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보드]한일시멘트, 여성 사외이사 선임 난항자산 2조 상회 불구 남성으로만 이사회 구성…제재 규정 없어 무용론 대두
이우찬 기자공개 2025-03-10 08:08:51
[편집자주]
기업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는 기구로서 이사 선임, 인수합병, 대규모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영권 분쟁, 합병·분할, 자금난 등 세간의 화두가 된 기업의 상황도 결국 이사회 결정에서 비롯된다. 그 결정에는 당연히 이사회 구성원들의 책임이 있다. 기업 이사회 구조와 변화, 의결 과정을 되짚어보며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요인과 핵심 인물을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15시14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상장사 한일시멘트가 2년 연속 자본시장법을 위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남성으로만 이사회를 구성하면서다. 다만 해당 위반엔 별도 제재가 없어 별다른 페널티는 없다. 회사측은 시멘트 산업에서 여성 전문가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의 지난해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산총계는 2조1483억원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이사회를 동일한 성으로만 구성하면 안 된다.
재계에서 남성 위주로 구성된 이사회에 여성 이사를 선임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165조의20(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은 2022년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올해도 이 조항을 준수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안에 따르면 사외이사인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수석 컨설턴트 대표 재선임 안건만 올라와 있다. 이번 주총에서 김희집 이사가 재선임 절차를 밟게 된다.
지난달 기준 이사회는 3명의 사내이사와 4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는 이사회의장을 맡고 있는 전근식 대표이사 사장과 최고안전경영자(CSO)인 오해근 대표, 선영현 총무인사·기업문화 담당이다. 사외이사는 김희집 에너아이디어 수석컨설턴트 대표, 한수희 한국능률협회컨설팅 대표, 임영문 SK에코플랜트 고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다.
이사회는 7명 전원 남성으로만 구성돼 있다. 정기 주총 이후에도 자본시장법 해당 조항을 위반하는 셈이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에도 해당 법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기준 자산총계는 이미 2조원을 상회한 2조782억원이었다. 2024년 이사회에서 여성 이사를 선임할 의무가 있었으나 준수하지 못한 것이다.
한일시멘트는 지난해에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해당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은 상법에 따른 의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으면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한일시멘트는 처벌 조항이 있는 상법상 의무 이행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전근식 대표, 김희집 사외이사, 한수희 사외이사 등 3명으로 구성됐다. 전 대표가 소위원회 위원장이다. 우선 여성 사외이사 후보 풀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2년 연속 자본시장법을 위반하는 것은 지배구조에 관한 한일시멘트 경영진의 준법 경영 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외부 평정기관의 평가도 지배구조 부문에 박한 면이 있다. 한국ESG 기준원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의 ESG 통합 등급은 'A'다. 상위 3번째 등급으로 우수한 편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지배구조 부문의 경우 'B+'로 환경(A), 사회(A+)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시멘트·건자재 분야의 특수성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우선적으로 모시고 있다"며 "우리 산업에서는 여성 전문 인력의 확보가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 관련 분야에서 우수한 여성 전문가들이 배출되는 경우 적극 검토해 이사회 구성에 반영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쟁 시멘트업체를 보면 아세아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강동씨앤엘, 삼표시멘트, 유진기업, 성신양회 등은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로 지금까지 자본시장법 해당 조항의 의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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