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弗 GDR…OCI 3대 후계자의 시험대 오너家 이우현 부사장 등 지분희석 불구 강행의지
이 기사는 2011년 03월 30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CI가 5억 달러 규모 글로벌예탁증서(GDR)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계획하면서 오너일가 이우현 부사장이 부각되고 있다. 창업주의 직계 3세로 회사 안팎에서 경영수업을 쌓아온 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전면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OCI가 대규모 조달을 하려는 이유는 향후 3년간 공격적으로 시설투자를 확대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OCI의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지난해 2만7000톤에서 올해 4만2000톤, 2012년 6만2000톤까지 가파르게 늘어날 예정이다.
경영진 수뇌부는 2012년을 기준으로 폴리실리콘 생산능력 부문에서 세계 1위 회사가 되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 야심찬 계획은 이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 경쟁사들의 무분별한 설비확장 경쟁으로 인한 치킨게임 우려도 있지만 과감한 결단을 통해 업계 수위자리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이 부사장을 비롯한 OCI 내의 신진 경영세력은 태양광 시장의 성장을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1년 태양광 시장은 지난해보다 26.7% 증가한 18.5GW(기가와트)에 달할 것이라는 게 긍정론자들의 주장이다. 시장이 지난해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커왔다면 올해부터는 미국과 중국이 헤게모니를 쥐고 주도적으로 파이를 키울 거란 분석이다.
이런 이머징 마켓에서는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 고순도의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선 원가 경쟁력을 늘리기 위해 시설투자를 확대하는 게 전략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부터 내부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과 증설을 주장해 왔다. 당초 지난해 11월께 시장을 통해 증자를 타진했지만 이 계획이 미리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11월 5일 주당 37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1월 6일 28만2500원까지 24% 이상 떨어졌다.
당시 이 부사장 등은 대규모 증자를 원했지만 주요 주주 및 일부 이사진들은 이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채비율이 낮아 채권발행이 가능하고 연간 마진으로도 꾸준한 재투자가 가능한데 굳이 지분비율을 희석시키면서까지 증자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반론의 주된 내용이었다.
기존 주주들은 주가하락을 염두에 두고 증설로 인한 수급불균형과 제품가격 하락을 반대 명분으로 삼은 셈이다.
이런 갈등은 창업 2세대와 3세대의 의견차이로도 볼 수 있다. OCI는 고 이회림 명예회장이 창업해 현재는 그의 세 아들인 이수영 회장(11.38%)과 이복영 삼광유리 회장(5.77%), 이화영 유니드 회장(5.66%)이 주요주주로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우현 부사장은 이수영 회장의 큰 아들로 3세대 후계자로 지목되지만 부친과 숙부들에 의해 경영능력을 검증받아야 하는 위치다.
이 부사장은 이번 GDR 발행에 앞서 지난 2월 중 뉴욕과 보스톤, 런던, 도쿄 등으로 기업설명회를 다녀왔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회사의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GDR 발행에 앞서 사전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거래와 상관없는 논 딜 로드쇼(NDR)였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는 GDR 발행에 앞선 프리마케팅 성격에 가까운 분위기였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원화로 6000억 원이 넘는 5억 달러 규모의 GDR 발행은 기존 OCI 주주들의 지분을 희석시킬 요인이다. 하지만 이 증자가 성공할 경우 OCI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인정을 얻을 수 있다.
신진 세력이 GDR을 준비하는 사이 이달 초 일본 지진이 발생하며 팽팽하던 균형은 이 부사장 측으로 급격히 쏠렸다. 폴리실리콘 업계의 경쟁기업인 도쿠야마(Tokuyama)와 엠 세텍(M.Setek)이 당분간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에 대한 기피현상과 유가급등으로 폴리실리콘 기업의 후방산업인 태양열 발전 수요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모두가 OCI 증자의 명분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부사장이 보유한 OCI 지분은 0.94%. 증자가 이뤄지면 자신의 지분도 희석돼 당장의 경영승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부사장은 거래 성공에 따라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회사의 도약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 2009년 회사의 수주기회를 활용한 불법 내부자거래 혐의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은 이 부사장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쏠렸던 부담을 털어낼 절호의 기회다.
이미 시장 분위기를 타진한 만큼 GDR 발행 시기를 늦추는 건 불필요한 논란이 될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DR 결과 OCI에 대한 해외 대형 투자가들의 인식이 미미한 게 한 가지 걸림돌이다. CS 등 주관사단의 활약에 따라 결정될 발행가격도 거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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