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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금융은 지금]GA제휴 재추진…공적보험 역할 논란 재점화⑤판매수수료 상한제 1200%룰 적용 안돼…민간보험사 '시장 교란 우려' 반발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08 07:34:34

[편집자주]

우체국은 1905년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국고수납대리점으로 역할을 시작해 이제는 보험과 예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업으로 성장했다. 우체국금융은 공공성만 강조하다 부실로 금융 사업을 접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산 성장을 이뤄 이제는 우편사업을 지원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우체국금융은 자산운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없이 자본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우체국금융은 민간 금융사와의 경쟁, 자산의 운용 및 부실관리 등 난제 속에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우체국금융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프라인 창구 영업에 의존하던 우체국보험이 보험대리점(GA)채널과의 제휴를 논의하고 있다. 3300여개에 달하는 전국 우체국 점포는 그간 우체국보험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근 전속설계사 중심의 보험시장 영업 판도가 GA채널로 빠르게 이동한 데 따른 대응이다.

다만 우체국금융의 GA채널 도입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민간보험사들의 반발로 과거에도 GA채널 도입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다. 민간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우체국보험 상품을 GA에서 판매하면 공정한 경쟁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 신계약률 10년새 4분의 1토막

우체국보험은 올해 우체국보험의 판매 채널 활성화 방안에 환급금대출 확대와 함께 GA 제휴를 핵심 추진사항으로 선정했다.

우체국보험은 앞선 지난해 우체국보험 판매채널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당시 연구용역의 핵심 내용은 △우체국보험과 민영보험사 판매채널 성과 및 장단점 분석 △대면·비대면 채널별 우체국보험 성과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민영보험사 대비 경쟁력 확보 및 실적 증대 방안 △중·장기적 우체국보험의 판매채널 다각화 방안 등이다.

이중 판매채널 다각화 방안에는 우체국보험의 GA채널 가능 여부 법률 검토와 운영 시 장·단점 비교 등 판매채널 다각화를 위한 제도 개선(안) 및 추진 시 애로사항 극복 방안 마련이 포함됐다.

우체국보험이 GA채널 제휴를 핵심 추진사항으로 선정한 데에는 국내 보험시장의 영업채널 변화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전속설계사는 연평균 3.7% 감소한 반면 GA 소속 설계사는 4.8%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보험산업 모집종사 인력의 60.1%가 GA채널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GA 채널을 통한 개인형 생명보험의 가입 비중은 2012년 24.0%에서 지난해 41.3%까지 확대됐다.

손해보험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손보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8년 38조3591억원이던 GA채널을 통한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50조89억원으로 5년 새 30.4%(11조6497억원) 늘었다. 이는 전속설계사를 통한 원수보험료 증가폭(4494억원, 2.1%↑)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이 기간 전체 원수보험료가 15조7919억원(18.2%↑)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원수보험료 증가의 상당 부분을 GA채널이 담당한 셈이다.

GA채널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민간보험사들 역시 자체 GA 자회사를 만드는 등 GA채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일에는 AIA생명이 자회사형 GA인 ‘AIA 프리미어 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지난 7월에는 흥국생명이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하고 김상화 전 흥국생명 영업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 밖에도 삼성생명, 신한생명, 동양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메트라이프, ABL생명 등 다수 보험사가 GA채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영업에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점도 우체국금융이 GA채널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우체국보험은 지난 2012년 198만건의 신계약건수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신계약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신계약건수는 68만6200건에 불과해 10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익도 감소하고 있다. 우체국보험은 지난해 2949억원(보험수지)의 적자를 기록했다.

우체국이 발표한 '2023년도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시행계획'에 따르면 우체국금융은 올해 보험업의 순이익 목표치를 5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2700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에서 GA가 치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우체국보험은 기존 창구 영업에 집중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과거에는 투자운용수익을 기반으로 흑자기조를 이어갔지만 최근 고금리기조 지속으로 운용자산수익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자 보험상품 채널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판매수수료 상한제 1200%룰 배제…민간보험사 반발

우체국보험의 GA채널 제휴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 먼저 민간보험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앞서 우체국보험은 2016년에도 GA채널 진출을 타진했지만 민간보험사의 반발로 무산된 경험이 있다.

민간보험사들은 우체국보험의 GA채널 진출하면 시장 질서 왜곡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우체국보험의 상품은 정부가 보장하는 만큼 보험금이 전액 보장되는 데다 보험료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민간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우체국보험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GA를 통해 가입하게 될 경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기존 판매채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우체국보험 판매채널은 민영보험사의 전속보험설계사에 해당하는 우체국FC, 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 등의 대면채널과 지난 2010년 도입한 TM 전문 조직인 TCM(Tele-Cyber Marketing)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TCM채널을 포함해 전체 우체국FC는 약 4000명에 달한다. 우체국보험의 경우 우체국FC뿐만 아니라 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도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영업인력은 7000명이 넘는다.

보험업법에서 제한하는 초년도 판매수수료 상한제(1200%룰) 적용 대상이 아닌 점도 문제다. 우체국보험은 보험업법이 아닌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이 적용된다. 해당 법률에는 1200%룰 제한이 없다. 우체국보험이 GA를 대상으로 수수료경쟁에 나서면 민간 보험사들은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 주력채널을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 다른 관계자는 "우체국보험은 이미 자산 규모를 봐도 신한라이프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대형 기관"이라며 "공적보험을 담당하는 우체국보험이 GA채널까지 확장하면 사실상 소형 보험사들부터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GA채널의 특성상 과당경쟁이 발생할 여지가 크지만 1200%룰이 적용되지 않는 만큼 향후 국내 보험시장 교란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고 덧붙였다.

우체국금융 관계자는 "과거 GA제휴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은 맞지만 내부적으로 GA채널 GA채널을 도입을 검토했다기 보다는 단순한 시장환경 조사 차원이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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