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 지위 법적으로 보장하라" 금융사 CRO 설문조사.."리스크조직 독립 성과 평가 과제"
이 기사는 2010년 04월 15일 10: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회사 최고 리스크관리책임자(CRO) 네 명 중 세 명은 지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상시적으로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스크관리 총책임자가 '자리'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최고경영자(CEO)의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리스크관리 책임자가 자리에 연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회사가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할 때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됨은 물론이다. 비유하자면 액셀만 있고 브레이크는 없는 자동차와 같은 셈이다.
프로페셔널 정보서비스 'thebell'이 국내 주요 금융회사 CRO를 대상으로 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CRO의 75%가 CRO에 대한 지위보장 장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 CRO 75% "지위 법제화 또는 모범규준 제정해야"
응답자의 35%는 "CRO의 독립적인 리스크관리 정책 입안과 집행을 위해 일정 기간의 임기보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법적으로 독립성을 인정하고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법적인 보호장치가 없을 경우, 경영진의 단기성과 추구논리에 밀려 리스크 관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적 강제보다는 모범규준 형태로 CRO를 보호해야 한다는 답변도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CRO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모범규준 형태의 권고로도 충분하다는 것. 모범규준 형태의 지위보장이 필요하다고 답한 CRO들도 장기적으로는 법적 조치로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일부 응답자는 CRO의 지위를 법제화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한 CRO는 "CRO를 등기 임원으로 제도화할 경우 오히려 적격한 사람이 CRO가 되지 못하는 폐단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응답자들은 법적 지위보장보다는 실질적인 CRO의 독립성 강화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를 위해 CRO 해임을 이사회의 결의 사항으로 명시하고, 해임 사유가 타당한 지 여부에 대해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 "리스크관리조직 독립 보상체계 마련해야"
리스크 관리 체계 개선을 위한 장·단기 과제를 묻는 질문에 CRO들은 리스크관리 문화 확산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주문했다.
금융회사 한 CRO는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이사회 및 경영진의 리스크관리에 대한 이해수준을 제고해 리스크 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인력관리 및 시스템 구축에 대한 권한이 상당수준 CRO에 위임돼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CRO는 "단기적으로 CEO는 CRO와 동일하게 리스크를 봐야 하고,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CRO라는 CEO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출부문 리스크에 대한 시각 확보를 위해 CCO(여신담당임원)를 CRO 산하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리스크 관리 인력에 대한 독립적인 성과보상 체계 마련과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답변도 많았다.
설문에 응한 한 CRO는 "리스크관리 임원을 포함한 임직원의 성과보상 등의 처우 개선과 인사상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감사와 동일하게 내부통제 기구로서의 리스크관리 본부 조직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이같은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최근 리스크관리 부문에 대한 독립적 성과평가 기준을 마련토록 했다.
이 외에 리스크관리 인력 풀(pool) 확대를 위해 리스크관리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을 늘리고 정례 연수 등 교육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번 설문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20개 금융회사(금융지주 1 , 은행 6, 증권 8, 보험 3, 여전 2)의 CRO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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