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미투자 31조]다시 '주목 받는' 보스턴다이내믹스⑧정의선 회장 지분 20%대 보유…미래산업 선점 '핵심 키'
고설봉 기자공개 2025-03-27 13:38:37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이 미국발 관세전쟁 해법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made in USA’로 문제를 풀어냈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를 투자한다. 완성차와 철강 등 제조업은 물론 자율주행과 로봇 등 신기술 산업 생태계를 미국에 구현한다.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첫 번째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의 투자 내역과 중장기 미국시장 성장 전략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11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통큰 대미 투자는 생산체계 개편에만 머물지 않는다. 당장 무역관세 리스크를 해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 사업구조 고도화에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미래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전체 투자 규모의 30%에 이른다.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은 물론 정의선 회장에게 각별한 계열사다. 로봇사업을 펼치고 있는 이 회사는 미래 성장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최대주주로 IPO를 통해 대규모 실탄을 마련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에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포함된 이유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등 미래산업 육성 투자 9.2조
이번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명분은 미국 내 생산체계 고도화다. 현대차그룹이 펼치고 있는 미국 사업 전반에서 ‘made in USA’를 늘리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등 완성차의 미국 내 판매에서 관세를 회피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총액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투자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진행된다.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달러(약 12조6000억원),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약 9조원), 미래산업 및 에너지 분야 63억달러(약 9조2000억원) 등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미래산업 등에 대한 투자다. 자동차 생산과 부품·물류·철강 분야는 모두 현재 미국발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투자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미래산업 및 에너지 분야 투자는 당장의 관세 리스크 해소 목적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제조업 대비 고용 창출 효과가 적다는 점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100% 충족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미래산업 투자에 부품·물류·철강 분야보다 더 많은 63억달러를 집행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미국 내 여론을 만들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총 투자 규모를 키우기 위해 미래산업 분야까지 이번 투자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제조시설과 물류 인프라 등은 한번 투자하면 생산량을 감산하는 등 규모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규모를 무한정 늘리는 것은 부담이다. 그러나 미래산업 분야는 특허 등 기술 확보에 중점을 두는 무형자산 취득 형태로 투자가 진행되는 만큼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승계 마침표 보스턴다이내믹스
보스턴다이내믹스 등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강화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향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 지분 승계시 필요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수단이다.
현대차그룹은 여러 계열사에 걸쳐 미래사업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그 가운데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은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이른바 빅4 계열사가 모두 지분투자했다. 그만큼 그룹 내에서 미래산업 육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키우는 곳이다
이 가운데서도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할 당시 개인적으로도 자금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2024년 말 현재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1.9%를 보유 중이다. 현대글로비스도 10.9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현대차와 기아는 HMG글로벌(HMG Global LLC)을 통해 간접 보유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사업은 한층 활기를 띌 전망이다.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로봇사업에서 승기를 굳혀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물론 정의선 회장까지 투자금 회수의 길이 열린다.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최저 몸값은 1조5543억원 수준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기재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95%에 대한 장부가액 1727억원을 근거로 산출한 값이다. 다만 시장에선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가 최대 30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성장은 정 회장 개인에게도 중요한 사안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정몽구→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구조로 그룹 지배구조가 짜여져 있다. 정 회장은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을 승계받는 동시에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선 각종 세금을 고려하지 않아도 최소 5조5000억원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재 거론되는 최고 몸값 약 30조원의 가치로 IPO에 성공한다면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한번에 완료할 수 있다. 그만큼 이번 공격적인 대미 투자가 현대차그룹의 운명은 물론 정 회장의 안정적인 지배력 확장에도 중요한 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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