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해외주식 투자자 사이에서 핫하다는 증권사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을 둘러봤다. 명성처럼 복잡한 차트 없이 직관적인 구성이 눈에 띄었다. 우연히 눌러본 해외채권 항목에서 재미있는 이름을 발견했다. 애플이나 알파벳(구글), 엔비디아 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줄줄이 나왔다. 수익률도 연 4~5% 수준이니 나쁘지 않다.미국 기업이 발행한 글로벌본드를 MTS에서 살 수 있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한국물(Korean Paper) 투자 역시 가능하지 않을까. K-열풍을 어디서나 볼 수 있듯 'K-채권'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도 크다. 2020년대 초반 300억달러 내외였던 연간 한국물 발행액은 이제 5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이미 발빠른 국내 투자자는 돈 벌 기회를 찾고 있다. 고액자산가는 프라이빗뱅커(PB)를 통해 원하는 금액만큼 물량을 요청한다. PB는 유통시장에서 이를 사와서 고객 통장에 들어가게끔 한다. 하지만 이른바 '채권개미'라 불리는 개인투자자는 한국물을 담은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가 한국물을 직접 투자하게 만드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만 먹는다면 리테일 조직에서 금세 투자 구조를 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일한 문제라면 '재고'를 쌓아두는 일이다. 자체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려면 투자자에 팔 수 있는 충분한 물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처럼 대한민국 정부와 동일한 글로벌 신용도를 지닌 곳에 투자해 연 4~5%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면 개인투자자도 충분히 매력을 느낄만 하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첫선을 보인 개인투자자용 국채 10년물 적용금리는 연 3%대 중반 수준이다. 같은 등급이지만 외화채 투자가 훨씬 매력적인 셈이다. 만약 SK하이닉스나 LG에너지솔루션처럼 국내 시가총액 2·3위 기업이 발행한 글로벌본드에 투자한다면 연 5~6%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난데없는 비상계엄에 외화 조달 최전선에 나선 기업의 부담감이 크다. 정부에서도 고환율이 이어지자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외화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외화 조달 여건도 개선하겠다는 방안이 나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처럼 금모으기 운동에 나서자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손쉬운 한국물 투자가 가능해진다면 외화 조달 기업에 개인투자자의 달러가 흘러들어갈 수 있다. 약 120년 전 국채보상운동의 재현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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