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AML 없인 '아메리칸 드림'도 없다전 세계 최고 수위 AML·CFT 요구…기준 미달 시 천문학적 벌금 부과
이재용 기자공개 2025-02-19 12:31:41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회사의 진출 의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맞닿으면서 은행 등 금융사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 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이 증대됐지만 비례해 현지 생크션(Sanction·제재)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문화와 규제 수준이 달라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에 시장 공략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제재 현황 등을 들여다보고 리스크 요인인 현지의 문화·규제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2일 07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제를 시행하는 나라다. 은행 등 자금 거래가 이뤄지는 금융산업에는 특히 그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한다. 시장 중심의 자율성을 부여하면서도 AML 측면에선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관련 제재 수위를 놓고 보면 금융사의 현지 존립이 AML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백억원부터 수조원까지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기 때문이다. 신한·NH농협·IBK기업은행 등 한국계 은행도 거액의 금전제재를 받은 여파로 영업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시장 미국, AML 요구 수준 점점 높여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계 금융사의 미국 현지 점포는 모두 60곳(현지법인 산하 점포 제외)이다.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보험사, 여전사 등 금융 전 업권에 걸쳐 38개 회사의 현지법인·지점·사무소가 나가 있다. 소재는 뉴욕, LA, 델라웨이 등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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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사의 입장에서 미국은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기축통화 조달의 중추적인 시장인 데다가 리스크가 낮은 안정적인 투자처다. 현지 한국계 뱅커는 "투자 스케일이 다르고 수많은 한국계 이민자와 기업이 터를 잡고 있어 미국을 제외하곤 글로벌 사업을 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안착하기도 어렵다. 특히 규제 장벽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금융권의 자금이 범죄조직과 테러단체에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AML과 CFT 규제는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해외 은행이 이란이나 북한 등의 불법 자금 통로가 되고 있다며 감독 수위를 올린 영향이다.
대표적인 AML 및 CFT 규제로는 자금세탁방지법(The AML Act), 은행비밀법(BSA, Bank Secrecy Act) 애국법(USA PATRIOT Act), 기업투명화법(Corporate Transparency Act) 등이 존재한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주도로 금융사의 AML 및 CFT 프로그램 고도화를 추진하는 등 강화는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FinCEN은 등록 투자자문사(RIAs)를 금융사로 규정하고 내년 1월부터 AML과 CFT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투자자문업계의 AML 규제 공백을 해소하고 금융 시스템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은행이나 증권사와는 달리 투자자문사에 대한 AML 규제 의무가 없었다.
◇존립 위협하는 수백억~수조원 금전제재
미국에서 금융사가 AML을 소홀히 할 경우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수위의 처벌이 내려진다. 제재 사례를 살펴보면 BNP파리바은행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이란, 쿠바, 수단과 외환거래를 지속해 89억달러 규모의 금전제재를 받았다. 벌금 합의 당시인 2014년 환율로 9조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이란 제재위반과 멕시코 마약조직과의 자금거래 혐의로 19억달러,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이란 등 금융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11억달러, 골드만삭스는 말레이시아 1MDB(1말레이시아개발유한회사) 스캔들로 29억달러의 벌금성 합의금을 지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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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미국 현지법인 아메리카신한은행은 AML 프로그램 미흡으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FinCen, NYSDFS 등 3개의 미국 기관에 총 2500만달러의 과태료를 납부해야만 했다. 이런 거액의 벌금을 포함한 행정제재는 금융사의 영업에도 악영향을 줬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의 경우 2007년 NANB를 인수하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제재 이슈가 불거진 이후 되레 뒷걸음질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말 19억2000만달러였던 자산은 2023년 말 17억5200달러로 8.8% 줄고 대출자산도 15억3900달러에서 14억6900달러로 4.5%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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