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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의장 돋보기]정의선 회장의 마이웨이…사외이사 의장 '전무'⑨주요 계열사 모두 CEO가 의장 겸직, 비지주그룹 지배력 구조 때문

이돈섭 기자공개 2025-01-06 08:12:04

[편집자주]

이사회 의장은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를 대표한다. 어떤 인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는지가 이사회 독립성 척도로 활용되기도 한다. 기업들이 선임한 이사회 의장 면면은 다양하다. 사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이 있는가 하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한 곳도 있다. 기업들은 이사회 의장을 어떻게 선임하고 그 의장은 이사회를 어떻게 이끌고 있을까. 더벨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이사회 의장 면면을 분석, 재계의 트렌드와 각 기업의 이사회 특징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31일 07:3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엔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이 단 한 명도 없다. 삼성과 SK, LG그룹 등 여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사외이사 출신 의장을 기용하고 있는 것과 구별된다. 시장에는 순환출자 구조의 그룹이 오너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 시총 상위 현대차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의장 겸임

지난 9월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명단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다수 편입해 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를 시작으로 기아,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8개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이사회 의장직은 한 곳도 빠짐없이 모두 각 계열사 대표이사가 겸직하고 있다.

이는 삼성그룹을 비롯해 SK, LG 등 주요 4대 기업집단 상당수 계열사들이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그룹과 SK그룹의 경우 상당수 계열사가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으며 LG그룹은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 등 일부 계열사 중심으로 사외이사 의장을 기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의 경우 그룹 총수이기도 한 정의선 대표(회장·사진)가 의장을 맡고 있다. 정 의장은 2018년부터 이사회 산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정 의장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과거 현대차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이사회 의장을 겸직한 것에 더해 사추위 위원으로도 활동한 것과 같은 모습이다.

현대차는 최근 반기보고서 등에서 '사업 영역을 두루 고려하면서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업 전반에 전문성을 가진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및 경영 환경에 효율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차그룹 다른 계열사 역시 비슷한 이유로 대표의 이사회 의장 겸직을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선 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까닭에 지주회사 체계를 구축한 뒤 지주 측 인사를 산하 계열사 이사회로 진입시키는 형태보다 각각의 계열사에서 대표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방식을 통해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 같은 오너라고 해도 대표직과 이사회 의장 겸직은 제각각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중요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겸임을 지양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이사회 핵심 역할 중 하나가 경영진과 오너십을 견제하고 감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차를 포함해 소유구조가 비교적 단순화 된 기업의 경우 오너십이 이사회 의장까지 겸임하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지난 9월 말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 기업 중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인 곳은 59곳인데, 이 중 19개 기업의 사내이사가 해당 계열사 혹은 기업집단의 최대주주 본인이거나 오너가의 일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의 정의선 회장과 같이 오너 대표직을 맡으면서 동시에 이사회까지 주도하는 경우로는 ㈜LG의 구광모 의장과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의장,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김남구 의장,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의장, 삼양식품의 김정수 의장 등이 꼽힌다. ㈜CJ와 CJ제일제당은 이제현 회장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대표와 의장을 겸하고 있다.

실질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은채 이사회에만 자리하고 있는 오너들도 눈에 띈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크래프톤의 장병구 의장, LS의 구자열 의장, 고려아연의 최윤범 의장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하려고 하는 기업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은 한 차원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 시작한 기업들은 사업 구조를 재편하거나 외부 투자자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 재편이 이뤄지곤 했다. 현대차 역시 2018년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거버넌스 구조를 개편하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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