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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 회장의 변심…왜? 소극적 입장서 강경입장 선회…시장주의자의 선택 vs 연임포석

이승우 기자공개 2012-07-16 16:01:27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6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하겠다면, 최고경영자(CEO)로서 따르겠다"던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달라졌다. '축복받는 인수합병(M&A)이라면 (우리금융 민영화 참가를) 고려하겠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잡음을 일으키지 않을테니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정부 고위층에 강행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 참가 의사를 밝혔다. 정권 말 대형 M&A에 참가할 경우의 정치적 부담감과 M&A 시너지에 대한 부정적 여론, 노동조합의 반대 등에도 불구하고 참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어 회장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인수전 참가에 부정적이었다는 게 업계와 KB 내부의 전언이다. 취임 이후 뚜렷한 성과가 없어 대형 M&A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현가능성이 낮고 부정적 여론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KB 내부에서는 어 회장이 "국민은행 임원들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렇지만 지난 주부터 변화의 징후가 감지됐다. M&A 후 남게 되는 정부 지분에 대한 의결권 미행사, 투뱅크(Two Bank) 체제를 통한 정리해고 제로, ING생명 인수와 우리금융 민영화 동시 진행 가능 발언 등이다. 단서는 있지만 우리금융 입찰에 참여할 뜻을 명확히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 고위층에서 '가계부채 문제에 신경써 달라', '잡음을 일으키지 말아달라'는 뜻을 전달했지만, 어 회장은 이를 정중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이사회 직전에는 김종인 박근혜 경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은행을 대형화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대형화한 은행이 사고 나면 국민 부담이 더 커진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사실 어 회장 입장에서 우리금융 M&A는 놓치기 아까운 기회일 수 있다. 취임한 지 2년이나 됐지만,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 외에 이렇다 할 만한 경영성과가 없다. 기업금융 등 수익성 높은 사업을 강화하려고 하고,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형 M&A 딜에서 매번 고배를 마시면서 회장의 결단력과 추진력 등에 대해 의심을 받아왔다. 이는 결국 어 회장의 연임 문제와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됐다.

금융권에서는 어 회장의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자리를 걸고 던진 승부수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 회장의 임기는 내년 7월이지만, 정권 교체 후 어 회장이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 상황에서 KB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참가한다면, 딜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장을 교체하기는 어렵다. 또 KB지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에는 인수 방식이든 합병이든, 어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어 회장과 금융당국 간의 사전 교감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대 3조 원 정도로 예상되는 ING 인수전에 동시에 참여하고 있는 점은 어 회장의 절박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가 우리금융을 인수하지 못하면 다른 은행에 뒤쳐지게 될 것이라는 절박함의 발로이겠지만, 정치적 여건 등을 감안하면 다소 무리로 보일 정도다"고 말했다.

물론 어 회장의 선택은 철저한 '시장주의자'의 선택일 수도 있다. 온갖 잡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잡겠다는 것. 실제로 다른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이 많이 몰리지 않으면, 대가를 크게 치를 필요가 없다. 어려운 상황이어서 매수자가 많지 않으면, 시장 가격은 원론적으로는 내릴 수밖에 없다.

KB 관계자는 "여기 저기서 이번 딜은 안될 것 같아 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만큼 해당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설령 결과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큰 비난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입찰 공고 일정을 내는 등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데 참여하지 않는 것도 KB 입장에서는 우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우리금융 주가는 1만1000원 대로, 공적자금 투입 원금 회수를 위해서는 최소 1만6500원 선에서 매각가가 결정돼야 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대략 40%를 쳐 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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