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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측 '25년 소외감' 치유 포기할까 유산 분배 과정에서 소외, 상속소송에서도 패소

문병선 기자공개 2013-02-01 16:22:10

이 기사는 2013년 02월 01일 16: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76년 아버지(이병철)가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그렇게 당신의 후계 구도(이건희 회장으로의 후계 승계)를 직접 밝혔다. 결국 그 후 현실로 나타났지만 나는 후계 구도 뿐만 아니라 유산 분배에서도 철저히 배제되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그의 저서 '묻어둔 이야기(1993년)'에서 한 말이다.

이병철 창업주 타계(1987년) 직후 유산 분배에서 철저히 배제된 이맹희 전 회장 등 일부 가족의 소외감은 25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게 됐다. 상속 소송을 제기하며 아픈 상처를 치유하려 했던 이맹희 전 회장의 청구를 재판부가 일부는 각하, 나머지는 기각했기 때문이다.

유산 분배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사실은 이번 판결에서도 다시 한번 확인된다.

재판부는 1일 비록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상속재산분할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상속 개시 당시 또는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작성시인 1989년경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삼성생명, 삼성전자 차명주식과 관련된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앞서 피고측은 3차 심리에서 A4지 1장 분량의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제출하며 "상속개시 직후 분할 협의가 성립됐다. 협의서에 (상속인) 전원이 기명날인했다. 분할협의서에는 차명주식을 쓸 수가 없다. 실명 재산의 대부분이 피고 이건희에게 주어진 점이 중요하다. 이맹희와 이숙희는 상속포기를 수용했다는 뜻이다"라고 주장했었다.

재판부의 이런 판단은 비록 제척기간이 도과했고 일부 소송물은 상속물 대상이 아니지만 삼성가 형제들간 분할협의에서 만큼은 형제간 합의가 없었다는 원고측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곧 이맹희 전 회장이 25년전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기명주식 및 차명주식의 분배 과정에서 소외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해주는 판결로 받아들여진다.

이맹희 회장의 소외감은 사실 삼성의 황태자 자리에서 떠났던 1970년대 중반부터 싹텄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저서엔 삼성에 대한 애정과 부친에 대한 애증의 표현이 자주 나온다.

"비록 현재(1993년)는 단 하나의 직함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예나 지금이나 내 마음은 늘 삼성에 있다. 그것은 삼성이라는 기업이 선친이 이루어 낸 기업이거나 혹은 지금도 내 친동생이 총수로 있고 내 아들이 기업의 어느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가 아니다. 아마 작은 규모라도 기업체를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기업가 자신이 만든 기업에 대한 애착을 이해하리라 믿는다."

그는 부친이 처음 이건희 회장으로의 승계 계획을 밝혔을 때도 큰 충격을 받았었다.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은 후 일본으로 출국하기 전날 밤 후계 구도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앞으로 삼성은 건희가 이끌어 가도록 하겠다. 어머니와 누이들, 그리고 아내까지 있던 자리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의 충격을 나는 잊지 못한다."

25년이 지나서야 상속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비난 여론도 없지 않다. 삼성측 일각의 주장대로 이건희 회장이 이끈 삼성그룹 성장의 열매를 뒤늦게 뺐으려는 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맹희 전 회장은 25년간 남모를 상처를 안고 갔고 그 배경엔 유산 분배 과정에서의 소외감을 빼 놓을 수 없었다는 점이 이번 소송으로 알려지게 된 또 다른 결과다. 이 전 회장 변호인은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결 전 주문 대로 양측이 화해할 지는 미지수다. 이 전 회장의 소외감으로 미뤄볼 때 항소가 진행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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