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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RFHIC, 10년 기다림 끝 탄생 '질화갈륨 증폭기'로 도약①글로벌 통신장비사 계약 성과, 미·중 갈등 탓 실적 타격

최현서 기자공개 2024-07-03 07:39:27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9: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에프에이치아이씨(RFHIC)는 인고의 10년을 보냈다. 조삼열·조덕수 형제가 RFHIC의 상황을 보고 질화갈륨(GaN) 증폭기를 만들기로 하면서다. 적자 경영의 터널 끝에 맞이한 결과물은 글로벌 통신장비사를 고객으로 맞이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해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가 이탈하며 새로운 생존 전략을 구상해야 했다. RFHIC는 GaN 반도체 수요 대응과 방산 사업 강화를 중심으로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섰다.

◇성장 날개 달아준 GaN 증폭기

조삼열 RFHIC 회장은 연세대학교에서 전자공학과 석사 학위를 받은 기술자다. 창업 이전까지 통신 장비를 제작하는 중소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조 회장은 수입산 증폭기에 의존하던 현장을 목격했다. 수입 부품으로 만들어진 국산 통신 장비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다.

조 회장은 퇴사 후 1999년 8월에 일반 증폭기(전파의 신호를 강화하거나 명확도를 높이는 부품) 제조사 RFHIC를 세웠다. 하지만 IMF 사태로 경제가 얼어붙어 사업 시작부터 어려움에 빠졌다. 조 회장은 본인보다 9살 어린 동생을 RFHIC 대표 자리에 앉혔다. 동생은 뉴욕대학교 경제학과를 나와 시장 흐름을 잘 읽었다. 그렇게 RFHIC에 입사한 조덕수 대표는 현재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형은 기술을, 동생은 경영을 맡았다. 형제는 RFHIC가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봤다. '일반 증폭기 제조사'로서 RFHIC는 경쟁력이 없었다. 블루 오션이었던 통신 시장에 모두가 뛰어들어 경쟁도 심화되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RFHIC가 특출난 기술력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고급화에 도전해야 했다. 그렇게 질화갈륨(GaN)으로 만든 증폭기를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는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 증폭기 '수평확산형모스(LDMOS)'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RFHIC가 처음에 팔았던 제품군도 실리콘 LDMOS다. 실리콘 LDMOS는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실리콘은 대량 생산하기 수월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실리콘 LDMOS 기술이 30년 이상 쓰였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하지만 3㎓ 이상의 고주파를 증폭시키기에는 전력 효율이 좋지 않았다.

GaN 소재 자체는 증폭기에 쓰일 차세대 소재로 각광받고 있었다. 3㎓ 이상 고주파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전력 효율은 실리콘에 비해 14% 높았고 전력 사용량은 20% 낮았다. 문제는 비쌌다는 점이다. 레이더와 같은 군사 목적이나 인공위성 교신용 등에만 쓰였다. RFHIC는 이를 민간에 쓰도록 개발하고 상용화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형제는 투자금 130억원을 밑천으로 삼았다. 고급화 전략 모험은 고통을 수반했다. 사업 시작 후 3년간 매출이 없었다. 수익원이 생겨도 영업적자 터널은 7년간 이어졌다.


성과는 2005년부터 나기 시작했다. 그 해 민간에 쓸 수 있는 GaN 증폭기를 만들었다. 2008년에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크리(현 울프스피드)'로부터 협업 제의를 받았다. GaN 증폭기 설계를 RFHIC가 하고 제조는 크리가 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해 12월에는 삼성전자 벤더(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

GaN 증폭기는 RFHIC를 노키아, 에릭슨, 화웨이의 벤더가 되도록 이끌었다. 글로벌 주요 통신 장비업체가 고객사가 되면서 실적에도 힘이 붙었다. 2015년 연결 기준 매출 497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이던 실적은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612억원, 55억원까지 뛰었다. 2017년에는 코스닥에 입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미·중 갈등으로 추락한 실적, 사업 다각화로 극복 시도

RFHIC는 2018년 매출 1081억원, 영업이익 267억원을 기록하며 첫 연결 기준 매출 1000억원을 넘기는 결실을 맺었다.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주요 고객사였던 화웨이와의 거래가 중지됐다. 2020년 실적은 매출 705억원, 영업적자 30억원으로 주저앉았다. 3㎓ 이상 고주파를 쓰는 5세대 이동통신(5G)의 상용화가 2020년부터 점차 무르익고 있던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매출 111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3억원에 불과했다.


RFHIC는 GaN 기반의 제품을 다양한 사업에 적용하는 것을 출구 전략으로 삼았다. 지난 3월 RFHIC는 스웨덴의 GaN 반도체 에피웨이퍼 개발사 '스위겐'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스위겐은 6인치 GaN 반도체 에피웨이퍼를 만든다. 해당 제품은 4㎓ 이상의 초고주파 대역에서의 전력 효율성이 높다.

RFHIC는 이번 투자로 GaN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면서도 저궤도 위성통신이나 6G에 쓰일 가능성이 높은 4㎓ 대역 사업에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RFHIC는 방산 사업에도 힘을 싣기 위해 2020년 군용 레이더와 안테나를 개발하는 업체 '비앤씨테크'를 인수했다. 지분율은 87.3%다. 2021년에는 비앤씨테크를 RF시스템즈로 사명을 바꿨다.

지난 1일에는 LIG 넥스원 출신 권병현 부사장을 방산항공우주부문 사장으로 선임했다. 권 부사장은 LIG 넥스원에서 포병 자동화 시스템과 함정용 전자전 장비 등의 개발에 참여한 경력을 갖고 있다. 또 C4I STAR(지휘통제통신·감시정찰·표적획득) 사업 부문장도 거치면서 군사 통신 분야의 역량도 길렀다.

이번 권 사장 영입으로 RF시스템즈와 LIG 넥스원의 협력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달 180억원 규모의 함정용 전자전 장비에 쓰이는 고출력 전력 증폭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양사의 협력 관계는 2020년 10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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