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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생존본능' 관전기

이승우 산업1부장공개 2025-01-31 08:46:36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07시1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존을 위한 고민은 동물이나 인간 그리고 기업들도 늘상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일상을 벗어나 극한 상황에 닥치면 고민의 수준을 넘어 잠재된 본능까지 발휘된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일단 살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정치적·경제적 극한 상황이 기업들의 본능을 자극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기업의 주인들이 본능 발휘의 최전선에 서 있다. 생사 여부까지는 아닐지라도 그에 준하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취임식 참석 여부는 그 능력치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결고리를 찾아 취임식에 참석한 총수가 있고, 애를 썼으나 그렇지 못한 총수도 있다. 후자 기업 대관을 맡고 있는 임원들은 크게 깨졌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우여곡절 끝 취임식에 참석한 총수와 관련한 뒷 이야기는 무성하다. 스스로 보여왔던 정치적 견해를 감안 다음 정권에 대한 두려움으로 강대국에 기댄 생존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취임식 참석에 성공하기까지 맺어진 그 인적고리에 대한 이런저런 말도 돈다. 어찌됐든 과정을 잘 연출해 내면서 대관 직원들이 흐뭇해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정치권에 발을 담그려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광폭 행보를 보이는 인사도 있다. 다음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들을 흘리며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려는 쪽이다. 당신의 의지인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 그 주변을 둘러싼 가신들이 기획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일부는 정공법을 쓴다. 트럼프 취임식은 놓쳤지만 국내 투자를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인이다. 정치가 망쳐놓은 '국가경제'를 비즈니스의 키워드로 삼고 있다.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해 국가를 위한다며 조부와 부친의 냄새를 풍긴다. 정치인들이 놓치고 있는 포인트로 자신을 어필하는 전략이다. 현명한 편이다.

전략인지 혹은 무관심인지 모르지만 아무 액션을 취하지 않는 총수도 있다. 그동안 보여왔던 행보를 돌아보고 안팎의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이 난리판에도 숨죽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그룹 내부의 위기감은 더 증폭되고 있다. 다른 총수들은 야단법석인데 우리의 주인은 생존 본능과 야성이 아예 없는 게 아닌가 하면서.

늘 안고 사는 사법리스크에다 글로벌 산업 패권 경쟁, 그리고 최고 정치인과의 술자리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본 그룹 총수들은 절박하다. 위기와 위협에 움츠려 있지 않고 발벗고 나섰다는 것만으로 응원해줄 만하다.

하지만 결과는 다른 문제다. 각자 전략의 결과가 향후 정권을 잡는 주체에 따라 명확히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신들도 초긴장 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경제를, 그리고 기업을 망치는 구태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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