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승계 로드맵 점검]오션 지분매입·에어로 유증, 이사회 투명성 지켜졌나(19)지분매입 40일 뒤 유상증자…사외이사 모르고, 경영진 미리 알았다면 문제
고설봉 기자공개 2025-04-07 09:14:54
[편집자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김동원·김동선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는 작업이 본격화했다. 그룹사 사업부문을 나누고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승계 재원 마련의 핵심 키로 여겨지던 한화에너지 IPO도 개시됐다. 정부와 규제 당국, 시장 관계자, 공급망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만큼 관심이 집중된다. 더벨은 한화그룹 승계전략을 분석하고 각 과정에서 풀어내야할 과제와 리스크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14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과 3조6000억원 규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가 한달 정도 시차를 둔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에선 ‘자체 자금은 대주주 이익을 위해 계열사에 몰아주고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금은 주주들로부터 모집한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한화그룹은 계열사간 지분 거래와 유상증자는 별개라며 맞서고 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을까.
◇지배구조 개편, 적기에 완료한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미래 성장을 위한 핵심사업군으로 방위산업을 선정했다. 육상과 해상을 넘어 항공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현재 육상과 항공 방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담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상 방산에 특화돼 있다.
방위산업 특성상 육·해·공 무기체계는 각각 별도로 분리돼 있지 않다. 단일한 무기체계 아래 유기적으로 연결돼 통합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방산업체도 내부에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최근 방산업체 트랜드는 기획·설계·개발부터 체계종합·생산·운용·판매까지 일원화 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제작 및 생산할 수 없는 체계종합업체 특성상 외부 부품업체와 협업을 강화하고 내부적으로 생산체계를 효율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간 지배구조 개편은 꼭 필요한 사안이다. 양사 합병이 근본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에서 한화에어로가 한화오션의 모회사로 중요한 전략적 판단 등 의사결정 라인을 일원화하는 것은 체계종합업체로서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효율성과 보안을 높이는 길이다.
이런 목적으로 한화그룹은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의 지배구조를 개편하기로 방향을 세웠다. 다만 시기와 자금력 등 현실적인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올해 들어 한화에어로와 한화오션 주가가 급등했다. 글로벌 정세불안으로 방산은 성장 기틀이 한층 넓어졌다. 또 미국에서 한화오션에 대한 러브콜을 계속 보내며 주가가 빠르게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한화오션 지분가치가 더 상승하기 이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10일 한화에어로는 이사회를 열고 한화임팩트파트너스(5.0%)와 한화에너지(2.3%)가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주당 5만8100원(2월10일 종가기준) 약 1조3000억원에 매입하기로 의결했다. 이 거래 이후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보유 지분율은 34.7%에서 42.0%로 늘어났다.
거래 이후 한화오션 주가는 더 치솟았다. 지난 3월 4일 8만5100원으로 급등한 뒤 8만원 대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4월 3일 현재 주가는 7만원 대에서 등락 중이다. 결과적으로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매입은 가격적인 면에서는 성공한 딜로 평가할 수 있다.

◇이사회 공개 시점 언제?…유증과 시차 40일
딜 자체에 대한 문제는 없지만 이사회 등 논의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화오션 지분 인수 뒤 약 한달 시차를 두고 한화에어로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며 논란을 키웠다.
통상 기업은 연간 단위로 큰 틀의 경영전략을 세운다. 이후 전략을 세분화 하고 각 분기 및 월간 단위로 주요 사안들을 결정해 추진한다. 특히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명운을 경정하는 주요 의사결정은 이미 몇 개월 혹은 몇 년 전부터 준비한다.
기업이 경영전략을 펴치는 과정에서 최고 의사결정 기구는 이사회다. 이에 따라 기업 경영진들은 이사회에 주요 경영전략 및 안건을 공개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경영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은 이사회 내에서 해당 안건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기초자료와 보완자료 등을 제공한다.
특히 기업 외부에서 발탁한 사외이사들과 기업 내부 임원들로 구성된 사내이사간 정보의 비대칭을 없애기 위해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에게 안건 내용 등을 미리 전달한다. 통상 이사회 전에 논의될 안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충분히 내용을 검토할 시간을 준다.
한화오션 지분 인수에 대한 이사회 결의는 2월 10일에 있었다. 이후 유상증자 논의를 위한 이사회는 3월 20일 개최됐다. 물리적으로 약 40일간의 차이가 난다. 사외이사들은 관련 내용을 미리 고지받지 못했다.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 등 여부와 관련 없이 사내이사인 김동관 부회장 등과 사외이사들간 정보의 비대칭이 있었는지 여부다. 김 부회장 등 경영진들이 유상증자 논의를 언제 시작했는지가 관건이다.
아이디어 차원이라도 김 부회장 등이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대규모 유증을 연간 사업계획으로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면 현재 시장에서 제기되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절차적 정당성은 확보했지만 이사회 경영의 투명성 등은 훼손될 수 있는 문제다.
한화에어로 이사회는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김동관 부회장과 손재일 사장, 안병철 부사장 등 3명의 사내이사와 김현진·전진구·전휴재·정도진 등 4명의 사외이사가 있다. 손 사장과 안 부사장 모두 김동관 부회장이 임명했고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전문경영인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에어로 사외이사들이 한화에어로의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 안건을 동시에 의결했다면 둘 중 하나는 부결됐을 것”이라며 “한화에어로 경영진들이 이미 연간 계획으로 두 사안을 검토하고 있었고 한화오션 지분 인수와 유증 안건을 시차를 두고 논의한 것이라면 이사회 경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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