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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알리바바 동맹]지마켓·알리 '이커머스 승부수', 왜 지금일까①신세계 '최대 숙제' 해소 고심…알리바바, 시장 안착 위한 투자처 물색

서지민 기자공개 2024-12-30 08:26:48

[편집자주]

정용진 회장 체제가 출범한 2024년 신세계그룹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통합 이마트를 출범하고 신세계건설 상장폐지 등 자회사 개편도 진행했다. 대미를 장식한 건은 지마켓의 심폐소생을 위해 알리바바그룹과 손을 잡은 것이다. 사실상 쿠팡 독주 체제가 구축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도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벨은 변화를 예고한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의 협업 배경과 사업전략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3: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유통업계 '전통 강자'와 중국의 '이커머스 거인'이 손을 잡았다. 2018년 SSG닷컴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를 각각 출범하며 동시에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이 6년 만에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부동의 1위 사업자 쿠팡의 독주 속에서 2위 자리를 두고 다퉜다. 다만 후순위 경쟁에 긴장감은 없었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하게 작용하는 이커머스 특성상 1위 플랫폼이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가기 때문이다. 검색 기반의 네이버쇼핑처럼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독자적인 입지를 다지는 방향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이다.

회심의 한방이 없었던 양사는 손을 잡고 승부수를 띄웠다.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양사가 대체 언제부터 그리고 왜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승부수를 고려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경쟁력 강화 및 회계 리스크 제거 '일석이조'

이커머스는 오랜 기간동안 신세계그룹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팬데믹 기간 유통업 트렌드가 온라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이커머스 역량 강화는 신세계그룹의 생존을 위한 주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2021년 그룹 역사상 최대 금액을 배팅한 '빅딜'에 나선 배경이다. 당시 이마트는 특수목적법인 에메랄드SPV를 통해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 지분 100%를 보유한 아폴로코리아의 지분 80.1%를 3조4404억원에 인수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인수과정에서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SSG닷컴과 이마트의 기존 경쟁력과 시너지를 내면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였다.

지마켓 인수 시너지에 대한 신세계그룹의 기대감은 이마트가 지마켓을 종속기업으로 편입하면서 인식한 영업권 규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영업권은 피인수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인수대금의 차이를 의미한다.

이마트는 지마켓 인수 후 영업권 장부가액으로 2조4788억원을 계상했다. 즉 인수대금의 72%가 실제 공정가치보다 큰 이른바 '웃돈'이라는 뜻이다.


기대와 달리 지마켓은 인수 후 줄곧 영업적자를 내며 이마트의 연결 실적을 깎아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2년과 2023년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에 달한다. 인수대금 조달에 따른 재무적 부담도 가중되며 '승자의 저주'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함께 로드맵 재구성에 돌입했다. 2024년 정기인사에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대표를 교체하며 SSG닷컴과 지마켓이 각각 단독대표체제로 각개전투를 하는 그림을 그렸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중심 축이 다시 이동했고 부진한 이커머스 계열사에는 혁신을 위한 칼을 빼들었다. 오픈마켓 플랫폼인 지마켓과 직매입·위수탁 판매방식의 SSG닷컴이 각자의 강점을 내세워 생존활로를 찾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마켓의 미래를 두고 고심하던 신세계그룹은 2024년 6월 알리바바그룹 출신 정형권 대표<사진>를 신임 수장으로 영입했다. 골드만삭스, 크레딧스위스 등에서 근무했고 쿠팡에서 재무 임원을 역임했으며 직전까지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겸 알리페이 유럽·중동·코리아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알리바바그룹과의 전략적 협업을 위한 논의가 본격화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 대표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에 참여한 알리바바 인터내셔널 측 인물로 양사간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 인터내셔널과의 전략적 협업으로 지마켓의 경쟁력을 단숨에 높이는 효과를 보게 됐다.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마켓 셀러의 해외 진출을 모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과의 협력은 신세계그룹에게 회계 수치 상으로도 상당한 이득을 가져다 준다. 신세계그룹은 보유한 지마켓 지분을 전량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합작법인 설립에 참여한다. 지마켓이 이마트가 아닌 신설 합작법인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연결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전망이다.

당기순이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손상차손 리스크도 제거하게 됐다. 이마트가 지마켓 영업권으로 2조원이 넘는 금액을 인식한 후 손상차손에 대한 우려가 매년 제기됐다. 영업권은 매년 손상평가를 통해 영업권 상각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순공정가치는 향후 5년간 현금흐름 예측치에 따라 달라진다. 매년 연말 기준으로 매출성장률, 5년 이후 예상되는 영구성장률, 세전 할인율 등을 적용해 영업권 손상검사를 실시한다. 인수 후 3년이 지난 가운데 적자가 이어지면서 내년부터는 지마켓 영업권에 대한 손상차손이 발생한 위험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마켓은 이번 합작사 설립 과정에서 3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손상평가에 앞서 지마켓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면서 영업권 훼손의 여지를 좁힌 셈이다.

◇C커머스 약점 극복 방안 물색

알리바바그룹에게도 현재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을 위한 '조커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초 조단위 투자계획을 공식화하며 한국 사업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기대만큼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그룹은 공격적인 M&A 전략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2008년부터 2019년 2월까지 약 10여년 간 알리바바그룹이 단행한 인수합병·투자 건수는 무려 502건에 달한다. 특히 해외 진출 과정에서도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견고한 기반과 검증된 경영진을 갖춘 현지 기업 투자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폈다. 2010년대 초반 미국 이커머스 주릴리 지분을 약 1700억원에 인수하며 미국 진출 포석을 쌓았다. 2016년에는 인도네시아 기업 라자다를 인수해 단숨에 동남아 시장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알리바바그룹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한국이다. 최근 수년사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공략에 나섰지만 중국계 자본에 대한 시선과 치열한 한국 이커머스 시장환경 탓에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에 2000억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 역시 국내에서 입지를 갖춘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시장 안착을 노린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속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알리바바를 비롯한 차이나 커머스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둔화했다. 올해 초 'C커머스의 공습'이라고 불릴 정도로 빠르게 외형을 불린 것과 대조적으로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잠잠해진 모습을 보였다.

결국 승부수를 던질 필요가 있던 알리바바그룹과 빠른 쇄신이 필요한 신세계그룹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지마켓은 2003년 출범해 20년 넘게 국내 오픈마켓 시장을 이끌어 왔다. 지마켓의 인적 자원과 사업 노하우는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의 한국 시장 공략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거둘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 외 글로벌 B2B 셀러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알리바바 그룹에게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은 크다. 한류로 인해 K-푸드, K-화장품 등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고 한국산 제품의 품질력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마켓의 셀러들을 대상으로 동남아 지역 B2C 플랫폼 라자다, 남미 지역의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인터내셔널 산하의 여러 플랫폼에서 한국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사업에서의 주도권은 플랫폼을 가진 알리바바 그룹이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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