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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세상 모든 데이터가 재료" 더블유운용 김성혁 CIO3년 누적 수익률 80%…2년전 폭락장서 플러스 수익률 '발군'

이돈섭 기자공개 2024-07-04 08:09:5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더블유자산운용의 김성혁 매니저는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연소 CIO(최고투자책임자·사진)다. 올해로 만 서른이 되는 그는 1994년생으로 최근 2년여의 운용성과를 인정받아 올 초 CIO로 선임됐다. 2022년 폭락장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달성하고, 데이터 기반 운용을 추구하면서 견고한 성과를 기록, 더블유운용 펀드 성과에 기여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갖가지 정보들을 데이터로 취급, 그 안에서 투자 힌트를 발견하는 모습은 '여의도'로 대표되는 기존 금융업권 스타일을 벗어나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효율성을 꾸준히 추구하면서 타 매니저 대비 월등한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CIO라는 직책이 처음에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이제는 무게를 이겨내 성과로 보답하고 싶다는 포부다.

◇성장 스토리: 야생에서 생존기술 습득…바텀업 리서치 주력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재학 시절 김 CIO는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당시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공부를 마음껏 하려면 먼저 돈 걱정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이 흐르는 곳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금융업에 막연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 그는 교내 주식동아리 스누밸류(SNU value)에 가입했다.

동아리 활동은 즐거웠다. 주식투자로 큰 돈을 벌진 못했지만 몰랐던 걸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2020년 졸업을 앞두고 우연히 개인투자자 사무실 인턴 모집 공고를 봤다. '주식을 배우고 싶으면 오라'는 짧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제도권 안에서 일하는 것보다 야생에서 생존 기술을 체득하는 게 빠른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국내 최고의 대학을 졸업하고 개인투자자 사무실로 향한다는 그를 만류했지만 김 CIO의 입장은 단호했다.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페어웨이인베스트먼트'라는 개인투자자 사무실에서 인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페어웨이에선 주로 바텀업 리서치에 주력했다.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기업을 탐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포털 사이트상 상품 트랜드뿐 아니라 국내외 SNS 포스팅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며 투자 종목을 면밀히 분석하는 바텀업 리서치에 주력했다. 1년여간 인턴 생활을 돌아보면 "정말 잘 배웠다"는 생각이 날 정도로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에 대한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인턴 생활이 끝나갈 때 즈음 페어웨이인베스트먼트 측에서 더블유운용의 노현복 CIO(현 대표)를 소개해줬다. 소위 여의도 손때가 타지 않은 그의 스타일은 단연 눈에 띄었다. 리서처로 합류한 그는 넉 달여 후 펀드 매니저로 정식 데뷔, 본격적인 사모펀드 운용 업무에 뛰어들었다.

◇트랙레코드: 폭락장서 플러스 수익…IT·엔터 롱포지션 주효

김 CIO가 매니저로 데뷔한 2022년은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주식시장이 휘청거릴 때다. 더블유운용 전체 펀드 재산의 10%가량 운용을 맡고 있던 김 매니저는 엔터테인먼트 섹터에 롱포지션을 잡고 투자를 확대했다. 개별 음반 스트리밍 횟수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SNS 채널상 데이터 추이를 살피면서 관련주 상승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동시에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 등 당시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아진 종목에 집중적으로 숏포지션을 설정했다. 코인 투자 열풍으로 주가 수준이 과도하게 높아진 게임주들에도 주목했다. 결과적으로 김 매니저는 2022년 플러스 1%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5% 이상 빠졌던 것을 감안하면 단연 눈에 띄는 성과였다.


김 CIO는 "데이터가 확실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고, 주가가 빠지더라도 심리적 버팀목이 되기 마련"이라며 "무엇보다 데이터에 기반해 포지션을 잡았던 것이 주효했다"고 자평했다. 엔터주 투자 여파는 그 다음해에도 이어졌다. 특히 운용업계 행동주의가 활성화하면서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매크로 정책 변화로 경기 흐름이 바뀌면서 가성비 좋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에 착안, 한국화장품 등과 같은 뷰티 관련주 투자를 적극 확대한 점도 눈에 띈다. 2차전지와 반도체 등 특정 섹터가 주도하는 당시 장에서 김 CIO는 관련 종목들을 편입하지 않고서도 20% 수익률을 기록, 하우스 안팎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작년 한 해 하우스 전체적으로 일부 펀드의 수익률 부진으로 투자금이 이탈했던 시기였던 만큼, 김 CIO의 성과는 두드라졌다. 지난해 말 K푸드 열풍을 감지, 식품주 투자에 주력한 것이 올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그의 누적 수익률은 80% 안팎 수준. 'W1000 일반사모' 등 멀티전략 펀드 대부분은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투자 스타일: 변화 속 기회 모색…기업 활동에 적극 공감

김 CIO는 투자 기업의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계속 변화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 속에서 주가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어떤 변화가 유의미한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실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온갖 정보가 넘쳐 흐르고 있는 시대, SNS상 댓글 하나를 읽어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그 함의를 생각한다.

최근 덴마크 당국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캡사이신 함량이 너무 높아 급성 중독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리콜 조치를 내렸다는 뉴스가 전해지자, 호주의 한 기자가 방송에서 자기가 직접 먹어보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서는 이 영상이 공유되면서 사람들의 시도가 잇따랐고 여기에서 김 CIO는 식품주 주가 상승 여력을 확인했다.

김 CIO는 "(삼양식품의 불닦볶음면이) 서양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맛일 텐데, 불닭볶음면 맛보기에 여러 사람들이 도전하는 걸 보면서 K푸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엿봤다"며 "개인적으로 트랜드를 주도하고 있고 변화에 직면한 기업에 투자하는 걸 선호하는데, 최근 식품주와 IT주에서 상당한 변화들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상에 널려있는 다양한 형태의 정보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데는 투자 기업에 대한 애정이 전제돼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이 성장 전략 등과 같은 큰 비전을 발표하는 걸 들으면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업의 마케팅 활동과 소비자 반응을 체크하게 되고 매출 동향과 주가 동향 역시 면밀하게 분석하게 된다는 게 김 CIO 설명이다.

김 CIO는 "대학 시절 세상을 알고 싶다고 생각해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는데, 투자 활동을 하면서 많은 정보를 보고 생각하다 보니 이미 세상과 사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상당 수준에 올라와 있는 걸 보면서 투자에 필요한 리서치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스케일 한계 극복 도전, 글로벌 투자 펀드 론칭 준비

시장에서는 김 CIO의 바텀업 리서치 기반 투자 활동에서 김우기 더블유운용 대표의 소싯적 모습이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기업 탐방 등 현장에서 저평가 기업들을 발굴해 대규모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의견이다. 김 대표는 과거 스몰캡 중심 가치주 전략을 구사하며 금융투자업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려왔다.

동종업계에서는 슬기자산운용의 송근용 이사가 작성하는 글들을 수년간 정독하고 있다. 직접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송 이사가 설파하는 원칙과 근거 중심의 투자 어프로치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서울대 스누밸류를 중심으로 운영업계 네트워크도 차츰 넓혀가는 한편 운용업계 동년배 매니저들과의 교류도 확대하려고 한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글로벌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론칭하는 것이다. 국내 시장의 경우 대부분 종목의 시가총액이 크지 않아 펀드 운용규모가 커지면 펀드가 담을 수 있는 종목에도 제한이 생겨 결국 펀드 수익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해외시장의 경우 국내보다 규모가 훨씬 커 펀드 운용 측면에서 활동 반경이 넓어지기 마련이다.

실제 더블유운용은 지난해 마케팅 임직원을 충원하면서 외부 펀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기도 하다. 더블유운용은 국내 판매 채널에서 펀딩을 추진할 뿐 아니라 싱가포르 등 해외 시장에서도 투자금 유치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내 만성적 펀딩난에 대처하기 위한 성격도 있지만 하우스 역량을 적극 확대하려는 의도 역시 포함돼 있다.

다만 해외투자 펀드는 더블유운용 입장으로선 처음 시도하는 일인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김 CIO는 " 앞으로 몇 년간 일에 정말 집중해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며 "해외투자 펀드를 통해 사이즈 이슈를 해결하고 펀드 행동반경을 넓혀 하우스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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