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가장 큰 고민은 '시간'이다. 신약개발 섹터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혁신신약을 만들려면 임상을 해야 하고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선 반드시 피 같은 시간과 돈을 함께 버려야 한다.결과를 얻기까지 신약후보물질의 시제품 생산부터 임상 운용 모두 시간이든 자금이든 비용과 연관된다. 글로벌 항암신약이 탄생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은 4000억원 넘게 든다. 사람을 살리는 항암제 개발 자체가 큰 산업을 일구고 혁신신약이 비쌀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바이오텍이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는 건 그저 개발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임상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제는 차치해도 '개발 골든타임'을 놓치면 신약을 만들어 내도 투입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단 불안감이 자리한다.
역대 가장 많은 참석기업을 대상으로 풍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내놓은 2024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 글로벌 이목이 집중되는 이 학회의 주요 이슈에서도 바이오텍의 기저에 자리한 뜻밖의 불안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 임상 3상을 마치고 신약품목허가에 나섰던 HLB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고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ASCO 2024에 참여했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경쟁자인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의 옵디보와 여보이의 양호한 병용 임상 결과가 공개되며 또 한 번 전환점을 맞았다.
BMS의 옵디보와 여보이가 잡은 대조군 역시 소라페닙으로 HLB와 같다. 또 다른 경쟁자인 렌바티닙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OS 개선 효과를 입증했는데 이 역시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데이터와 대동소이하다.
간암은 전 세계 기준 폐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러나 2020년 초만 해도 약 자체가 드물었던 간암 초기(1차) 치료 시장이 이제는 출시된 의약품을 포함해 어느새 4파전 국면이다.
아무리 시장이 커도 무려 4개의 약물이 1차 치료제 자리를 노린다는 건 시장을 겨냥한 모든 기업에게 리스크다. 더불어 당초 전망했던 시장 파이가 줄어드는 우려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기존 치료제 대비 훌륭한 신약이 쏟아져 나오는 건 환자 선택권 제고 측면에선 좋은 변화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전력을 쏟아도 모자랄 바이오텍들은 달갑지 않은 르네상스를 이겨낼 비전과 대책 마련에도 힘을 빼야 한다. 골프를 못치는 데 1만가지 변명이 있듯이 혁신신약 개발도 이렇게나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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