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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 IPO 전략 점검]GC그룹 내부거래로 큰 GC지놈, 현금조달 창구 '부상'②그룹 지배력 36%, 의료재단 매출 대부분…풋옵션 우려 '상장 절실'

김성아 기자공개 2025-03-14 08:43:42

[편집자주]

바이오텍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기업공개(IPO) 움직임이 전통 제약사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수십년의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안정적인 매출 기반에도 불구하고 제약사들이 자사 또는 자회사 IPO에 나서는 까닭은 무엇일까. 통상 IPO를 단행하는 이유는 용이한 자금조달에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각 사의 현황을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 더벨은 제약사들이 IPO에 나서는 본질과 그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4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GC그룹의 유전자 진단 사업 자회사 GC지놈이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그룹의 재무 건전성 해소에 관심이 몰린다. GC지놈은 작년 11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GC지놈이 상장한다면 그룹 내 7번째 상장사가 된다.

계열사의 든든한 자금줄이던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의 재무여력이 크게 쪼그라든 상황에서 자회사 상장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 자금 지원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캐시카우를 창출해 지원사격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그룹 지원 아래 마련한 사업기틀, 설립 11년만 상장 도전

GC지놈은 2013년 7월 설립한 유전체 분석 사업을 하는 GC그룹 계열사다. 설립 11년 만에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기술성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A 등급을 받은지 2주만에 예심을 청구하며 빠르게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에 속도를 낸 배경에는 GC지놈의 고성장 기조가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8%를 기록하고 있다. 가장 최근 감사보고서인 2023년 말 기준으로 보면 GC지놈은 매출액 273억원, 영업이익 1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약 13% 외형 성장을 이뤘다.


GC지놈의 성장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생부터 영업활동까지 그룹 내에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GC지놈은 녹십자가 유전자 분석 및 질병유전자 발굴 사업을 위해 약 2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곳으로 녹십자가 지분 67.68%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자리한다. 이후 거듭된 유상증자, 지분 매각 등으로 현재 지분율은 25.57%로 집계됐다.

녹십자 지분을 녹십자홀딩스, 녹십자셀, 녹십자엠에스 등 그룹 계열사가 떠안았다. 2017년과 2018년 녹십자셀과 녹십자엠에스가 각각 지분 0.44%, 0.11%를 취득했다. 2019년에는 녹십자홀딩스가 GC지놈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10.36%를 취득했고 이듬해 추가 지분 취득이 있었다. 작년 말 기준 녹십자그룹이 직접 보유한 GC지놈 지분율은 35.45%에 달한다.

영업활동의 대부분도 그룹 내에서 이뤄진다. GC지놈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의료법인 녹십자의료재단과 GC셀, GCCL 등으로부터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검체검사사업을 하고 있는 녹십자의료재단이 주요 고객이다. 2023년 GC지놈은 녹십자의료재단으로부터 216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당해년도 매출액의 80%에 해당한다.

◇곳간 마르는 그룹 '조달 창구' 역할 기대, 과제는 '매출원 다변화'

그룹의 적극적 지원 아래 기초 체력을 다진 GC지놈의 상장은 그룹의 새로운 현금 조달 창구 확보 측면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GC그룹은 지주사격인 녹십자홀딩스와 핵심사업법인 녹십자가 맏형 역할을 하며 계열사를 성장시켜왔다. 녹십자홀딩스는 2010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적용이 해제됨에 따라 자회사와의 공동출자 금지 제한을 받지 않는다.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 아래 44개 비상장사는 물론 GC셀, 유비케어, 녹십자웰빙, 녹십자엠에스 등 4개 상장사들이 이들의 지원 하에 있다. 녹십자는 대개 계열사 초기 출범시 자본금을 출자하고 녹십자홀딩스는 계열사가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할 때마다 지원사격 하는 형태다.

대표적인 예가 녹십자 종속회사 GC셀이다. GC셀 전신인 녹십자랩셀은 2011년 설립 당시 녹십자가 지분 51%를 출자했다. 2022년 GC셀이 미국 세포유전자치료제 기업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할 때 녹십자홀딩스가 함께 특수목적법인(SPC) 코에라를 설립하며 자금을 댔다. 녹십자홀딩스가 약 70% 비율로 출자를 주도했다.

공교롭게도 그룹 지원으로 기반을 다진 GC지놈이 본격 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현 시점에 주주사인 녹십자는 물론 녹십자홀딩스, GC셀, 녹십자엠에스 모두 추가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특히 GC지놈이 발행한 전환사채는 일정 기한까지 상장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옵션도 부여 돼 있다. 투자자가 풋옵션 60%에 해당하는 주식과 이자를 가산한 금액을 녹십자가 매입해야 한다. 투자자금도 없는데 지분을 떠안을 자금은 더욱이 없어 상장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계열사들이 좀처럼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가운데 실적 부진까지 겹치며 주주사들의 부담은 한계에 이르렀다. 녹십자홀딩스뿐 아니라 미국 혈액제제 시장 진출이라는 과업을 오랜기간 안고 있었던 녹십자도 계열사를 지원할 체력이 취약해졌다.

2020년 말 1851억원에 달하던 녹십자의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3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녹십자홀딩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금성자산이 2020년 말 919억원에서 2024년 말 4억원이 됐다.

녹십자의 경우 작년 9월 말 별도기준 차입금이 7000억원대로 역대 최대치로 확대된 상황에서 이자비용만 연간 수백억원에 달한다. 녹십자홀딩스 역시 4500억원대로 마찬가지로 최대치로 치솟았다.


그룹 내 부채는 대폭 늘어난데다 현금은 말라가는 상황에서 계열사들이 자립해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할 시기다. 녹십자웰빙이 고수익 사업인 에스테틱에 사활을 걸고 GC지놈은 상장이 절실한 이유다.

GC지놈이 상장하면 외부조달이 용이해지고 지배사들도 밸류가 높아진 GC지놈의 지분을 매각, 담보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상위지배기업인 녹십자홀딩스와 지배기업인 녹십자가 실질적 지배력을 통해 이미 GC지놈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4개사가 모두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물론 GC지놈이 기업밸류를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녹십자의료재단 등 그룹으로부터 창출하는 매출 비중이 너무 높아 매출원을 다변화해야 한다.

GC지놈은 글로벌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자금을 2023년 출시한 AI 기반 다중 암 조기 선별검사 '아이캔서치'의 고도화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가속화에 투자할 계획이다.

GC그룹 관계자는 "현재 거래소에서 예비 심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고 결과는 상반기 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직 상장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외부적으로 알릴 만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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