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플랜트 역량 점검]'업종 시프트' SK에코플랜트, 이원화 전략 본격화중동발 영업손실 이후 사업조직 위축, SK에코엔지니어링 물적분할 묘수
전기룡 기자공개 2024-11-26 07:35:48
[편집자주]
플랜트가 중동 산유국에서 대규모 손실액을 인식한 이래 10여년만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주력 매출원이었던 건축·주택의 수익성이 급감한 반면, 플랜트는 여전히 고른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랜트 역량을 고도화하는 차원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조직을 손질한 건설사도 눈에 띈다. 플랜트라는 사업영역이 변곡점을 맞이한 만큼 더벨은 주요 건설사들이 지닌 역량을 조명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한때 화공플랜트 영역에서 강자로 통했다. 당시 누적된 노하우에 힘입어 중동시장을 수주텃밭으로 삼았다.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 규모(약 12억2000만달러)를 자랑했던 쿠웨이트 'FUP(Facility Upgrade Project)'와 같이 기념비적인 성과도 거뒀다.그랬던 SK에코플랜트지만 수주한 프로젝트들의 원가율이 급등해 5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룹 계열사들이 나서 4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정상화 과정에서 알짜로 통했던 'U-사업부문' 지분을 1600억원에 매각하는 작업도 수반됐다.
현재는 업종 시프트를 마친 만큼 이원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에너지 플랜트에 집중하는 한편 나머지 플랜트 역량을 SK에코엔지니어링에 이관하는 절차를 마쳤다. SK에코엔지니어링도 물려받은 플랜트 역량을 토대로 그린에너지 분야를 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프로젝트, 원가율 급등…그룹 자구책 지원
SK에코플랜트는 오랜 기간 플랜트를 주력 먹거리로 삼아왔다. 1970년대부터 그룹 계열사들의 생산 거점을 시공하는 과정을 통해 노하우를 쌓았다. 이른 시점 엔지니어링 분야에도 발을 들였다. 과거 플랜트사업본부와 플랜트엔지니어링본부를 별도 운영할 정도로 역량을 쌓는데 집중해 왔다.
그 중에서도 화공플랜트부문이 알짜로 통했다.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로부터 12억2000달러 규모의 FUP를 수주한 이후 화공플랜트부문 매출비중이 과반을 상회한 이력이 있다.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산유국들이 발주한 프로젝트들 위주로 저변을 넓혀갔다.
사정은 2013년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SK에코플랜트가 기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와싯(Wasit) 플랜트 프로젝트' 등에서 원가율이 급등해 추가 손실을 인식했다. 그해 SK에코플랜트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5541억원에 달한다. 신용등급도 기존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평정됐다.
대규모 영업손실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진 만큼 SK그룹 주도 하에 자구책이 마련됐다. SK그룹은 그해 10월 SK(2035억원)와 SK케미칼(1293억원), 최창원 부회장(203억원)이 SK에코플랜트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수혈했다. 최창원 부회장은 당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동통신기지국과 위성DMB, 홈네트워크 등을 영위하던 U-사업부문 지분을 매각하는 절차도 이뤄졌다. SK에코플랜트는 2015년 U-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SK티엔에스를 신설한 후 상환전환우선주 전량(50%)을 이음프라이빗에퀴티(PE)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대금은 16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SK에코플랜트 플랜트부문이 다시 반등에 성공한 건 2018년이다. 한때 6조원에 육박했던 매출 외형이 3조6039억원까지 축소된 이후에야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다만 4000명을 상회하던 플랜트부문 임직원 수는 대규모 손실을 입은 2013년 이래 꾸준히 우하향 그래프를 그렸다. 업종 시프트가 이뤄진 이후에야 임직원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NEW EPC 도입 본격화, 그린 수소 프로젝트 공동투자
SK에코플랜트가 플랜트부문에 변화를 준 건 업종 시프트를 공언하기 1년전인 2020년부터다. 기존 화공·전력플랜트와 함께 신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 친환경솔루션 사업부문을 새롭게 선보였다. 초기 단계인 만큼 플랜트부문 매출에 신에너지·친환경솔루션 사업부문의 매출이 결합된 형태였다.
이후에는 플랜트부문 명칭을 에코엔지니어링 사업부문으로 변경했다. 신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과 친환경솔루션 사업부문도 각각 에코에너지 사업부문, 에코비즈니스 사업부문으로 이름을 바꿨다. '종합 환경기업'이라는 청사진을 내걸고 SK건설에서 현재의 사명(SK에코플랜트)으로 변경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플랜트에 대한 이원화 전략도 마련됐다. SK에코플랜트는 K-솔루션스·P-솔루션스·Gas&Power·배터리·Industrial사업그룹을 물적분할해 분할승계회사인 SK에코엔지니어링에게 넘겼다. 이후에는 SK에코엔지니어링 지분 50.01%(755만1258주)를 이음PE·미래에셋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45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SK에코플랜트로서는 SK하이닉스의 M14·15·16 프로젝트 등에서 쌓은 역량을 토대로 플랜트 영역을 반도체 생산설비 정도에 한정하고 환경·에너지사업에 집중하는 대신 나머지 영역을 SK에코엔지니어링에게 맡긴 셈이다. SK에코엔지니어링도 출범과 함께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넷 제로 테크 솔루션 기업'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슬로건에 발맞춰 역량을 고도화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대표적으로는 'New EPC'가 언급된다. New EPC는 기존 EPC 수행 방식에서 탈피해 빌딩 정보 모델링(BIM) 등 디지털 전환(DT)을 토대로 업무 플랫폼과 시스템을 자동화한 방식이다. 하이테크 EPC 솔루션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SK에코플랜트와 SK에코엔지니어링이 친환경 순환경제를 완성한다는 공통된 목표 하에 '캐나다 WE 그린수소 프로젝트'에 공동투자한 사례도 존재한다. 캐나달 뉴펀들랜드섬에서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한 그린수소를 그린암모니아로 전환해 유럽까지 운송하는 프로젝트다. 양사는 660억원을 들여 20% 지분 투자와 함께 EPC 독점수행 권리를 확보했다.
성공적인 이원화 전략에 힘입어 SK에코엔지니어링도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적분할 3년차였던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2조6610억원과 영업이익 139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초에는 SK에코엔지니어링의 전환상환우선주를 일부 상환 받는 방식으로 기존 지분율 49.99%를 52.65%로 끌어올려 지배력을 공공히 하는 작업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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