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5% 블록딜 '정상영의 무대' 막 내리나 장남 정몽진 회장의 입지 굳어져..전략변화, 다각화 속도 등 주목
문병선 기자공개 2012-06-21 11:52:39
이 기사는 2012년 06월 21일 11: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76)이 약 8년만에 자본시장에 등장해 보유 중이던 회사 주식 중 절반을 깜짝 매각했다. 이는 정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KCC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가 확고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 명예회장은 이번 지분 매각을 끝으로 경영 자문역에서 사실상 후선으로 퇴진한 것으로 해석돼 신사업 추진 등 KCC의 보수적 경영전략에도 변화가 찾아올 지 관심사다.KCC는 정 명예회장의 세 아들이 총 31.8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장남 정몽진 KCC 회장이 17.76%, 차남 정몽익 KCC 사장이 8.81%,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은 5.29%를 각각 갖는 등 순서대로 비례해서 지분을 보유해 왔다. 경영 역할도 적절히 분배돼 정몽진 회장은 전략 등 경영 전반을, 정몽익 사장은 재무 등 미시 경영을, 정몽열 사장은 KCC건설을 맡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오너 일가' 중심의 안정적 지배구조는 부친의 결심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게 회사 바깥의 평이다. 정 명예회장의 지분(10%)이 여전히 많았고 그의 지분이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어서, 장남 중심의 후계구도가 최종 확정된 게 아니라는 해석이었다.
지난 8년여 동안 정 명예회장은 보유 중이던 KCC 지분을 팔거나 증여하지 않으면서 10%의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 것도 한편으로는 세 아들의 경영능력을 검증해보려는 의중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많았다. 정 명예회장은 2000년 초반들어 그의 지분을 연이어 세 아들에게 안분 증여하다가 2004년 4월 최대주주가 정몽진 회장으로 바뀐 이후부터는 한번도 지분율에 변화를 준 적이 없다.
따라서 그가 8년만에 자본시장에 나타나 그의 '평생'이 묻어 있는 KCC 지분을 매각한 것은 세 아들을 두고 본 이런 경영 검증 기간을 스스로 끝냈음을 시사한다. 장남 정몽진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KCC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10배 가량 키워냈고, 차남 정몽익 사장은 형과 조화를 이뤄 KCC를 함께 경영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삼남 정몽열 KCC건설 사장 역시 건설경기 어려움에도 불구 회사를 어려움없이 꾸려오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이런 점을 만족했고 홀가분하게 갖고 있던 지분을 털어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 명예회장은 그동안 고령에도 불구 KCC의 경영 자문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진 회장이나 정몽익 사장은 사업 전반의 방향을 부친에게 자문을 구해 추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폴리실리콘 사업의 잠정 중단 결정 역시 정 명예회장이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KCC그룹의 방향성에는 정 명예회장의 생각이 중요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에 정 명예회장이 그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이런 KCC 내부 기류에도 변화가 올 지 주목받고 있다. KCC는 안정적 재무구조와 우수한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불구하고 최근 성장의 정체를 보이고 있다. 도료 사업은 꾸준하지만 성장률은 떨어지고 있고 건축자재 사업은 건설 경기 침체로 고전하고 있다.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폴리실리콘 사업은 잠정 중단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미래의 먹거리 사업을 준비해야 하는 KCC 입장에서는 보다 더 공격적이고 용기있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지적과 달리 과거부터 이어져 온 KCC 오너가의 중층적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1일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입해 범현대가 중심의 매출 구조에 변화를 주려고 한 것이나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점 등은 KCC가 달라지겠다는 몸짓"이라며 "회사 안에서도 과거보다 더 개방적이 되어야 한다고 평가하는 임직원이 많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정몽진 회장은 부친보다 더 공격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크다는 것이다.
정 명예회장의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 회사측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매각한 것은 맞지만 오너 개인의 일"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의 보유 지분은 이에 따라 52만6000주(5%)로 감소한다. 정 명예회장이 결단을 내린 이상 남은 지분 역시 시장에서 매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지분율이 5% 이하로 내려간 것은 1960년 금강스레트 대표이사로 취임해 실질적으로 현대그룹에서 독립한 지 53년여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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