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SK엔무브 꿰찬 미래에셋, 공동 대표 한투와 결다른 성과올해 랜드마크 딜 유력…지난해 주관 1위, IPO 저력 확인
양정우 기자공개 2024-12-03 13:00:17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엔무브가 다시 한번 기업공개(IPO)에 도전하고자 상장 주관사단을 최종 확정했다. 한 해 랜드마크 딜로 여겨질 빅딜을 주도할 대표주관사로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낙점을 받았다.IB업계에서는 상장 주관사단의 면면을 놓고 각양각색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과 한국증권이 주관사로 확정된 성과는 결이 다르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한국증권의 경우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이 조달에 나설 때 총대를 메온 터라 애당초 그룹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증권 낙점, 업계 예견된 결과…미래에셋 선정, 뜻밖의 선전
IB업계에 따르면 SK엔무브는 최근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회의를 거쳐 미래에셋증권과 한국증권을 IPO의 대표주관사로 선정했다. 공동주관사로는 KB증권과 JP모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등이 낙점을 받았다.
SK엔무브가 한국증권에 대표 주관 지위를 부여한 건 IB업계에서 일찌감치 예견해왔던 행보다. 상장주관사 입찰제안요청서(RFP)가 발송됐을 때부터 증권사 IPO 파트마다 한국증권을 경계 1순위로 꼽았다. 무엇보다 유동성 확충이 절실한 SK온이 시장성 조달에 나설 때마다 가장 든든한 우군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SK온은 올들어 5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찍은 동시에 1조5000억원 규모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증은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 방식이 동원됐다. 이 두 딜에서 한국증권이 직접 인수 내지 특수목적법인(SPC)을 토대로 투입한 자금만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이들 딜 자체로도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으나 특정 그룹에 대한 익스포저를 감안하면 강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 운용사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는 조단위로 진행된 SK온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주도하기도 했다. 2022년 한투PE는 다른 재무적 투자자와 함께 한투PE 컨소시엄을 구성해 SK온 프리IPO에서 1조32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깊은 친분이 부각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올들어 한국증권은 국내 자본시장의 최대 고객인 SK그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사력을 다했다"며 "물론 SK엔무브의 IPO를 이끄는 데 최적인 하우스를 선택했겠으나 그간 한국증권의 기여도를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조달 총대 멘 한국증권…주관 선두 미래에셋, 역량 피력
IB업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건 미래에셋증권이 대표주관사로 선정된 대목이다. 그룹사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커버리지 파트가 위축된 여건이어서 이번 주관사 콘테스트에서 힘을 쓰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SK엔무브가 한국증권과 함께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파트너로 선정하자 IPO 파트의 역량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옛 SK루브리컨츠 시절 상장 주관을 담당했던 실무진(당시 삼성증권 소속)을 확보하고 있어 에쿼티 스토리나 공모 구조 등을 짜는 데 유리했을 것"이라며 "지난해 IPO 주관 1위라는 타이틀을 갖춘 데다 별도로 운용사 네트워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갖춘 것도 주목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미래에셋증권도 SK온의 올해 대규모 조달에 참여한 하우스다. PRS를 동원한 유증에서 5000억원을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PRS를 통한 유증에 참여하는 행보와 사모 영구채를 인수하는 건 투자 행위로서 짊어지는 리스크의 무게가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의 사모 영구채는 향후 상환 주체가 어디까지나 SK온이다. 하지만 유증에 붙은 PRS 계약의 상대방은 SK온이 아니라 SK이노베이션이다. 향후 투자자가 SK온의 지분을 매도할 때 회수 가격이 PRS 계약의 투자 단가(약 5만5500원)를 밑돌면 SK이노베이션이 부족분을 메워주는 구조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크레딧이 훨씬 우월한 SK이노베이션이 책임을 지는 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모 영구채에 총대를 멘 한국증권의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 영구채의 최종 인수 내역을 보면 한국증권의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한국증권(키스이제이제칠차 포함) 2550억원 △NH투자증권 900억원 △삼성증권 600억원 △KB증권 500억원 △신한투자증권(그레이트더블에스제일차) 300억원 △SK증권 150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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