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인사 풍향계]CEO 직위로 계열사 위계 명확히 나눈다④대한항공 사장, 아시아나 부사장…진에어 전무, ‘에어부산·서울’ 상무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26 07:53:34
[편집자주]
한진칼 정기인사가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 M&A가 4년 만에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인사수요가 발생했다. 기존의 인사 공식과 범위를 넘어선 큰 규모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새롭게 추가된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에 대한 폭 넓은 인사가 필요하다. 통합 FSC와 LCC 등 항공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린 조직개편까지 예고된 상태다. 더벨은 정기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 한진칼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3일 15: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은 전통적으로 계열사별 서열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자산과 매출 등 수치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열사 위계가 명확하게 나뉜다. 특히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가 구축된 만큼 항공 계열사들에선 여전히 서열 체계가 공고히 지켜지는 모습이다.다가올 정기인사에서도 이러한 원칙은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을 정점으로 산하 항공 계열사들을 이끌 대표이사(CEO)의 직위가 결정되고 그게 맞춰 임원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편입돼 CEO 선임을 앞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CEO에 어떤 임원이 선임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러한 ‘급’에 따른 계열사 CEO 인선은 향후 통합 논의 과정에서 각 계열사별 입지를 결정할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금 더 급이 높고 권한이 많은 CEO를 맞이하는 계열사가 향후 펼쳐질 합종연횡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에서 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승진 더딘 한진그룹…전문경영인 직위도 제한적
한진그룹은 전통적으로 승진이 더딘 조직이다. 다른 그룹사에 비해 사장 및 부사장 등 직위에 오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길다. 또 이례적으로 파격 인사를 통해 인재를 발굴하거나 외부에서 인재를 영입하는 일에도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진그룹이 이처럼 보수적인 인사 기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주력사업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 항공업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펼치는 만큼 전통적으로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 등 신기술 도입 등보다 안전이 경영의 최우선 원칙이자 목표다.
보수적인 조직문화에 따라 서열문화도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직위와 직급에 따른 역할과 책임이 명확하다. 이는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에서 시작해 다른 여러 계열사에 그대로 적용된다. 항공 관련 계열사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사업영역이 다른 한진, 정석기업 등 계열사는 일부 예외적이다.
특히 CEO의 급을 명확히 나눈다. 대한항공 CEO가 사장이면 다른 계열사 CEO는 부사장 이하 직위로 낮춘다. 이에 연동해 대한항공의 임원과 기타 계열사 임원이 동등한 직위와 직급을 가질 수 없는 구조다.
실제 항공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로 좁혀보면 현재 대한항공을 정점으로 사장급이 CEO를 맡고 있다. 진에어의 경우 전무급 임원이 CEO를 맡고 있다. 직급상 양사 CEO는 두 직급 차이가 벌어져 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계열사 CEO간 직급을 새롭게 나눠야할 필요성이 커졌다.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내년 새로 CEO를 인선해야 한다. 대한항공과 진에어와 서열을 고려해 어떤 직위로 새 CEO 인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부회장부터 상무까지…계열사 체급 고려해 CEO 배치
우선 대한항공에는 우기홍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예정이다. 다만 우 부회장이 계속해 CEO를 맡을지는 미지수다. 한진칼 안팎에선 최정호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차기 CEO로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CEO 직위는 최소 사장으로 압축된다.
대한항공이 사장급 CEO를 맞으면 다른 계열 항공사들은 각각 자산 규모와 매출, 대내외 인지도 등에 맞춰 대표이사 급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되는 아시아나항공 CEO 직위를 어느 선으로 맞출지가 관심사다.
항공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에 송보영 대한항공 여객사업본부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한항공에서 전무로 근무 중이다. 다만 송 전무의 승진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송 전무는 2022년 3월 전무로 승진해 올해 3년차를 맞았다.
송 전무의 승진은 LCC인 진에어와 위계를 설정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계열사 서열이 CEO의 직위를 기준으로 매겨지는 만큼 LCC인 진에어와 FSC인 아시아나항공간 위계를 위해서 송 전무가 내년 아시아나항공 CEO로 선임되면서 부사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CEO를 전무급으로 낮출 가능성도 흘러 나온다. 박병률 진에어 CEO가 현재 전무로서 직을 수행 중이다. 박 전무는 2022년 송 전무와 함께 전무로 승진했다. 동시에 진에어 CEO로 발탁돼 현재까지 조직을 이끌고 있다.
FSC인 아시아나항공과 LCC인 진에어간 체급과 한진그룹 내 서열 등을 고려해 송 전무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역으로 박 전무와 송 전무의 조직 내 서열 등을 고려해 두 CEO 모두 전무급으로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전무가 1964년생이고 송 전무는 1965년생이다. 상무 승진도 박 전무가 빨랐다.
산하 LCC들간 위계는 한층 명확할 것으로 보인다. 진에어에 전무급 CEO가 선임돼 있는 만큼 에어부산에는 상무급 CEO가 선입될 전망이다. 정병섭 대항항공 여객영업부 담당 상무가 차기 CEO로 내정됐다. 그는 올해 2월 상무로 승진한 만큼 전무 승진을 바라 볼 수 있는 입지가 아니란 평가다. 다만 1967년생으로 대한항공이 아닌 에어부산 전무 승진 가능성은 있다.
에어서울은 김중호 대한항공 부장이 내정됐다. 내년 인사에서 김 부장이 상무로 승진해 에어서울 CEO로 발령될 전망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대비 체급이 많이 낮고 향후 통합 과정에서 중요도가 크지 않은 만큼 인위적으로 CEO의 직위를 높이지 않아도 된다는 평가다.
에어서울의 CEO급이 수석부장으로 맞춰진 것은 향후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진그룹 입장에서 에어서울의 활용도가 많지 않은데다 제3자 매각 등에 따른 효용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진에어와 에어서울 통합 법인에 흡수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CEO 직위를 높일 필요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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