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베스트

[매니저 프로파일]시장 대세 ETF '트렌드 세터' 미래에셋 김남기 대표채권운용역으로 출발, 타이거 ETF 부흥 선봉

이명관 기자공개 2024-09-23 07:51:57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1, 2위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이러한 구도가 형성된 것은 5년 정도에 불과하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ETF 사장은 삼성자산운용의 독주체제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인자로 급부상하게 된 시점은 2018년부터다. 그리고 그 선봉에는 김남기 대표(사진)가 있었다.

김 대표 합류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ETF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언제 순위가 뒤바뀌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김 대표는 다양한 테마형 ETF를 전면에 내걸고 승부수를 던졌는데, 이 같은 전략이 주효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성장 스토리: 채권담당자에서 ETF 매니저로 '도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인 김 대표가 학교를 다닐 시기 주변 친구들은 공인회계사 자격증 획득 붐이 일었다. 당시 같은 학번에서 '3분의 1' 정도의 학생들이 CPA 시험을 준비했을 정도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너무 이른 시기에 자격증에 귀속돼 향후 미래가 결정된다는 점에 끌리지 않았다"며 "사회에 나가서 직접 부딪히면서 장래를 결정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고 덧붙였다.

대학생활을 마치고 그가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은 곳은 삼성자산운용이었다. 그의 첫 번째 배치부서는 회계팀이었다. 그런데 일반 회계가 아닌 펀드회계를 담당하는 부서라는 게 그에겐 다소 생소했다. 펀드회계의 주업무는 펀드의 기준가를 산출하는 역할이다. 주식시장 장이 마감하는 오후부터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됐다. 야근은 일상이었다.

계속된 강행군 속에 사회 초년생이었던 그는 입사한 지 2주만에 인사팀을 찾아 퇴사를 통보하기에 이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날이 그가 본격적으로 펀드매니저로의 삶을 시작하는 변곡점이 됐다.

김 대표는 "인사팀에 가서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입사 후 고작 2주만에 퇴사하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던 지금의 선택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담당 임원의 충고가 있었다"며 "그래도 1년은 해보고 결정하는 게 어떻겠냐고 회유했고, 결국 회사에 남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그후 그는 펀드회계부서에서 1년을 보냈다. 1년이 지났을 무렵 자연스레 채권본부로 보직을 옮겼다. 채권 트레이딩이 주요 업무였다. 3년 정도 채권 매니저로의 삶을 살았을 무렵 김 대표는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채권담당자로 꾸준한 성과를 내며 살고 있었지만 지나치게 안정적이었던 게 오히려 비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즈음 김 대표에게 ETF를 담당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있었다.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던 김 대표는 자연스레 안정보단 도전을 택했고, 그렇게 ETF 매니저로의 삶이 시작됐다. 그는 삼성자산운용에서 ETF 매니저로로서 승승장구 했다. 발탁 승진으로 최연소 팀장에도 선임되기도 했다.

물론 그에게도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높은 성과 대비 보상이 미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삼성자산운용 중심으로 고착화 된 시장이 이어지면 처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직을 결심했고, 그렇게 2019년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 이직에 이르렀다.

◇투자 스타일 및 철학: KODEX 천하 ETF 시장서 TIGER '존재감'

김 대표가 생각하는 자산운용은 투자 성과를 파는 게 아닌 투자 철학을 파는 일이다. 그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투자 성과가 좋은 펀드에 현혹되기 쉽다"며 "단기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해 돈을 끌어들이기 좋지만 자산운용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일관되고 뚜렷한 투자 철학을 사람들에 계속 전달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와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게 쌓인 철학에 기반한 신뢰가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미래에셋운용 타이거 ETF의 투자철학은 크게 세 단어로 요약된다. 글로벌과 연금, 테마다. 그는 "ETF의 본질은 저비용 장기투자"라며 "글로벌 관점에서 자산을 찾고,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테마를 발굴해서 투자자들한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철학과 관련해 그는 탄소배출권을 예시로 들었다. 이전 정부 당시 탄소배출권이 각광을 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글로벌 관점에서도 탄소배출권 ETF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그즈음 신한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삼성자산운용 등 국내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ETF 상품을 선보였다. 이에 반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탄소배출권 기반의 ETF를 출시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당시 그룹에서도 관련 상품을 검토해보라는 이야기가 꽤 있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하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사결정의 배경은 장기적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이 우하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기술이 발전되고 탄소가 나오지 않는 시기가 오면 탄소배출권은 더이상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며 "탄소배출권의 가치는 결국 '0'에 수렴하는 자산으로 봤다"고 말했다.

◇트랙레코드: 트렌드를 만든 'S&P500 현물형 ETF'

S&P500 현물형 ETF는 이런 그의 투자철학이 잘 녹아든 상품으로 꼽힌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시장 변동성이 상당히 확대되면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이 다수 등장했다. 김 대표도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편승한 상품을 출시해야 할 지 고민이 많았다. 결론은 단기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투자철학에 기반한 상품을 내놓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온 상품이 S&P500 현물형 ETF다.

그는 "미국의 투자자들이 ETF를 장기 투자로 투자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차곡차곡 자산을 모아나가는데 있어 원동력이 되는 것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S&P500 같은 지수라고 생각했다"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S&P500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상품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기존에도 S&P500 관련 상품이 있었지만, 현물형이 아닌 선물형만 존재했다. 선물과 현물형은 운용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 선물형은 미국에 상장돼 있는 선물 한 종목만 담을 수 있다. 반면 현물형은 500개의 상품을 활용해서 투자가 가능했다. 그만큼 현물형이 복잡하고 번거로움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현물형을 택했던 이유는 현물형만 DC계좌에서 편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DC 계좌에 편입될 수 있는 상품은 현물형만 가능했다. 연금 계좌를 통해서 ETF에 장기 투자를 하는 테마형 상품을 고안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시작이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S&P500이었다. 김 대표에 따르면 당시 분위기 상으로는 S&P500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았다.

초기 150억원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그후 DC형을 중심으로 자금이 모였고, 지난해 설정 총액 2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올해 8월말 기준 4조원을 넘어섰다. 그렇게 S&P500 현물형 ETF 상품은 국내에서 가장 큰 해외 주식형 상품이 됐다. 김 대표는 "처음 상품을 론칭했을 때 시장의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상품이었다"며 "변동성에 매몰되지 않고 가지고 있던 철학을 기반으로 밀어부쳤고, 결과적으로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 평가 및 향후 계획: 평안한 노후 책임지는 상품 개발 매진

김 대표는 갖고 있는 철학에 기반해 계속해서 양질의 ETF 상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미래에셋 타이거 ETF의 기본 미션이 '투자자의 평안한 노후를 책임지는 상품을 제공한다'인데, 그걸 위해 투자 철학에 따른 상품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고 있다"며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글로벌 관점에서 저비용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테마를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선에서 김 대표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창의성'을 꼽았다. 그는 "창의성도 크게 보면 개인과 집단으로 나눠 볼 수 있다"며 "그 중에서도 집단의 창의성이 어떻게 발휘되게 하는 지에 주안점을 두고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정 없는 비판이 통용되고, 자유로운 주제를 나누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회의를 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주제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통합이 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