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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뉴노멀 시대 유통가는]면세업계, 흔들리는 가격 경쟁력 '생존 위기' 심화고환율에 판매가 상승 '소비 위축' 우려, 직매입 특성상 이익 변동성도 높아

서지민 기자공개 2025-01-06 14:05:11

[편집자주]

1472.3원. 2024년 12월 마지막 거래일 원·달러 환율 종가다. 외환 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트럼프 2.0 시대'와 한국의 불안한 정치적 요소가 더해지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환율 '심리적 마지노선' 이었던 1달러 1400수준을 넘어 1500원에 바짝 다가서는 등 강달러 현상이 뉴노멀(새 기준)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더벨은 고환율 영향으로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유통가의 현 상황과 대처 방안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3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에도 이어지는 '강달러' 현상에 면세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상품 가격이 달러 환율에 연동되는 면세산업은 강달러가 곧바로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품 대부분을 달러로 직매입해 판매하는 구조로 환율에 따른 이익 변동성도 높다. 기업들은 발주량 조절, 내국인 대상 마케팅 강화를 통해 고환율 리스크에 대비하면서 환율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비과세 효과 넘어서는 환율 상승분, 10월·11월 매출액 10% 이상 감소

국내 면세 산업은 상품의 매입부터 판매까지 모두 달러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달러 환율에 따라 경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기 때문에 환율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면세점의 최대 경쟁력은 가격이다. 관세를 내지 않아 시중보다 저렴하게 상품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러 값 변화가 실시간으로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탓에 환율이 변하면 제품 가격이 곧바로 출렁이게 된다.

최근 같은 환율 급등기에는 환차이로 인한 가격 상승분이 세금 감소분을 넘어선다. 면세 한도를 초과하는 고가품 등 상품에 따라 백화점이 면세점보다 싼 가격 역전 현상도 빚어질 수 있다.

최대 강점인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면서 내국인 이용객의 면세 소비가 위축되는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팬데믹 후 따이공(중국인 보따리상)이 빠져나가면서 국내 면세업계의 내국인 매출 의존도가 어느때보다 높은 상황이라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월부터 줄곧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의 10월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4% 감소했고 11월 매출액은 12.2% 줄어들었다.

업계는 면세 소비 심리 위축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중순부터 국내 화장품, 패션잡화, 식품 브랜드 등에 적용되는 기준환율을 인상했다. 기존보다 저렴한 가격에 국내 브랜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해 소비자 부담을 줄인 것이다.

기업별 환율보상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온라인에서 50달러 이상 결제시 사용할 수 있는 15% 쿠폰을 증정하고 있다. 신라면세점 역시 더블 적립금과 추가 혜택 적립금을 제공하고 있고 롯데면세점은 내국인 회원에게 최대 124만원까지 환급해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다만 이러한 프로모션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면세점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3분기에 모두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상태다. 여행객 수요가 기대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천공항공사가 일시적으로 면세사업권 매장 임차료 부과 방식을 객당 임차료에서 매출액에 연동되는 영업료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하면서 당분간 수익성 부담이 덜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시적 조치인 만큼 강달러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실적 타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동치는 환율에 원가 변동성↑…장기적 방한 외국인 감소 우려도

면세점의 유통 구조 특성상 환율에 따른 이익 변동성이 높은 점도 업계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면세점은 통상 유통 상품의 대부분이 직매입 상품으로 구성된다. 면세점이 납품업체로부터 직접 상품을 사들인 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때문에 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제품 원가가 높아지는 구조다.

현대면세점의 경우 상품 구성에서 직매입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에 이른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미리 매입한 물량이 있어 당장은 눈에 띄는 타격이 없다"며 "장기적인 정세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환율이 오랫동안 1400원대 초반을 유지하면서 발주량 조절을 통해서 대비를 하고 있던 상황"이라며 "1450원 이상으로 환율이 올라가는 건 예상치 못했던 부분으로 일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제품 매입 시점에 비해 환율이 급격히 오를 경우 이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여겨질 수 있다. 다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환차익으로 얻는 이익보다 소비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상품 매입정책 수립에 있어 어려움이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상 환율 추이를 지켜보면서 발주량을 조절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환율이 예상치 못한 범위까지 요동치면서 대처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혼란한 정치 상황으로 인한 외국인 여행객 감소도 걱정거리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한국 상품을 예전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소비를 부추기는 요소다. 그러나 최근 계엄 사태, 탄핵 국면 등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한국 방문을 꺼리게 될 경우 이러한 수요마저 놓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인한 소비 위축이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중이고 장기적으로 불안한 정세로 인해 외국인 방문객들이 방문을 꺼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며 "환율보상 이벤트 등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환율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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