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는 왜]방카 25%룰 완화, 보험사 손익계산서는③손보업계 "시장 워낙 작아 의미 없어"…생보업계 "기대보단 우려가 더 커"
조은아 기자공개 2025-02-21 12:49:14
[편집자주]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지 22년이 지났다.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으나 예상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규제가 켜켜이 쌓인 탓이다. 최근 정부가 무려 19년 만에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향후 미칠 판도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더벨이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14시3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이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못 팔도록 하는 이른바 '방카 25%룰'이 19년 만에 완화되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와 손해보험업계,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 사이에서 온도차가 느껴지는데 은행의 영향력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데엔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생보업계 "대형사들에겐 기회지만 기대보단 우려 커"
최근 정부는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특정 손해보험사 판매 비중 규제를 기존 25%에서 50%, 조건에 따라 75%까지 높이기로 결정했다. 생명보험사의 판매 비중 역시 33%로 높였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의 경우 생보사는 25%가 유지되며 손보사의 경우 33%, 조건에 따라 50%까지 높아진다.
무려 19년 만의 변화이지만 어느 정도는 예견된 수순이다. 지난해 4월 삼성화재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후 손보사 중에서는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만 남아 은행 입장에선 25%룰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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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권에서는 생보업계와 손보업계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방카슈랑스 시장은 생보업계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시장에 참여 중인 생보사가 18개에 이른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종신보험의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를 단기 유동성 확보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25%룰 완화로 파이가 커지는 만큼 은행과 관계가 좋은 생보사는 주력 상품의 판매를 더 늘릴 수 있게 된다. 보통 금융지주 계열 생보사(신한라이프, KB라이프, 하나생명)가 각 은행과 관계가 좋지만 이들은 여전히 25%룰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사실상 기회를 잡는 건 삼성·교보·한화 등 대형 생보사다.
이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설 수 있으며 나아가 한층 효율적인 판매 전략도 짤 수 있게 된다. 대형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는 은행에서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분산해 판매해야 했는데 이제 한 보험사의 상품을 더 많이 취급할 수 있게 돼 보험사 입장에서 효율적인 판매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결국 브랜드 인지도와 자본력이 강한 대형 보험사들은 주요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형 생보사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은행의 영향력이 한층 커지면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기회를 잡기 위해선 은행과 대형 생보사들의 '카르텔'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은행에 수수료를 많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은행의 리베이트 요구가 커질 수 있어 보험사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며 "결국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보험료 상승으로 직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설계사 채널 약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 고용 문제를 넘어 고객 맞춤형 컨설팅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설계사가 제공하는 장기적인 보장 제안이 줄어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입맛에 맞는 상품만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보험상품의 다양성이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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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업계 "워낙 비중 없어, 별 의미 없다"
손보사들은 어떨까. 규제 완화의 시발점이지만 정작 손보사들은 이번 규제 완화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모양새다. 손보업계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의 비중이 워낙 미미한 탓이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가 워낙 적기 때문에 높아지는 비중만큼 판매를 쉽게 늘릴 수 있는 것도 맞지만 정작 회사 내부에선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며 "손보업계의 경우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이 1% 수준으로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예컨대 한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는 비중 한도가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의 경우 기존 25%에서 50%로, 금융지주 계열인 KB손해보험은 기존 25%에서 33%로 각각 높아진다. 그러나 이만큼 다 채워서 높인다고 해도 각각의 회사에 대한 실적 기여도는 매우 낮은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새 시장 참가자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손보업계에서 방카슈랑스는 '고사' 상태라는 내부 진단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이 중요해지면서 CSM 확보에 불리한 저축성보험을 손보사들이 적극적으로 판매할 이유도 사라지고 있다.
중소형 손보사 관계자는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에게 방카슈랑스는 그냥 명목 유지 차원에서 운용하는 정도여서 별 의미가 없다"며 "25%룰 때문에 팔고 싶어도 못 팔았던 은행을 위한 개편"이라고 말했다.
결국 생보업계나 손보업계 모두 보험사가 아닌 은행을 위한 룰 개편이라는 데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측면으로 보든 은행의 영향력 확대라는 결론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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