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파이낸스

[방카슈랑스는 왜]'기대와 우려' 모두 현실화하지 못한 이유②판매상품·비중·인력 등 촘촘한 제한…반쪽만 열린 채 20년

조은아 기자공개 2025-02-21 12:47:37

[편집자주]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지 22년이 지났다.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으나 예상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규제가 켜켜이 쌓인 탓이다. 최근 정부가 무려 19년 만에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향후 미칠 판도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더벨이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8일 07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여년 전 방카슈랑스 도입을 둘러쌌던 기대와 우려가 모두 예상만 못한 배경엔 지나치게 빽빽한 규제가 있다. 방카슈랑스 규제는 판매상품과 판매비율, 판매인력 등 매우 촘촘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19년 만에 판매비율 규제는 일부 완화하기로 했지만 판매상품 제한의 경우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제한이 풀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설계사들의 대량 실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되는 탓이다. 문제는 4단계로 확대되지 않는 한 방카슈랑스 도입 효과가 반쪽짜리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4단계 무산 이후 15년 넘게 수면 아래

방카슈랑스는 도입 당시부터 새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은행과 먹거리를 뺏길 수 없다는 보험업계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보험업계의 반발과 시장에 미칠 충격 등을 고려해 상당히 많은 규제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해당 규제 대부분은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방카슈랑스 규제는 △판매상품 △판매비율 △판매인원 △취급업무 △모집방법 규제 등이 있다.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건 판매상품 규제다. 처음 도입 당시 1단계부터 시작해 4단계까지 순차적으로 판매상품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는데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방카슈랑스는 종신보험과 자동차보험 취급이 제한돼 있다. 1~3단계까진 3년 만에 확대됐으나 4단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정부는 2003년 8월 방카슈랑스 1단계(저축성보험)를 시작했고 2005년 4월 2단계로 확대했다. 2단계에는 순수 보장성보험 제3보험이 개방됐다. 이후 2006년 10월에는 환급형 개인보장성보험이 포함된 3단계 방카슈랑스가 시행됐다.


마지막 4단계는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 취급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업계의 간판상품인 만큼 파급효과가 산업 전반에 걸쳐 매우 클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이유로 2005년 한 차례 '3년 연기'가 결정됐고 2008년 초에는 시행 몇 달을 앞두고 전면 중단됐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여야 정치권이 도입 자체를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4단계 시행이 완료돼야 보험료 인하와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방카슈랑스의 도입 취지에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장성보험과 자동차보험은 사업비 비중이 높다. 해당 보험상품이 은행에서 판매돼야 사업비 절감을 통한 보험료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자들의 선택권 측면에서도 해당 보험상품의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는 게 좋다. 특히 보장성보험은 인구 고령화 및 건강·질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따라 다른 보험상품과 비교해 소비자의 자발적·선택적 구매 성향이 상대적으로 높기도 하다.

사실 방카슈랑스는 기본적으로 먹거리를 나눠야하는 문제인 탓에 어느 곳이든 갈등이 불가피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역시 우리처럼 4단계에 거쳐 순차적으로 판매상품 제한을 풀었고 2007년 12월부터는 전면 확대 운영하고 있다. 현재 방카슈랑스를 도입한 주요 국가 중 판매상품 규제를 둔 곳은 우리나라뿐이다.

판매상품 규제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과거와 같은 사회 문제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 때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 갈등만 커질 수 있다"며 "은행들 역시 내심 규제 완화를 바라긴 하겠지만 공론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비중만 19년 만에 완화…인력·장소 제한은 그대로

최근 은행·카드사·증권사 등이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못 팔도록 하는 이른바 방카 25%룰은 일부 완화가 결정됐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올해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생명보험 상품은 33%, 손해보험 상품은 50~75%로 규제 비율을 우선 완화할 계획이다.

25%룰은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가 시장을 독식하는 일을 막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처음엔 50%였으나 2005년에 25%로 강화된 이후 20년 가까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소비자가 특정 보험사의 상품을 선호하는데도 은행이 규제에 막혀 해당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자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현실적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4월 삼성화재가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판매비중 규제 준수가 더욱 어려워졌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만 방카슈랑스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 비중 규제 준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밖에 인력과 판매장소에 대한 규제도 있다. 점포별로 보험 판매를 맡는 직원 수는 최대 2명까지만 가능하고 보험판매인은 대출 업무를 할 수 없다. 판매 장소 역시 오프라인 점포나 인터넷 홈페이지로 한정돼 있어 디지털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