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디·배 할퀴는 중국]배터리 소재·장비도 '차이나 스톰', 국내 공급망 '흔들'⑦전기차 캐즘 장기화 '이중고', 장기전 버틸 체력 확보 급선무
김도현 기자공개 2025-01-02 10:39:50
[편집자주]
중국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를 기점으로 이같은 기조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양강 사이에 낀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먹거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비상이다. 소재, 부품 등 특정 품목에서는 이미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겼다. 우위를 보이던 장비마저 중국산이 판을 친다. 중국 공세에 시달리는 국내 소부장의 현주소와 대안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0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배터리 생태계가 전기차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현상으로 혹한기에 접어들었다. 한때 주식시장을 뒤흔들 만큼 주목도가 높았고 성장세가 가팔랐으나 이제는 존재감이 희미해질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이에 더해 중국산 소재와 장비의 저가 공세로 경영환경은 더욱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당분간 업황 개선이 요원한 가운데 정부 지원 등에 힘입은 중국 경쟁사 침투가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간 내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무작정 버텨야 하는 실정이다.
◇양극재까지 내줄 판, 관련 업체 연이어 적자행
배터리 4대 소재로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등이 꼽힌다. 이중 양극재는 배터리 가격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으로 꼽힌다. 일본, 유럽 등 업체가 주도하다가 2020년대 들어 토종 기업 입지가 커졌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코스모신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전기차 시대에 진입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와 밀접하게 협력하면서 급성장한 곳이다.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몸집을 키웠으나 전방산업이 급격히 침체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1월 삼원계 양극재 수출액은 3억6658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8.8% 감소한 수치로 3억달러대를 기록한 건 2021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3년 만에 수출액이 최저치에 그친 것이다.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확산세가 빠른 부분도 한몫했다. LFP 배터리는 주행거리 등 한계로 구형 제품으로 치부됐으나 싼 가격, 안정성 등을 내세워 활용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이 연달아 LFP 배터리 채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기아, KG모빌리티 등이 적용 중이다.
일련의 과정으로 양극재 업계는 비상이다. 대장으로 여겨진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연간 적자 전환 가능성이 크다.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이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SK아이이티테크놀로지(분리막), SK넥실리스(동박),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동박), 더블유씨피(분리막) 등도 적자로 돌아서거나 영업손실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소재사 전반이 캐즘과 중국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소재들을 만들기 위해 리튬, 니켈, 흑연, 구리, 알루미늄 등이 쓰이는데 이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점이다. 자국에서 추출하거나 해외 광산 등을 사들여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상태다.
중국 의존도가 지나친데 대체재가 마땅치 않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에 따라 미·중 갈등이 극대화되면 불똥이 국내 업계에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중국은 흑연 등 수출 제한을 시행한 바 있다. 추후 보복 차원에서 핵심 원료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마찬가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복귀 시 배터리 관련 지원책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최소 미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지 못한 업체는 현지 고객과 거래하는 데 제약이 있을 가능성도 크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은 시점에서 대외적 변수가 증대되고 있어 걱정이 많다. 당분간 유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면서 재고 조정에 나서야 할 것 같다"며 "내년에 바로 전기차 시장이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보수적인 경영 체제가 이어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삼성SDI·SK온, 중국 설비 도입 확산
중국의 손길은 소재를 넘어 장비까지 닿는 모양새다. 그간 국내 기업들이 기술 리더십을 잡아온 분야였던 만큼 파장이 적잖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이 선도지능, 잉허커지, 항커커지 등 중국 배터리 장비사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을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3사의 팹이 있는 지역에 중국 설비가 투입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생산기지에 '메이드 인 차이나' 장비가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달리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부분도 중국 침투가 용이하도록 한다. 배터리 3사도 수익성이 저하된 상태에서 경쟁을 부추겨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한국 장비사의 우는 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다.
배터리 장비업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투자 일정이 밀리면서 납품 기한이 연기되고 있는데, 중국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과거 기술 및 인력 유출 케이스가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2025년 3월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 행사는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로 내년이 14회째다. 매년 규모가 증대되면서 존재감과 역사가 깊어지는 이벤트다.
내년에 중국에서 77곳이 참가를 확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최대치다. 미국 공략이 힘들어진 것을 틈타 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영향력이 확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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