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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비전 2030 중간점검]압도적인 기조본 '파워', 정지선의 믿을맨 면면은②그룹 전략 리딩하는 컨트롤타워, 비(非)기조본 재무라인도 두각

변세영 기자공개 2025-01-21 12:56:32

[편집자주]

현대백화점그룹의 비전 2030이 분수령에 다다랐다. 2030년까지 매출 43조원, 이익 2.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 달성에 앞서 지주사 행위제한 요건 해소를 대부분 마무리했다.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벨은 2025년을 맞이해 현대백화점그룹의 비전 2030 달성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과제를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08시0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통업계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중함’이라는 단어로 표현된다. 롯데나 신세계와 비교해 온라인 등 신사업에 보수적인 데다 지누스를 제외하면 조단위 빅딜도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2021년 ‘비전 2030’을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다소 놀랍다는 반응이 속출했다. 2020년 당시 그룹 매출액이 20조원 수준이었는데, 10년 내 2배 성장이라는 상당히 공격적인 목표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매출 40조' 비전은 순항 중이다. 중장기 전략을 이끄는 키맨을 살펴보면 과거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기조본) 출신 임원들이 상당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장호진 사장을 비롯해 윤영식 부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업)총괄 등 지주사 요직을 꿰차며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핸들링하는 상황이다.

◇기조본 핵심, 정지선의 믿을맨 장호진·윤영식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비전 2030’ 목표 총매출액은 43조원, 경상이익은 2.2조원이다. 유통과 패션, 리빙·인테리어 3대 핵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기존 사업과 시너지가 큰 사업들과 관련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볼륨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이 같은 중장기 비전은 기획조정본부 인물들에 의해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기획조정본부는 재무를 비롯해 전략, 경영 등을 두루 담당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이었다. 옛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로도 볼 수 있다.

(왼쪽부터)장호진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장, 윤영식 부사장

2023년을 기점으로 단일 지주사 체제가 출범하면서 기획조정본부 소속 인물들은 현대지에프홀딩스로 대부분 이동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정지선 회장과 장호진 사장이 각자대표를 구축하는 진영이다. 장호진 대표의 경우 기조본의 수장이기도 했다. 2015년 기획조정본부 부본부장을 거쳐 2017년을 기점으로 기획조정본부장에 올라섰다.

장 대표는 M&A(인수합병) 및 그룹의 전반적인 비전을 구상하는 데 탁월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부문(현 한섬), 2018년 한화L&C(현 현대L&C), 2020년에는 SK바이오랜드, 이지웰을 인수하는 성과를 냈다. 결과적으로 M&A 전문가인 장호진 사장을 지주사 대표이사로 배치해 ‘매출 40조원’이라는 청사진을 설계하도록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장 대표를 보좌하는 인물은 (사업)총괄 윤영식 부사장이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대표이사 산하에 총괄 직책을 둔다. 총괄은 △경영전략실 △미래성장전략 △사업개발담당 조직 등을 맡는 지주사의 2인자다. 윤 부사장도 기획조정본부 출신이다. 직전에 기획조정본부 경영전략실장을 수행했다. 현대지에프홀딩스로 이동하면서 총괄 직책으로 입지가 커졌다.

지주사의 가장 핵심 조직 중 하나가 바로 경영전략실이다. 경영전략실에는 재무전략담당, 투자기획팀, 법무팀 등이 배치되어 있다. 과거 기획조정본부 브레인으로 평가받던 이종근 전무가 실장을 맡고 있다. 1970년생인 이 전무는 기획조정본부 투자기획팀장을 거쳐 2022년 경영전략실장에 올랐다.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실행을 주도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약진하는 비(非)기조본, 재무라인 '두각'

최근 들어서는 비 기조본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비 기조본 출신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은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다. 정지영 대표는 영업전략담당, 영업전략실장 등을 거친 현장 전문가이자 정통 영업맨이다. 현대백화점이 매출 볼륨이 가장 큰 사업회사인 만큼 본업 경쟁력 제고가 중요해 사업 전문가를 수장으로 기용한 모습이다.

민왕일 부사장도 경영지원본부 경력이 대부분이다. 민 부사장은 입사 이래 재무회계 한우물만 팠다. 2013년 임원 배지를 달며 재경담당를 맡기 시작해 장기간 ㈜현대백화점 곳간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 더현대서울 등 대규모 투자에도 부채비율과 재무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며 신임을 얻었다. 2023년 정기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왼쪽부터)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사장), 민왕일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민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백화점그룹 재무통의 선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상당수가 비 기조본 출신임에도 입지가 상당하다. 현대백화점 경영지원본부장(CFO)을 수행하던 윤기철 사장이 현대리바트 대표로 이동해 업계 1위 지위를 탈환한 게 대표적이다.

주력 사업회사인 현대백화점에서도 재무임원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이다. 지주사 체제 이후 현대지에프홀딩스를 관장하는 재무담당이 존재하긴 하나, 사업회사 차원에서도 별도로 내부에 재무담당 임원을 두고 자체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장선상에서 현대백화점 재경담당인 이원철 상무는 2025년 그룹 정기인사로 전무로 승진하기도 했다. 승진과 맞물려 재경전략실장이 되면서 조직에 힘이 실린 모습이다. 이 상무는 민 부사장을 서포트해 현대백화점 자금 업무를 다룬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모든 M&A와 지주사 전환 등 굵직한 변화 뒤에는 항상 백화점 기획조정본부가 있었다"라면서 "해당 조직이 이관되면서 투자·전략은 현대지에프홀딩스, 사업회사는 현대백화점이 맡는 구조가 비로소 완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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