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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국산 P-CAB 도전기]'파트너만 바꿨는데' 보령 맞손 HK이노엔, 수익성 늘었다수수료율 낮추며 영업이익률 3%p 높여, 라인업 및 적응증 다각화로 선점효과

김성아 기자공개 2024-10-24 08:42:11

[편집자주]

3세대 소화성궤양용제 ‘칼륨경쟁적위산분비 억제제(P-CAB)’제제가 개화 5년 만에 빠른 속도로 2세대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세대교체의 주 무대는 국내다. 전 세계 규제기관 승인 P-CAB 제제 5개 중 3개가 국산 신약이다. P-CAB 개발사들은 영업력을 극대화할 파트너사들과 함께 시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 P-CAB시장을 이끄는 3사의 영업 경쟁력을 비롯해 적응증 확대, 해외 진출 등 차별화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2일 08: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P-CAB의 아버지, 선구자, 최강자. HK이노엔이 P-CAB 시장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CJ그룹 시절부터 HK이노엔은 누구도 대단하게 보지 않았던 '소화기계 신약'을 끝끝내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 플레이어들이 늘어나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든든한 영업 파트너였던 종근당과의 코프로모션 계약까지 끝나면서 시장은 HK이노엔의 P-CAB 제품 '케이캡'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HK이노엔은 순환기계 영업 강자 보령과 손잡으며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는 분위기다. 서로 다른 영역의 강점을 살리는 동시에 보령의 디테일한 '학술 영업'을 더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시너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제품군 확대·다양한 임상 데이터로 영업 ‘디테일’ 확보

HK이노엔은 케이캡이 탄생한 2019년부터 5년간 코프로모션 협업을 맺었던 종근당과의 계약을 지난해 말 해지했다. 그리고 새로운 파트너로 보령을 맞았다. 일단 결과는 긍정적이다.

의약품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케이캡의 올해 상반기 누적 원외처방실적은 9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케이캡 출시 이후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이다. 보령과 손잡은 첫 반기 실적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며 종근당과의 결별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씻어냈다.


HK이노엔과 보령, 양사의 영업 전략을 요약하자면 '선도'와 '디테일'이다. 2019년 국내 첫 P-CAB 제제로 등장한 케이캡은 업계 선두주자로 발 빠른 확장에 나섰다.

현재 케이캡은 국내 P-CAB 제제 중 가장 많은 라인업을 갖췄다. 장방형·구강붕해정 2가지 제형과 25mg·50mg 2가지 용량으로 총 4개 라인업이다. 2022년 출시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2가지 용량으로 총 2개, 올해 출시한 자큐보는 20mg 단일 품목이다.


급여 적용 적응증도 케이캡이 가장 많다. 지난해 기준 △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위궤양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25mg 한정)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총 5개 적응증에 대해 급여를 적용받았다. 펙수클루와 자큐보는 각각 2개와 1개 적응증을 가진다.

임상 연구 데이터도 다양하다. HK이노엔은 케이캡의 소화기계통 활용법뿐 아니라 순환기 등 타 계통 활용 임상도 진행했다. 5월 열린 미국 소화기질환 주간(DDW 2024)에서 발표한 연구는 경피적 관상동맥 중재술(PCI) 후 항혈소판제를 투여 받는 허혈성 심장질환 환자에서 케이캡 또는 PPI 병용 시 상부 위장관 사건 및 심혈관 합병증 발생을 비교한 연구다. 케이캡은 가이드라인에서 투여를 권고하는 PPI와 유사한 연구결과를 나타냈다.

케이캡의 활용성이 확대되면서 보령의 영업력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보령은 자사 고혈압 치료 신약 카나브 패밀리 영업을 위해 일찌감치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바 있다. 국내 신약 중 최다 수준인 5만례 이상의 임상 증례를 통해 심포지엄 등으로 데이터 기반 영업에 집중했다. 결과는 연간 1500원 상당의 매출로 돌아왔다.

보령 관계자는 “영업 실무진들은 판매하는 약제의 데이터를 활용한 차별적 영업전략을 ‘디테일’이라고 칭한다”며 “임상에서 강점을 보이는 케이캡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임상의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요소로 학술 영업에 특화된 보령의 영업 방식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외형·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은 코프로모션, 영역 확대로 병원 문턱도↓

HK이노엔과 보령은 케이캡 제품군과 카나브 패밀리의 영업을 함께한다. 제약업계에서 서로의 제품을 공동판매하는 ‘물물교환’식 코프로모션 형태는 이들이 처음이다.

이 계약에는 여러 수가 담겨있다. 우선 외형 확대다. 양사 모두 연매출 1조원을 목전에 둔 중견 제약사다. 하지만 새로운 캐시카우 없이 1000억원 이상의 추가 매출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원외처방액 1000억원대의 간판 제품 매출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수익성도 잡았다. 일방적인 판매 대행이 아닌 서로의 영업 역량을 활용하는 계약인 만큼 기존 코프로모션 계약 구조 대비 판매 수수료율을 통상 수준보다 낮췄다. 또 서로의 제품 판매 수수료도 수취해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실제로 HK이노엔은 보령과의 협업 이후 영업이익률이 증가했다. 지난해 HK이노엔은 케이캡 성장에 따라 8289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음에도 영업이익 659억원, 영업이익률 8%를 기록했다. 반면 올해 반기 말 기준 HK이노엔의 영업이익률은 11.1%다. 전년 동기 대비 3.6%p 증가한 수치다. 파트너만 바꿨을 뿐인데 수익성이 개선된 셈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 파트너사 계약구조 변경으로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각자 취약 분야였던 소화기·순환기 계통으로의 포트폴리오 확장은 영업 시너지 효과도 낳았다. 케이캡 판권 확보 전 보령 전문의약품 매출 품목 내 두자릿수 비중을 가지는 품목은 항암제와 고혈압 치료제 등 순환기계통 약제가 전부였다.

HK이노엔 역시 케이캡과 수액제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양사는 현재 케이캡, 카나브의 영역을 나누지 않고 전방위적인 영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보령 관계자는 “양사가 서로의 영업 네트워크를 공유하게 되면서 쉽게 말해 영업력이 2배로 늘었다고 보면 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서로의 영업망 내 병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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