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선택과 집중'…결론은 '유상증자' 영업활동 캐시플로 개선 과제…규모 감안 에퀴티 조달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17 08:11:52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4일 13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유상증자 단행은 회사 사정을 감안할 떄 불가피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설 투자로 빠져나가야 할 자금은 막대한 반면 영업활동 캐시플로는 갈수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규모 자본적지출(CAPEX)을 충당하기 위해선 시장성 조달이 필요했던 셈이다.그룹 차원에서 유증을 선호하지 않는 기조가 뚜렷했지만 회사채 발행은 후순위로 밀렸다는 후문이다. 조달 볼륨 자체가 워낙 대규모였기 때문에 유증이 최선의 선택지로 모아졌다. 주가 레벨과 금융감독원의 스탠스를 감안해 2조원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란 전언이다.
◇삼성SDI 유상증자 '데뷔전'…외부 조달 본격화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이사회는 이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의결했다. 1182만1000주를 새롭게 발행할 계획으로 예정 발행가가 16만9200원임을 고려하면 총 조달 규모만 약 2조원에 달한다. 삼성SDI는 이중 1조546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나머지 자금은 시설자금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I가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59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전력은 있지만 에퀴티 방식의 조달 사례는 드물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 그룹 자체가 시장성 조달 니즈가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도 유상증자는 잘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유증 데뷔전에 나선 건 삼성SDI의 외부 조달 니즈가 그만큼 절실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다. 그룹이 신성장 비즈니스로 내건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연간 5~6조원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게 현실이다. 삼성SDI는 지난해에도 6조6205억원을 캐파 증대 등을 위한 시설 투자에 쏟았다.
물론 그룹 내 또 다른 신사업에 열중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SDI와 같이 막대한 지출을 예고했다. 그러나 영업활동 캐시플로가 개선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삼성SDI는 캐즘 여파로 수익성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24년 연결 기준 삼성SDI가 거둔 순이익은 5755억원으로 2023년(2조660억원) 대비 4분의 1 넘게 빠졌다. 2조원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마이너스(-) 1376억원으로 전환됐다.

◇회사채 조달 후순위…유상증자 대안으로 '급부상'
조달 수단도 유상증자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었다는 평이다.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공모채로 1조6000억원을 조달했던 사례를 거론하기도 한다. LG엔솔은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 전쟁 여파에도 불구하고 기관 수요예측에서 모집액(8000억원)의 5배가 넘는 3조7450억원의 자금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삼성SDI가 확보하려는 실탄이 워낙 규모가 크다 보니 회사채를 활용하기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앞선 관계자는 "LG엔솔도 1조6000억원대가 최대 한도 발행이라 그 이상을 조달한다고 가정하면 회사채로는 쉽지 않다"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려면 유증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목표 모집 자금인 2조원도 보수적으로 잡은 금액이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달 규모를 더욱 끌어올릴 여력은 충분했지만 주가가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일(13일) 기준 삼성SDI의 종가는 20만4000원에서 형성됐다. 2024년 3월 13일 기준 종가가 45만95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넘게 하락한 셈이다.
금감원의 스탠스도 삼성SDI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감독당국은 근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기업들에 날카로운 잣대를 고수하고 있는 추세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도 주가 레벨만 괜찮았다면 유증 규모를 더 늘렸어도 무방했을 것"이라면서도 "근래 유증을 둘러싼 감독 당국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2조원 수준에서 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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