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콜옵션 리뷰]코리안리, 'K-ICS'서도 꼼꼼한 자본관리 전략 '변함없다'⑩보완자본 'NO' 적정 비율 유지 방점…보험사 우호적 발행 환경 힘 보태
최은수 기자공개 2024-11-08 07:41:15
[편집자주]
2022년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콜옵션) 선언은 자본시장에 파문을 일으켰다. 흥국생명은 자금상황 및 해외채권 차환 발행 여건 등을 고려해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했다. '관행'과 불문율이 가져온 혼란 우려에 흥국생명은 결국 입장을 바꿨다. 콜옵션 논쟁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금리 추이에 따라 언제든 불거질 이슈다. THE CFO는 흥국생명 사태 2년을 즈음해 신종증권을 발행한 금융사들의 대응 논리와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15:5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리안리재보험은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이후에도 자본 건전성에 큰 변화가 없었다. 재보험 특성상 원수보험사로 불리는 생명·손해보험사와 달리 이익잉여금에 해약환급금준비금이 미치는 영향이 적은 사업 구조 덕이다.코리안리는 꾸준히 초우량 재무건전성과 자본관리 역량을 자랑해 왔다. 이자보상비율도 1000배에 달한다. 최근 금융사들이 보완자본을 쌓이는 걸 감내하고 후순위채를 택하는 것과 달리 기본자본인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전념하는 것도 이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코리안리, '자본도 채권도 최적 효율'에 방점
코리안리는 계약자의 위험을 인수한 보험사의 위험을 다시 인수하는 재보험이란 독특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사실상 국내에서 독점적 재보험사 지위를 지니고 있으며 국내 보험업계를 통틀어도 매우 양호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직전 5년 간 연평균 200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 더불어 보험사의 주요 자본 구성 항목인 이익잉여금을 작년말 기준으로 2조원을 쌓아뒀다. 올해 상반기 말 이익잉여금 등을 포함한 가용자본은 약 3조9435억원이다. 전체 가용자본 가운데 절반이 넘는 규모가 가장 강건한 항목인 이익잉여금이란 뜻이다.
그렇다고 코리안리가 자본성증권을 활용한 자본확충을 도외시한 건 아니다. 첫 채무증권 발행 시기는 2014년이다. 외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약 2141억원의 자본을 인정받았다. 당시 발행 주관사는 HSBC, JP모건이었는데 역시 이 영구채에도 5년 콜옵션을 설정했다.
코리안리는 앞서 발행한 외화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을 2019년 행사했고 곧바로 차환(리파이낸싱)에 돌입했다. 2019년은 2014년과 비교하면 이미 원화가치가 10% 이상 하락했다. 발행 환경이 악화하자 곧바로 국내 부채자본시장(DCM)에 데뷔했다. 이를 통해 환차손에 대한 부담을 지우고 금리 또한 110bp(1bp=0.01%)나 낮추는 데 성공했다.
애초에 자본건전성 관리에 큰 부담이 없는 터라 새로 발행하는 자본성증권이 리파이낸싱의 성격을 띠는 것도 특징이다. 코리안리는 2019년 10월 발행한 23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도 콜옵션 후 차환을 택했다.
코리안리는 자본 상황이 여러모로 우수한데도 지표상으론 감독당국의 권고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점도 눈길을 끈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코리안리의 K-ICS 비율은 186%다. RBC 제도에서도 180%~200% 대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에도 이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 관리를 위해 보험사가 지나치게 많은 가용자본을 쌓아두게 되면 재투자나 자산운용에서 비효율이 나타난다"며 "코리안리가 꾸준히 감독당국의 암묵적인 권고치인 150%를 소폭 웃도는 수준의 지급비율을 유지하는 건 매우 촘촘하게 자본을 관리해 자산운용 효율까지 극대화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자보상비율 '1000배' 신종자본증권 중심 기조 '지속'
코리안리는 향후 이익 창출력을 통해 조밀한 자본 적정성의 안정적 관리를 지속하는 기조를 이어가겠단 방침이다. 양질의 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감내해야 할 이자가 늘어났지만 이를 충분히 감내할 재무 역량을 갖춘 것도 이 선택에 힘을 더한다.
현재 코리안리의 자본관리 전략은 무려 1000배에 달하는 이자보상비율이 지탱한다. 연간 이자비용은 고작 수 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다른 금융사들이 이자 부담을 이유로 쿠폰(이자율)이 높게 붙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꺼리는 것과 대조된다.
별도기준으로 살펴보면 코리안리는 2020년 이후 단 한 번도 이자보상비율이 1000배를 밑돈 적이 없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으로 보면 868배를 기록하며 소폭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보험업계를 넘어 금융권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통상 보험사를 포함한 금융사가 채권시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자본성증권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두 가지다.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다. 만기가 긴만큼 이자율도 높다. 반대로 후순위채는 이자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다만 기본자본항목에 들어가는 신종자본증권과 달리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코리안리는 이자를 감내하는 데 전혀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만큼 앞으로도 가장 양질의 자본성증권을 발행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행 회계기준과 감독당국시행세칙 등에 따라 신종자본증권은 이자율이 높지만 지급여력비율의 양적 관리와 질적 관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옵션이다.
2023년만 해도 코리안리의 신종자본증권이 자칫 미매각 위기에 처했지만 마침 올해부턴 코리안리를 포함한 보험사들이 수요예측에서 대성공을 거두는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코리안리은 2023년 2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과정에서 신용등급 AA0에도 불구하고 목표치를 간신히 채웠다.
그러나 올해 3분기엔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대흥행을 거뒀다. 세부적으로 1500억원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3080억원의 투자 수요는 확보했다. 이에 코리안리는 발행액을 기존 1500억원에서 증액 발행 한도치를 다 채운 2300억원으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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