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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돌려막기 후폭풍…삼성증권은 '무풍지대' 증권사 9곳 기관제재 철퇴…수익률 열위 감내 '전화위복'

박상현 기자공개 2025-02-21 08:07:49

[편집자주]

국내 WM(Wealth Management) 시장은 은행과 증권사, 운용사 등을 큰 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개인 고객과 접점을 이루는 PB(Private Banker)부터 콘트롤타워인 본사 리테일 파트, 여기에 자산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얽히고설켜 있는 생태계다. 더벨은 이 시장의 화두와 동향, 그리고 고민 등 생생한 얘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15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이 철저한 내부통제로 다시 한번 전화위복을 거뒀다.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자전거래)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9개 증권사에 철퇴를 가한 가운데 삼성증권은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과도한 리스크를 받아들이기보다 상대적으로 열위한 수익률을 감내하기로 결단한 덕분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3차 정례회의를 열고 증권사 9곳의 채권형 랩·신탁 운용 관련 위법사항에 대한 기관제재를 확정했다. 교보·하나·KB·한국투자·NH투자·유진투자·미래에셋·유안타증권에 기관경고를, SK증권에는 기관주의를 의결했다. 다만 교보증권에 한해서는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업무 일부정지 1개월'의 제재를 추가했다.


증권사들이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사용한 점이 문제의 근원이다. 단기 채권형 랩·신탁 상품을 수익률 경쟁에 앞서기 위해, 상품보다 만기가 긴 장기 기업어음(CP)를 편입해 운용한 것이다. 이 상품은 주로 법인 고객에게 투자 받는다.

통상 기준금리가 낮은 수준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를 경우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상 장기물은 단기물보다 기준금리 변동성에 더욱 탄력적이다.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 후 채권 시장이 경색, 장기 CP 가격은 급락했다. 다시 말해 장기 CP 가격 하락으로 법인 고객들이 투자한 단기 랩·신탁 상품의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증권사들은 서로 CP를 사고파는 방식으로 손실을 감추려 했다. 기준금리보다 낮은 가격으로 자전거래를 함으로써 실질적 가치가 하락했음에도 이를 눈속임하려고 했다는 해석이다. 또 법인 고객이 환매를 요구하면 증권사들은 만기가 남은 CP를 다른 고객의 계좌로 넘기거나 회사 고유자금을 통해 이를 매입했다.

금융감독원이 점검에 들어서자 증권업계에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말이 나왔다. CP 운용에 관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관행처럼 여겨진 거래를 위법하게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해석이다. 중징계 결론을 내렸던 금감원은 이후 9개 증권사들의 소명 절차를 진행한 뒤, 영업정지가 아닌 과태료를 부과했다. 증권사가 투자자 손실을 적극 배상한 점과 채권 영업을 중지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했다.

이런 가운데 주요 증권사 중 하나인 삼성증권은 이번 사건과 무관했다. 삼성증권 특유의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삼성증권은 애당초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활용하지 않았다. 예컨대 만기 3개월의 채권형 랩·신탁 상품일 경우 3개월 이내의 CP 혹은 국공채를 편입했다는 의미다.

물론 판매 당시 상품 경쟁력은 다소 열위할 수도 있었지만 원칙을 고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품보다 만기가 긴 채권을 편입하면 그만큼 상품의 예상 수익률은 높아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법인 고객이 높은 수익률을 바라보고 단기 채권형 상품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같은 유형의 상품을 줄 세울 때 수익률이 높은 곳으로 관심이 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업계 내 이미지가 한몫했다는 말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른 곳과 비교해 삼성 금융 계열사는 안전할 것이란 이미지가 강하다"며 "비록 예상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정성을 고려해 삼성증권에 투자한 법인도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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