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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좀비기업 퇴출 '과도기'

손현지 기자공개 2024-06-05 07:18:21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보다는 폐지에 주안점을 두는 거 같아요." 최근 만난 IB관계자는 최근 달라진 한국거래소 심사 기조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상장심사업무가 중단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증시입성 보단 적자기업, 일명 좀비기업의 증시퇴출에 더 포커싱 돼 있단 뜻이다.

실제로 코스닥 상장폐지심사를 담당하는 '상장관리부'의 업무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에이스 인재들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거래소 코스닥 심사조직은 상장심사를 담당하는 상장부, 기술기업상장부와 상장폐지 적격성 심사를 담당하는 상장관리부 등 3개로 나뉜다.

강화된 상장폐지 심사 기조에 피해를 입은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인적분할을 준비하던 코스닥 기업 서진시스템은 재상장을 신청한 지 5일 만에 철회공시를 내야 했다. 거래소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자로 분류해 주식거래정지를 결정한 탓이다.

거래정지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기에 빠른 철회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실무진 입장에선 이해가 안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거래소의 스탠스가 워낙 완강했기에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철회 이후가 더 문제였다. 거래소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도 모자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까지 올렸다. 한시적이지만 영업이익이 마이너스로 집계됐다는 점이 주 이유다. 거래정지는 15일 정도 이어졌다.

거래소가 간과한 부분도 있다. 바로 개인 투자자 보호다. 거래정지가 길어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거래소와 금융당국이 파두사태에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도 개인투자자 보호다.

최근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은 좀비기업 퇴출을 주요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자본시장의 레벨업을 위해 부실기업은 조기에 퇴출시키고 우량기업 심사는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필요한 부분이다. 상장 이후 5년간 재무제표 개선이 안되는 기업들에겐 퇴출이란 초강수를 둬야하는 점도 공감한다. 국내 상장사수(2600개)가 선진국에 비해 많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기 속에서 모험자본과 좀비기업의 구분이 없어진 듯한 느낌도 든다. 단순히 실적만으로 기업을 증시에 입성시키고 또 퇴출시키려는 기조도 강해진 듯하다.

작년 파두사태로 적자기업의 증시 입성 기회도 턱없이 줄었다. 거래소는 미래이익추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테슬라·기술특례상장·스팩 전형 기업들에게 어느때보다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배터리 등 선주문 베이스로 실적을 산출해야 하는 경우 적자일지라도 혁신기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증시가 혁신산업과 모험자본 생태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거래소의 탄력적인 심사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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