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KP 주관사 선정 나선 수은…덩달아 분주한 '토종 IB'KB·한국 주관이력, NH·신한 참전…DCM 먹거리 확보 움직임
이정완 기자공개 2024-12-03 13:08:55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15: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은 다 뜻이 있습니다"오랜만에 수출입은행 글로벌본드 주관사 선정을 노리는 국내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조인트리드매니저(Joint Lead Manager) 주관 이력을 쌓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외에 다른 증권사도 맨데이트(Mandate)를 받기 위해 강점 알리기에 한창이다.
국내 증권사도 한국물(Korean Paper) 시장을 글로벌 IB(투자은행)의 몫으로만 남겨둘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한국물 발행액이 연간 약 500억달러(약 70조원)로 증가하면서 국내 일반 회사채(SB) 발행 규모와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물 대표 발행사인 수출입은행 글로벌본드 발행에 참여해 주관 역량을 키우려 한다.
◇'조인트리드매니저' 구성 다변화할까
IB업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오는 5일경 내년 초 글로벌본드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는 조인트리드매니저 수임을 노린다.
수출입은행은 2020년대 초반부터 토종 IB 육성을 위해 국내 증권사를 글로벌본드 주관사단에 포함시켰다. 북러너(Book Runner) 지위를 부여해 글로벌 기관투자자로부터 고객을 확보하는 임무까지 맡겼다.
다만 지난해 초 자금시장단 조직 개편 후 주관사 선정 절차에 변화가 생겼다. 북러너와 조인트리드매니저를 구분해 선발하기 시작했다. 토종 IB도 북러너에 지원할 수 있으나 외국계 IB와 경쟁해야 하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발행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참여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제도 개편 후 국내 증권사 중에선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만 주관 이력을 쌓았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수출입은행이 북러너와 조인트리드매니저를 구분하기 전까지 꾸준히 발행에 참여하던 토종 IB였다.
2022년만 해도 KB증권은 두 차례, 한국투자증권은 한 차례 주관사를 맡았다. KB증권은 마지막으로 국내외 IB 구분 없이 주관사단을 꾸린 지난해 1월 발행에서도 북러너로 선정된 바 있다. 지속된 인연을 바탕으로 조인트리드매니저로도 한 차례씩 참여한 바 있다.
또 다른 국내 DCM(부채자본시장) 전통 강자인 NH투자증권과 DCM 톱(Top) 4 체제를 구축한 신한투자증권은 아직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선택을 받은 적이 없다. 이들이 수출입은행과 접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 9월 발행 때 주관사를 맡은 경험이 있고 NH투자증권 역시 2021년 주관 이력이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다른 국내 증권사도 그간 꾸준히 수출입은행으로부터 RFP를 받아 제안서를 제출해왔다"며 "수출입은행과는 외화채 주관 외에도 투자 사업 등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 어느 곳이 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물 발행 확대에 놓칠 수 없다"
국내 증권사가 한국물 주관 비즈니스를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물 시장이 최근 수년간 대폭 성장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이제 한국물 발행액이 국내 공모채 발행 규모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며 "외화채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증권사도 적극적으로 딜을 따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300억~400억달러 수준이던 공모 한국물 발행액은 지난해 50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시기 지속된 저금리 덕에 많은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을 찾았다.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사태가 있었지만 대세를 꺾을 수 없었다.
올해도 3분기까지 440억달러(약 62조원)의 공모 한국물이 발행됐다. 연간 500억달러 돌파가 무난하게 점쳐진다.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일반 회사채(SB)는 67조원이 발행됐다. 2일 현재까지 기간을 늘리면 82조원이 공모채 시장에서 조달됐다. 한국물 발행액이 회사채 발행 규모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물 대표 발행사인 수출입은행 글로벌본드에 참여하는 건 의미가 크다. 사실상 민간기업은 토종 IB를 주관사로 선정하지 않아 발행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다. 다른 공기업도 국내 증권사 육성 의지를 보이는 경우가 드물다.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선택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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