손상차손. M&A를 비싸게 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2019년부터는 음원사이트 '멜론' 운영사이자 아이유 소속사로 유명했던 로엔엔터테인먼트가 원인이었다. 이게 잠잠해진 재작년부터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손상차손이 터졌다. 하이브와 공개매수 경쟁을 벌이면서 웃돈을 과하게 주고 인수한 탓이다. 공격적인 M&A의 부작용이다.

회사의 재무 안정성을 뒤틀어버린 M&A는 어디서 결정된 것일까. CIO가 주도하고 오너가 승인했지만 공식적인 최종 의결기구는 이사회다. SM엔터테인먼트 주식공개매수 등을 결정한 이사회 의사록에는 구성원들의 도장이 찍혀있다.

M&A 같은 이슈가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오면 이사들은 무엇을 하는지 궁금했다. 여러 사외이사와 거버넌스 전문가들에게 물어본 결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소명의식이 강한 소수의 이사는 사업 시너지가 있는지, 감내할 수 있는 가격이 맞는지 등을 따지지만 대부분은 경영진의 설명을 듣고 도장을 찍는다.

카카오의 M&A 결정과 그로 일어난 풍파는 원론적으로 이사회의 책임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저었다. 사내이사는 몰라도 사외이사까지 연대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사회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은 만약 사외이사한테까지 책임을 지운다면 후보군 구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사외이사 후보자들이 책임소재가 큰 일을 맡기 꺼려한다는 의미다. 이게 현행 사외이사 제도의 한계다. 책임을 못 지우니 권한도 애매하다.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은 성향보다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카카오 이사회 구성원 중 누구라도 재작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오버밸류에 대해 따져본 사람이 있어야 했다. 뻔히 보이는 조 단위 손상차손과 이에 따른 재무 안정성 불안에 대해 얘기했어야 했다. 문제는 그런 말은 없었고 기록도 없다는 것이다. 침묵의 결과는 창업자와 CIO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다.

지금까지 만나본 다수의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경영진 견제를 이사회의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거버넌스를 취재하다 보면 지겹게 듣는 얘기다. 계속 이런 말이 나오는 이유는 그만큼 안 지켜지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3년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중요 과제로 내세웠다. 이사회의 기본을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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