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FO 성과 분석]최인호 한양 대표, 신종자본증권 활용 '곳간' 더 채운다보성그룹 재무 전문가로 재무금융실 총괄…올해 2310억 조달
신상윤 기자공개 2024-12-31 08:04:54
[편집자주]
2022년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는 국내 건설사들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어진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법정관리는 건설업황 악화를 더욱 가중시켰다. 지난 2년간 건설사들의 재무라인도 분주한 행보로 불황에 맞섰다. 다운 사이클로 접어든 건설 경기 속에서 주요 건설사들이 택한 생존 전략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더벨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주요 건설사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전략과 재무적 성과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7일 15: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성그룹 건설 및 인프라 계열사 '한양'은 올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최고경영자(CEO) 대표이사로 올려 겸직 체제를 구축했다. 최인호 CFO는 한양 대표이사에 올라 재무구조와 사업 전반을 챙기면서 미래 성장 동력의 재원을 확보하는 과제도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자체 신용도를 기반으로 영구채 발행에도 성공하며 곳간을 채우는 모양새다.◇첫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동성 여유 속 곳간 채우기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양은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400억원을 조달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지만 만기가 통상 30년인 데다 연장도 가능해 사실상 영구채 성격을 지닌다. 회계상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어 재무구조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한양이 회사채가 아닌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신종자본증권을 만기 30년인 사실상 영구채로 발행하면서 상환 부담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상 신종자본증권은 모기업 등의 보증이 수반돼야 하지만 한양은 자체 신용을 활용했다.
한양은 올해 9월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55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410억원의 단기금융상품 등을 더하면 1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1200억원이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줄었지만 현금 순유출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별도 기준으로도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는 680억원 수준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럼에도 한양이 유동성 확보에 신경 쓰는 것은 최근 만기 1~2년의 회사채를 활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양은 지난해 총 1545억원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올해는 신종자본증권을 포함해 2310억원을 시장에서 확보했다.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거나 운영자금에 투입했다. 일정 수준 유동성을 유지한 가운데 조달과 상환 전략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CFO 겸하는 최인호 대표이사, 조달 시장 유연 활용
한양은 2022년 회사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시장에 문을 열었다. 회사채 중에서도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나 녹색채권 등을 활용했다. 최근 건설주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양은 진행 중인 발전 사업 등에 힘입어 녹색채권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자본증권 활용까지 나서면서 재무 전략이 다변화됐다.
이 같은 변화는 한양 CFO를 겸하는 최 대표이사 역량에서 비롯됐다. 1969년 3월생인 그는 강진고와 전남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보성건설에 입사해 줄곧 자금 파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조달 시장에 밝은 그는 보성그룹 지주부문 재무 총괄 임원을 역임했다. 이어 2017년에는 보성그룹 계열사 코리아에셋매니지먼트 대표이사도 맡았다.
2018년 3월 한양에 합류하며 자금팀 임원으로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2022년에는 전무 승진과 더불어 재무금융실장을 맡아 한양의 CFO 역할도 수행했다. 최 전무는 올해 CFO 자리를 유지한 채 대표이사에도 오르면서 역량과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한양에서만 2년 만기 등기 임원을 세 차례나 연임하면서 보성그룹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양이 최근 들어 회사채 등 조달 시장을 적극 찾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CFO를 겸하는 최 대표이사가 취임한 올해 한양은 조달 시장에서만 2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융통했다.
이는 올해 외형 성장이 예년에 비해 다소 둔화됐음에도 한양에 대한 외부 평가가 나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양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6436억원, 영업이익 14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7.9%, 59.1% 줄었다. 다만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는 준공 사업장이 올해보단 2025~2026년 이후에 다수 집중된 만큼 일시적인 정체로 해석된다.
한양은 전통의 건설업과 더불어 에너지사업과 스마트시티, 개발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올해는 건설에선 내실경영을 이어가는 가운데 도시정비사업, 인프라, 공공 사업 등 안정성 높은 사업들 위주로 수주채널을 다변화해 누적수주 7조원을 돌파했다. 에너지에선 경영 성과 창출과 전략 사업 목표 달성 등의 방침을 설정해 세부 목표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여기에 김포 공동주택용지 취득을 비롯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광양 바이오매스 발전소, 전남 풍력 발전 등도 이어가는 중이다.
한양 관계자는 "내년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며 "통상 모기업의 보증이 필요한 신종자본증권이지만 한양은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발행함으로써 재무구조 등 외부 신용도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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