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라비언의 법칙은 의사소통에서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가 메시지의 전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메시지를 해석할 때 언어적 요소가 미치는 영향력은 7%에 불과하다. 반면 비언어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른다. 물론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법칙은 아니다. 다만 비언어적으로 표현되는 신호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특히 최근 열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은 비언어적 신호를 주목할만한 행사였다. 롯데 VCM은 롯데그룹의 경영계획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상반기와 하반기 각 1회씩 개최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 사업군 총괄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하는 만큼 그들의 참석 자체도 주목도가 높다.
각 계열사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직전 성과가 좋은 계열사의 임원들은 청사진을 슬쩍 언급하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9일 열린 2025년 상반기 롯데 VCM의 참석길은 침묵만이 존재했다.
신유열 부사장을 시작으로 타마츠카 겐이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이창엽 롯데웰푸드 대표 등 일찌감치 도착한 임원들은 기자들의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부 참석 임원들은 대기 중인 출입구가 아닌 롯데몰과 연결된 통로 등을 이용해 잰걸음으로 회의장으로 이동했다. 예년과 같은 모습을 기대했던 취재단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침묵과 잰걸음으로 나타난 비언어적 신호는 롯데그룹의 위기의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말 주요 계열사의 실적부진과 차입금 증가 등을 이유로 유동성 위기설이 휩싸였다. 이후 롯데그룹은 위기설 불식을 위해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효율화 등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VCM 참석길에서 읽힌 위기의식은 회의 종료 후 신동빈 회장의 입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현 상황을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진단하며 고강도 쇄신을 예고했다.
VCM에서 예고된 고강도 쇄신은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며 곧장 실행에 옮겨지는 모양새다. 당장의 대규모 매출을 포기하고서라도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자산재평가와 부실 계열사 매각, 본업 체질 개선 등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한 롯데그룹의 쇄신은 이제 시작이다. 상반기 VCM에서 보여준 비언어적 신호의 잔상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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