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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식품 사업 점검]경영 시험대선 오너 4세, 글로벌 '주도권' 선점 미션①오너가 세대교체 위한 '증명의 시간' 본격화, 대규모 투자로 힘 싣기

정유현 기자공개 2024-12-02 09:35:41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서 만두는 이제 'dumpling(덤플링)'이 아닌 한국식 표현인 'mandu(만두)'로 불린다. 중국을 제치고 한국식 만두를 각인시킨 주역은 단연 CJ제일제당이다. 최근 K푸드 확산 트렌드에 발맞춰 CJ제일제당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동하며 승부수를 띄우기로 했다. 더벨은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식품 리더십을 향한 여정의 성과를 짚어보고 향후 방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제일제당은 식품 기업의 대장주로 불리지만 사실 'R&D' 기업이다. 기술을 통해 선도 제품을 출시하면서 식품 업종의 헤게모니를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을 사 먹는 것이 생소하던 1990년대 후반 즉석밥 '햇반'을 내놓으며 집밥 혁명을 이뤄냈고 '비비고 만두'를 통해 냉동 식품 시장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식품산업은 문화산업이자 곧 첨단산업이다"라는 철학을 내세우며 30여 년 전 구상한 밑그림을 착착 완성해 나갔다. 식품 사업을 중심축에 두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를 단행하면서 글로벌로 무대를 넓혔다.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CJ의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 이 회장의 미션이었다면 그룹의 철학인 '온리 원(only one)' 식품 강자 입지를 굳히는 임무의 바통은 장남 이선호 식품성장추진실장이 넘겨 받았다. 오너가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식품 사업 영토를 확장하는 과정이 곧 경영 능력을 검증받는 시간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시너지 투자'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신의 한 수'된 슈완스 인수

CJ제일제당은 2007년 9월 ㈜CJ에서 분할된 후 그룹의 외연 확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 사업부문의 안정적인 수익은 그룹이 종합문화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 CJ그룹의 모태이자 중추인 핵심 계열사다.

그룹의 근본인 식품 사업은 기술 개발(R&D)과 공격적 M&A를 통해 확장됐다. 식품뿐 아니라 바이오, 물류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갖춘 배경이다. 단순 투자보다는 본업인 식품 사업을 강화하는 '시너지 투자'를 단행해온 것이 특징이다.

먼저 기존 식품사업 관련 분야와 가장 밀접한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먼저 시작했다. 바로 그린 바이오다. 그린바이오는 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식품·사료 첨가 소재를 만드는 사업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CJ제일제당은 7000억원을 투자해 라이신과 핵산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8대 사료용 아미노산 중 라이신 등 5개 품목이 전 세계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투자가 있었다. 매각이 진행중이지만 2017년 브라질 식물성 고단백 소재업체인 셀렉타도 2100억원에 인수했다. 수직계열화된 사업구조로 가공 식품 시장에서 우위를 점했다.


이후 'K푸드 세계화'를 위해 은 통 큰 투자를 단행한다. CJ제일제당의 글로벌 사업 확장 가속화의 계기를 마련했던 것은 1조 3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미국 슈완스컴퍼니다. 단순히 미국 외형 확장의 의미를 넘어섰다. 슈완스가 보유하고 있는 북미 지역의 유통망과 영업경쟁력을 통해 K푸드를 빠르게 확산하겠다는 치밀한 전략이 깔려있었다.

CJ제일제당의 간편식 품목은 슈완스 인수로 인해 기존 만두와 면 중심에서 △피자 △파이 △애피타이저 등으로 확대됐다. 또한 미국 시장을 통해 주변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 등으로의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2022년 8월 미국 사업 법인 CJ푸드USA와 슈완스를 합병했고 슈완스는 CJ제일제당의 북미 식품 사업의 전략 본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비무환' 자세로 사업을 확장해온 CJ제일제당에게 최근 K푸드 열풍은 새로운 터닝 포인트 마련의 계기가 됐다. 이재현 회장은 글로벌로 확산한 K트렌드가 그룹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진출 국가를 유럽으로 확장할 채비에 나섰다.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된 유동성을 글로벌 확장에 투입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이선호 실장 승진보다 '보폭' 확장 기반 마련, 글로벌 강화 미션 개시

이 회장은 '한식의 세계화' 꿈에 가까워지자 글로벌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믿을맨으로 장남을 내세웠다. 2022년 아들을 경영 리더로 승진시킨 후 신설된 식품성장추진실장의 역할을 맡겼다.

식품성장추진실은 CJ제일제당의 성장 전략 및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싱크탱크' 조직인 셈이다.

이선호 실장(사진)이 주도하고 있는 식품 사업은 내수 부진에 따라 실적이 악화됐지만 힘을 주고 있는 글로벌 식품 사업에서는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독일·영국 등 유럽 매출이 40%가량 뛰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2025년 정기 인사에서 이선호 실장 승진 여부가 관전 포인트였지만 유임됐다.

이 회장은 이 실장이 승진을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보다 보폭을 넓힐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우선순위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 인사 후 해외 지역 대규모 투자 소식이 바로 발표된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이 실장은 유임됐지만 2025년 정기인사 발표 후 식품성장추진실 세부 조직에 변화도 있었다.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식품 사업 조직에서 수출을 담당하던 팀을 식품성장추진실 산하로 편재하는 등 변화를 줬다.

현재 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는 '글로벌 마켓 익스펜션 담당', '식품 M&A', '뉴 프론티어 담당' 조직이 있다. 글로벌 마켓 익스펜션 담당은 조직명 그대로 새로운 영토 확장의 미션을 수행하고 뉴 프론티어는 사내 벤처 육성을 담당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선호 실장 산하에 본부가 아닌 담당급의 세 조직이 있다"며"식품성장추진실 산하에 기존 수출 관련 팀을 배치했는데 이는 두 조직의 공통 키워드가 '글로벌'인 만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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