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 분석]생존 기로 선 중소형 생보사, '이익률' 제고 관건[생명보험]⑤3년 새 자기자본 2.5조 하락 …'ROE 상승률' 1위 흥국생명 눈길
최은수 기자공개 2025-04-14 08:09:46
[편집자주]
인풋과 아웃풋, 들인 돈에 비해 얼마나 큰 효용을 얻느냐는 투자자들의 기본 마인드셋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가장 가시적인 방법은 자기자본 대비 얼마나 큰 '파이'를 만들어냈는 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를 수치화한 것이 바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글로벌 화학 기업 듀폰(Dupont)은 ROE를 순이익률·총자산회전율·레버리지비율로 나눠 ROE의 증감 요인을 분석한다. THE CFO는 국내 기업들의 ROE를 듀폰 분석법에 기반해 해석해 봤다. 이를 통해 기업이 창출한 ROE의 배경과 숫자의 의미를 분석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8일 08시18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생명보험 시장은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3사(빅3) 중심으로 움직인다. 2020년부턴 빅3의 수입보험료가 기타 중소형 및 외자계보험사(21곳)의 총합을 넘었다. 통계에 기반한 큰 수의 법칙이 업을 지배하는 특성상 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질 예정이다.대부분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은 반등을 위한 시간과 기회 모두 부족하다. 새회계·자본건전성 제도는 이미 시작됐고 추가 금리하락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나마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유리한 자본조달을 위한 최적의 몸'을 만드는 고육책이 길이다. 이들이 스스로 보유 자본을 줄여 ROE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택하는 것도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빅3 뺀 중소형 보험사 살펴보니, 흥국생명 유일한 두자릿수 ROE
THE CFO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간 국내 중소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자산총계 기준 상위 5곳(신한라이프·농협생명·미래에셋생명·KB라이프·흥국생명)을 추려 ROE 추이를 살펴봤다. ROE는 당기말 지배기업 소유주 및 누적 기준 순이익을 당기말 지배기업 소유주 귀속 자본으로 나눠 비율을 산출했다.
중소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ROE가 가장 높은 곳은 흥국생명이었다. 2024년말 기준 12.92%를 기록했다. 자산총계 기준 상위 10위 안의 생명보험사 가운데 두자릿수 ROE를 기록한 곳은 흥국생명이 유일하다. 이밖에 신한라이프가 7.5%로 준수한 성과를 냈고, KB라이프(6.00%), 미래에셋생명(5.31%), 농협생명(5.05%)이 자리했다.
다만 국내 주요 보험사 가운에 전년 동기(YoY) 대비 2024년 지배기업귀속분자본과 지배주주순익 그리고 ROE가 모두 감소한 곳(13.61%→12.92%)도 흥국생명이었다. 흥국생명은 2024년 순익이 YoY 대비 34%나 급감했음에도 두자릿수 ROE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자본 역시 30% 이상 감축한 결과다.

여러모로 이례적인 흥국생명을 제외하면 앞서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ROE 추이는 직전 3년 간 1%~5%를 오르내린다. 해외 보험사들은 ROE가 두자릿수를 무난히 넘는 걸 고려하면 들인 자본 대비 효용이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ROE가 어려운 업황과 대형사 쏠림 현상 속에서 악전고투 중인 국내 중소형 생명보험사의 현실을 투영한다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중소형 보험사들의 ROE가 점진적이나마 상승세를 보이는 점이다. 2022년 전까진 생명보험사들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변화하는 규제·회계 제도에 대응하는 데 역량을 쏟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2022년 새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전면 도입이 시작된 후부터 상승폭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해당 기간 가장 적극적으로 ROE 개선에 성공한 곳은 미래에셋생명이다. 수치로 보면 ROE가 이제 5%대로 올라섰지만 YoY로 살펴보면 1.95%포인트의 상승세를 보였다. 2024년 7%의 ROE를 회복한 신한라이프도 YoY ROE가 1.90%포인트 상승했다. 신한라이프의 ROE는 2021년 최저점 대비 4%나 높아졌다.
농협생명은 5년 사이 ROE를 350bp(1bp=0.01%)나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5%대 그친다. 주요 중소형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낮다. ROE 관리에 인색한 금융지주의 기조가 생명보험사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유리한 자본 조달 위한 ROE 몸만들기 사투 계속될 듯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ROE 추계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흐름은 이들의 2024년 자기자본이 2023년 대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단 점이다. 그리고 이 움직임은 자본확충 압박이 거세지는 중소형 생명보험사들의 피치못한 몸만들기 과정으로 해석된다.
생명보험사는 자기자본을 포함해 가용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K-ICS 비율 130%) 준수할 것을 요구받는다. 이 상황에서 중소형사들이 일제이 자기자본을 감소시켰고 ROE는 끌어올렸다. 이 지점에서 이들이 건전성을 포기하면서까지 택해야 할 요인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통상 보험사들은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은 효용도 낮고 성사 가능성도 높지 않다. 자연스럽게 자본성증권 발행을 위해 시장을 태핑해야 하는데 이때 금리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ROE와 이자보상배율이 꼽힌다. 전반적인 채권 발행금리는 신용평가사들의 평정을 따르지만 보험사마다 '개인기를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 곧 ROE인 셈이다.
농협생명의 독특한 사례 역시 앞서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적극적인 자본수혈이 계속되고 있다. 물론 농협생명도 자체적으로 부채자본시장(DCM)을 두드려 오긴 했다. 그러나 지주로부터 수혈이 이뤄졌고 앞으로도 여지가 있는만큼 상대적으로 ROE에 관심을 적게 둬도 문제가 없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흥국생명의 특수 사례도 이 관점을 놓고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흥국생명은 IFSR17 본격 도입 전인 2022년 자기자본이 3조8000억원에 달했는데 2년 만에 조5000억원을 걷어냈다. 이를 통해 ROE 핵심 모수를 줄이면서 지표를 두자릿수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ROE라 발행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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