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공룡 서울보증, 너무 움츠렸다 리스크 회피에 집중..시장 개방 앞두고 '악수' 지적도
이 기사는 2010년 03월 08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회사들이 보증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하는 곳이 서울보증보험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보증 상품을 운영하고 있어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접근하기에 가장 수월했던 곳이 서울보증보험이었다.
그러나 서울보증은 과거와 달라졌다. 예전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승인률도 낮다는 것. 그러다 보니 최근 큰 장벽으로 가로막힌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보증의 보증업무는 상당히 보수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 금융정책이 '기업에 대한 보증 확대'로 방향이 잡혀 대부분의 보증회사들이 큰 폭으로 보증을 늘린 반면 서울보증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며 몸을 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회사라는 점과 과거 IMF 외환위기와 대우·SK 사태의 트라우마(trauma:정신적 외상), 그리고 여전한 숙제인 공적자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보증보험에 따르면, 올해 1월말 현재 서울보증의 보증잔액은 177조원으로 2009년 3월말 170조원에 비해 4% 늘었다. 2008년(회계연도 기준) 증가율 11%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국내 보증사업의 또 다른 축인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실적은 급증했다. 정책기관으로서 정부가 추가 지원에 나서면서 가능했다.
신용보증기금의 지난해말 보증실적은 39조2400억원으로 전년 30조3800억원에 비해 29% 급증했다. 2005년 이후 줄이던 보증 규모를 금융위기가 도래한 2008년부터 크게 늘린 것이다.
기술보증기금도 마찬가지. 2005년 이후 줄이던 보증 규모를 2007년 소폭 늘렸고 지난해 잔액이 17조1400억원으로 전년(12조5000억원)대비 36% 대폭 확대됐다.
특히 건설업과 관계가 있는 이행보증 실적은 급증했다. 신보의 이행보증은 2008년말 3264억원에서 2009년 799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기보 역시 같은 기간 339억원에서 621억원으로 늘었다. 서울보증의 건설업종 보증은 13% 수준이 유지됐다.
건설업 보증에 전념하고 있는 대한주택보증·건설공제조합과 비교해도 서울보증의 보증 정책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 서울보증 상품과 겹치는 이행보증을 주로 하는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말 보증잔액이 43조원으로 2008년 32조5000억원에 비해 10조원(32%) 이상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 위기 이후 정부에서 보증 확대를 기치로 내세웠고 모든 보증기관들이 부담이 될 정도로 적극 나선데 반해 민영회사인 서울보증만이 움츠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위기를 전후로 서울보증은 철저히 리스크를 회피하는 전략에 집중했다. 2007년까지 20%대였던 경과손해율이 2008년 이후 50%대로 치솟으면서 그 절심함은 더해졌다. 때문에 기존 거래 관계에 있던 기업, 특히 건설회사에 대한 등급 산정 기준과 심사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IMF 외환위기, 대우 사태 등을 겪으면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최근의 금융위기 역시 리스크 관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보나 기보, 그리고 건설공제조합 등은 정부 혹은 건설회사 출자가 있지만 서울보증은 그렇지 않아 공격적으로 보증을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보증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보증시장 개방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정도와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사실상 확정된 보증시장 개방을 앞두고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세적인 전략이 오히려 '악수(惡手)'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독과점적 성격이 강한 국내 보증시장이 개방되면 시장의 지배 구도와 성격이 달라질 것"이라며 "서울보증 역시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고객 중심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젝트의 사업성에 대한 검토에 앞서 보증 단계에서부터 발목이 잡히는 것은 현 독과점적인 보증시장 구도에 기인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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