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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한국판 모토로라'가 어려웠던 이유 '휴대폰 제조업체'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과제

문병선 기자공개 2011-10-25 15:35:40

이 기사는 2011년 10월 25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애당초 한국판 '구글과 모토로라의 딜'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까.

팬택 채권단이 최근 약 한달간 여러 투자자를 상대로 팬택 인수 의향을 알아봤으나 원매자가 없어 결국 매각 작업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성공적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까지 오른 기업이어서 안팎의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던 셈이다.

매각이 뒤로 미뤄졌다고 해서 팬택이 입을 당장의 상처는 없다. 어차피 채권단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고 박병엽 부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만큼 원매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지금의 경영 구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한 팬택 임직원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팬택 채권단 역시 출자전환 지분만큼 채권 회수가 뒤로 늦춰지게 됐으나 예상못한 흐름이 아니다. 태핑 단계 이전부터 채권단 내부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흐름이 혼탁해져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팬택이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일정에 한가지 옵션을 추가해 유증 참여 회사를 상대로 매각 '의사'만을 타진해보는 정도로 이벤트의 크기를 축소시킨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각이 미뤄진 현재의 상황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만은 능사가 아니다.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꽤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팬택이 M&A 시장에서 왜 흥행을 일으키지 못하는지를 분석하는 일은 장기 생존의 문제를 고민하는 일과 맞닿아 있다.

팬택이 아닌, 팬택을 '매물'로서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에서 팬택은 흥미를 끌지 못했다. 세계 ICT 시장의 격한 경쟁과 여기서 벌어지는 생존을 위한 대형 M&A와는 애당초 거리가 있다는 점이 이번 일을 계기로 확인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해 볼 수 있다.

대비되는 가정으로 만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부문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하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를 생각해 보면 팬택의 '현재' 위치는 더 분명해 진다. 물론 지난 5년여간 워크아웃을 벗어나기에도 벅찼을 팬택에게 이런 위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M&A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흥미를 끌지 못했는데 벤처기업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니지만 벤처와 비슷한 위상을 갖고 있는 반면 대기업과 경쟁을 한다"며 "인수자 입장에서 이 기업을 '수익'으로 연결시키기가 애매한 포지션"이라고 말했다.

출발점이 팬택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대만의 HTC의 성공사례도 팬택을 반추해보게 한다. 팬택이 선발 주자를 뒤따라가는 한국적(?) 전략을 택했다면 1997년 작은 벤처로 시작했던 HTC는 한 곳에 집중하고 여기서 앞서가는 전략을 택했다.

처음부터 피처폰보다는 스마트폰에 주력했고 연구진에게는 성공보다 실패를 장려했다고 한다. 전직원 대부분이 영어를 사용하게 하는 기업 문화도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경쟁의 상대를 누구로 설정할 것인지 소속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달랐다.

팬택을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에서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팬택이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 어떤 기업가치를 만들어가야 할 지 비교적 명료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팬택은 '호출기'와 '피처폰',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두 후발주자였다. 워크아웃 졸업 이후에도 이런 전철을 되풀이 한다면 '생존'은 가능할 지 모르지만 격변하는 ICT 시장에서 '매물'로서 흥미를 끌기는 어렵다.

요즘 ICT 시장에서 기업가치는 제조하는 상품 그 이상의 '부가가치'를 만들지 못하면 도태된다. 영역도 허물어져 지금은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경쟁하지만 언제 어디서 새로운 창조적인 경쟁자가 나타날 지 모를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과정만보면 살아남은게 기적이지만 앞으로도 기적이 계속될지는 모를 일"이라며 "어떤 가치를 추구해 가야할 지 박 부회장도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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