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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쏠리드, '한우물 전략' 버리고 VC사업 '시동'②팬택 인수·실패, 통신 외 사업 정리…벤처투자 자회사 설립 '다른 길'

최현서 기자공개 2024-06-26 08:06:25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4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쏠리드의 핵심 수익원은 통신 분야다. 제조 장비를 통신3사에 납품하거나 해외에 수출한다. 민간 통신 장비를 암호화 처리한 제품을 군용으로 납품하기도 한다. 특히 군 통신 분야 매출이 가파르게 늘며 쏠리드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쏠리드는 주변 사업으로 확장하는 대신 주력 분야를 깊게 파고 드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팬택 인수로 느낀 교훈 때문이다. 2015년 500억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며 팬택을 샀던 쏠리드는 2년 뒤 1000만원에 회사를 처분한 악몽 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

다만 올 들어 오랜 만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채비를 하고 있다. 벤처 캐피탈 성격의 자회사를 세우며 7년간 유지하던 한우물 전략에 변화를 일으켰다. 통신 밖 분야의 벤처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가 기대된다.

◇통신 기둥에 꽃피는 '군 통신 장비'

쏠리드는 매출의 100%를 사실상 통신 부문 사업으로 일으킨다. 세부적으로는 △통신장비 제조와 판매 △국방사업(군 통신) △사물인터넷(IoT)으로 나뉘지만 모두 통신장비 산업 영역에 포함된다.

쏠리드의 주 수익원은 통신3사와 해외에 납품하는 중계기를 비롯한 민간 통신장비다. 올 1분기 기준 통신장비로 발생한 매출은 567억원으로 쏠리드의 연결 기준 매출(749억원) 중 75.7%를 차지했다.

국방사업으로는 군 통신의 핵심인 전술정보통신체계(TICN)나 군 위성통신 장비를 삼고 있다. TICN은 아날로그 통신 방식을 첨단 네트워크 체계로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음성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과 같은 대용량 데이터도 교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체계다. 쏠리드가 지분 97.4%를 갖고 있는 자회사인 쏠리드윈텍이 군 관련 통신 사업 맡고 있다.

쏠리드윈텍은 쏠리드 매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았다. 쏠리드윈텍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78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42억원)보다 320% 증가했다. 쏠리드 전체 매출의 23.8%를 차지한다. 전년 동기 6.5% 대비 존재감이 확 커졌다.

2020년 매출 261억원을 기록한 이후로 매해 100억원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고객사는 한화시스템이다. 지난해 기준 쏠리드윈텍 매출의 90%가 한화시스템 몫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8일 방위사업청과 1421억원 규모 '성과 기반 군수(PBL)' 계약을 맺는 등 TICN을 주요 먹거리로 삼고 있다. PBL은 군수품의 안정적 가동을 위해 무기 개발 업체가 개발부터 유지까지 맡는 제도를 뜻한다.

이외 쏠리드 매출의 한 축인 IoT 부문은 쏠리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쏠리드인스파이어가 담당한다.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탓에 아직까지 규모는 작다. 2022년 5월에 세워진 쏠리드인스파이어는 올해 1분기 4억65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사업 확장의 큰 전환점 '팬택 인수'

쏠리드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통신 사업에만 집중해 온 것은 아니다. 기존에 해오던 통신 장비 사업을 심화하면서 통신 주변 사업에 대한 확장 의지도 보였다. 2011년 △통신·전자기기와 부분품의 연구개발 및 제조·판매 △항공우주산업 관련 연구개발 및 부품 제조·정비·판매를 사업 목적에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사업 확장 일환으로 2015년 팬택을 인수해 계열회사로 편입했다. 쏠리드는 광디스크 저장장치(ODD) 제조업체였던 '옵티스'와 특수목적법인(SPC) '에스엠에이솔루션홀딩스'를 세우고 팬택을 인수했다. 에스엠에이솔루션홀딩스 지분의 96%는 쏠리드가 갖고 있었다. 팬택 인수에만 총 496억원을 썼다.

쏠리드가 팬택을 사들인 건 사업 시너지를 염두에 뒀다. 팬택은 '스카이(Sky)' 브랜드로 유명한 단말기 제조업체였다. 경영 위기에 빠졌지만 동남아시아 스마트폰 시장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었다. 쏠리드도 당시 동남아시아 통신장비 시장 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IoT를 포함한 팬택 특허는 3000여개가 넘을 정도로 기술력도 탄탄했다.

하지만 회사의 운명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16년 출시된 팬택의 야심작 '아이엠 백(IM-100)'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목표였던 30만대의 절반 이하인 13만대에 그쳤다. 팬택은 그 해 매출 517억원, 영업적자는 596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부터 자본잠식에 빠졌다. 결국 쏠리드는 2017년 10월 팬택을 케이앤에이홀딩스에 팔았다. 인수 2년 만으로 매각 대금은 1000만원이다. 2017년 상반기까지 쌓인 부채는 1100억원에 달했다.


◇다시 다른 사업으로 확장 시도하는 쏠리드

이를 계기로 쏠리드는 통신업과 관련 없는 사업들은 전부 정리하고 통신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2018년 교육 사업을 담당했던 쏠리드에듀 지분 100%를 매각했다. 같은 해 냉방 시스템을 개발하고 팔았던 쏠리드벤투스도 합병해 법인을 없앴다.

이러한 기조에 변화가 생긴 건 올해 1분기부터다. 올 1월 경영 컨설팅을 주요 사업으로 삼는 자회사 '쏠리드엑스'를 세웠다. 지분 100% 자회사로 취득 금액은 30억원이다.

쏠리드엑스는 실질적으로 CVC(재무적 이익이나 전략적 목적을 갖고 벤처기업에 투자하기 위한 투자한 벤처캐피털) 사업을 위해 세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 투자를 계기로 장기간 접어뒀던 '이종산업' 진출을 재차 들고 나온 셈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확장이 기대된다.

쏠리드 관계자는 "최근 시장 밸류가 낮아진 업체들이 많아 이를 염두하고 설립했다"며 "꼭 통신 쪽이 아니더라도 양자 암호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으로 정해진 투자 방향 등은 아직 없다"며 "쏠리드엑스의 구체적인 사업 내용은 올해 하반기쯤 나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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