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리밸런싱 성과 평가]'체급 키운' SK이노, 사업 시너지 '숫자'로 증명해야④4Q SK E&S 실적 편입…외형·손익 지표 개선, 재무체력 회복 빨라질 듯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30 07:33:16
[편집자주]
올해 내내 '위기설'에 시달린 SK그룹이 달라졌다. 작년 말부터 대규모 인적쇄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긴축 경영으로 고삐를 죈 결과, 실적과 재무상태가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동시에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인공지능(AI) 분야 투자를 위한 여력도 쌓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부임한 이후의 변화다. 더벨은 최 의장 체제 1년의 성과를 살펴보고 2025년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6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SK그룹의 최대 사업구조 개편(리밸런싱) 성과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이었다. 목적은 누가 봐도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배터리 사업 지원'에 있었다.SK그룹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라는 스토리를 입혔다. 사업 포트폴리오, 수익 구조, 신사업 등 3개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 석유와 LNG, 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아우르는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합병에 따른 단순 손익·재무 개선 이상의 시너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래야지만 통합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목표한 밸류업 계획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4분기 SK이노 실적에 SK E&S 연결 편입...재무개선 효과, 당장 크지 않을 듯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지난 11월 1일 합병을 완료해 오는 4분기부터 SK E&S의 실적이 SK이노베이션에 연결 편입된다.
눈에 띄는 건 급격히 커지는 외형이다. 자산 19조원 규모의 SK E&S가 편입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자산총계는 약 106조원(2023년 합산 기준) 수준으로 늘어난다. 재계에서 7위 한화그룹(2024년 공정자산 112조원) 다음으로 큰 규모다. 민간 에너지 기업 중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다. 그전까지는 일본 에너지기업 이네오스가 자산 95조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다. 아태 지역의 국영 에너지까지 포함하면 SK이노베이션의 자산 순위는 9위다.
연매출은 기존 77조원에서 88조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3조9000억원에서 5조800억원으로 늘어난다. 시가총액은 약 11조원에서 17조원 수준으로 늘어 코스피 시장 순위는 40위권에서 20위권 초반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건전성 면에선 극적인 변화는 없다. 올 3분기 말 SK이노베이션의 부채총계는 53조1760억원, 부채비율은 166%다. SK E&S의 부채총계 10조5000억원을 합산하면 통합법인의 부채비율은 160%로 떨어진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차입금의존도는 39%인데 통합 후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SK E&S의 총차입금 약 7조5000억원 더해지지만 자산이 106조원 수준으로 확대된 결과다.
다만 SK E&S의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의 재무건전성 개선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연간 500만톤 이상의 LNG를 공급하는 국내 민간 1위 LNG 사업자다. 해외 가스전 개발·생산부터 LNG 직도입, 발전 사업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직도입 LNG 원가경쟁력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약 5GW의 LNG 발전설비는 연간 1조원이 상회하는 영업이익의 기반이다.
SK E&S의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4191억원, 2023년 영업이익은 1조3317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12.6%, 11.9%였다. SK E&S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500억원이다. 이 추세라면 3년 연속 '영업익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SK이노베이션은 주력 사업인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실적이 지정학적 영향과 유가 변동 등에 따라 요동치는 약점을 SK E&S가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가 자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통합법인의 세전이익 변동 폭이 215%에서 66% 수준으로 낮아졌다.
◇밸류업 조건은 사업 시너지 증명
SK이노베이션의 2025년은 통합법인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해다. 특히 SK E&S와 살림을 합친 목적이 배터리 지원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입증하려면 반드시 유기적인 협력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지난 9월 초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태스크포스(TF)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신설한 이유다. 시너지 추진단이 검토하고 있는 협력 프로젝트는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 LNG 도입 확대 △SK E&S 호주 바로사 가스전-트레이딩 사업 협력 △SK E&S 재생에너지·PPA-SK이노베이션 RE100 대응 협력 △SK E&S-SK인천석유화학 수소 생산·유통 협력 등이다.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해 단기간에 추진할 수 있는 과제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울산CLX는 SK이노베이션의 주력 석유생산시설이다. SK E&S의 LNG를 도입하면 전력 비용이 낮아져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SK이노베이션은 보고 있다.
SK E&S 바로사 가스전과 연계할 SK이노베이션 계열사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SK이노베이션 에너지트레이딩 담당 조직이 2013년 분사해 출범한 회사다.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 트레이딩이 핵심 사업이다. SK E&S-SK인천석유화학 수소 생산·유통 협력은 수소사업의 이익 창출력 확대가 핵심이다.
시너지 추진단은 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운영 고객, 전력 사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는 발전·열관리·에너지저장장치(ESS)·운영 사업을 묶은 솔루션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작년 하반기부터 사장단에 주문한 사업 아이템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5년과 2026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5%, 2027년 이후에는 ROE 10% 달성이 목표다. ROE 10% 중 3%는 SK E&S와 합병 시너지에, 나머지는 배터리 사업(4%)과 기존 사업(3%) 강화로 ROE 목표치를 채우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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