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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IB 출신' 증권사 CFO가 전한 교훈

이정완 기자공개 2024-09-27 07:32:56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업에서 활동할 때 돈이 필요하다고 해도 재무 부서에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IB(기업금융)에서 일해본 만큼 이런 불편함은 겪지 않게 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IB 출신 증권사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만난 적이 있다. CFO는 재무와 전략부서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인물이 맡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증권사에서 상반된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색다른 느낌이 들어 IB 뱅커 경험이 CFO로 일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물었다.

IB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있으니 지원하는 역할로서 최대한 현업을 돕고 싶다는 게 그의 메시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증권사 수익성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전통 IB와 WM(자산관리)에 강한 대형 증권사는 올해 1조원대 순이익이 기대되지만 사정이 다른 곳도 있다. 기준금리 인상 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나 해외 대체투자에서 먹거리를 찾던 증권사는 수익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사정이 좋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준비는 이뤄져야 한다. 그래서 그는 조달 장기화를 택했다고 강조했다. CP(기업어음) 같은 단기 자금보다 만기가 긴 회사채 발행 규모를 키워 실무 부서에서 돈이 필요할 때 곧바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난 조달 전략인 셈이다.

IB 조직에서 부동산PF 비즈니스를 경험한 적이 있으니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 보였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Unknown unknowns)에 대해선 알 수 없지만 조금이라도 예상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불황을 촉발시킨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도 큰 변화가 생겨 미지의 영역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점차 줄어가는 분위기다.

그를 만나고 나서 '재무통'·'전략통' 같은 단어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봤다. 한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한 것을 보고 기계적으로 이름 붙인 건 아니었을까. 앞으로 더 많은 IB 출신 증권사 CFO 혹은 재무 출신 IB 전문가가 나왔으면 좋겠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질 때 조달과 투자라는 선순환이 이어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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